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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성차별임금 건 항소…이선이 노무사 인터뷰 
 
“이건 80년대 은행에나 있던 여행원제도(금융계에 존재하던 여성분리채용제도.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이후, 1991년에 ‘동일노동동일임금’ 위반으로 폐지됨)와 마찬가지에요. 영세사업장에서라면 또 몰라도, 효성 같은 대규모 사업장에서 이런 식의 (성별) 분리호봉제가 있다는 것은. 처음 그 사실을 알고 굉장히 놀랐어요.”
 
이선이 공인노무사(울산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최근 임금차별에 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효성 울산공장 여성노동자들과 만나 처음 상담했던 때의 충격에 대해 이야기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소송에 더욱 주목하는 이유
 

성차별 임금 소송을 제기한 김원주씨와 이선이 노무사(우) ⓒ일다

효성에서는 여성은 생산직, 남성은 기능직에 분리 채용하고 서로 다른 호봉제를 적용해왔다. 현재 5급 생산직 여성 4인은 입사 때부터 같은 공정에서 남성들과 똑같은 일을 해왔지만, 성별로 분리된 임금제도로 인해 많게는 65%나 급여에 있어 차별을 받았다며 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임금차별을 인정하여 효성 측에 미지급된 임금을 지급하도록 권고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2월 19일 인권위 결정을 뒤집고 효성 여성노동자와 남성노동자의 업무를 동일노동이라고 볼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우리 법에 엄연히 규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노동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원과 정부 역시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기준과 판단이 제대로 서있지 않아 차별해소에 있어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은 남성과 여성 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와 그에 따른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노동의 양극화 위기 속에 그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효성의 성차별 임금 소송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입사 때부터 남성들과 같은 일을 해왔음에도 법원이 동일노동임을 인정하지 않자, 효성 여성노동자들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존엄성의 문제”라며 항소를 제기한 상태. 이선이 노무사 인터뷰를 통해 효성의 성차별 임금 소송에 있어서 핵심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자.
 
-국가인권위원회는 효성공장에서 ‘남성을 기능직, 여성을 생산직’에 분리해서 채용하는 방식이 성차별이며, 기능직과 생산직의 직무평가 결과 동일노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울산지법에서 동일노동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지요. 어떤 차이인가요?
 
“국가인권위원회는 같은 공정에서 (기능직과 생산직 노동자가) 동일가치노동을 한다는 사실뿐 아니라, 전체(모든 공정)를 놓고 봤을 때도 (남녀의) 노동가치가 동일하다고 판단한 거예요. 법에는 동일한 사업 내에서 동일한 가치를 하는 남녀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하지만 우리 법원에선 아직 동일가치노동을 폭넓게 인정하지 않고, 동일노동(협소한 의미의) 수준으로 봐요.
 
이번 소송은 같은 공정(재직공정)에서 남자와 여자가 동일한 일을 한다고 (동일임금을) 주장한 것이죠. 그런데 울산지법은 기능직(남성)은 여기 저기 공정을 왔다 갔다 하니까, (제한된 공정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일과 그 가치가 다르다고 한 겁니다.
 
이번 판결에서 의미 있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여성들이 일하는) 재직, 연사공정만 봤을 때는 책임의 측면만 빼고 다른 면은 남자들과 동일하다고 인정하고 있어요. 책임 부분은 회사가 (여자보다) 남자에게 의존하는 것이 더 크다고(책임이 다르다고) 보았지만, (남녀의) 기술과 노력과 작업환경은 똑같다고 인정한 거죠. 회사는 (여자들은) 단순업무만 하고 남자들은 무거운 걸 많이 든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동일가치이라고 본 것입니다.”
 
-결국 쟁점은 ‘비교대상’을 누구로 설정하느냐의 문제가 되겠군요. 1심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항소심에서 어떤 대응 논리를 펼 것인지 궁금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설명하는 이선이씨

“우리는 비교대상을 전체를 보든 구체적 공정을 보든 (노동가치가) 똑같다는 의견이지만, 전체 기능직과 생산직이 동일가치 노동을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법원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것 같지가 않아요. 때문에 항소심에서 쟁점이 되는 건, 1심에서는 비교대상이 전체라고 봤는데, 그게 아니라 같은 공정(재직, 연사공정)을 놓고 봤을 때 남자와 여자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적으로 봤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법에서는 하나의 사업 안에서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는 남녀를 비교하게 되어 있어요. 동일한 가치의 일을 하는 남녀가 있고, 이 남녀가 하는 일을 하나의 사업이라고 보면 되죠. 각 공정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재판부는 여자들이 십 수 명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여러 공정을 옮겨 다닐 수 있는 것 전체와 비교한 거예요. 그런 판단대로라면, (여성들이) 사업장 안에 존재하는 모든 남자들과 동일한 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건 말이 안 되죠. 외국에서도 그렇게 (비교대상을) 설정하는 사례는 없었어요.
 
사실 법리적 문제를 떠나서, 회사 쪽에선 웬만한 관련 업체들이 다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며 ‘동일임금’을 주라는 판결이 날 경우 더 이상 여자를 채용하지 않겠다는 의견서를 냈어요. 또, 같은 임금을 주면 힘든 일하는 남자들의 사기가 떨어질 거라고 답했죠. 때문에 법원에서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해서, 이미 결론을 내리고 거기에 법리를 끼워 맞춘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남자들은 다른 공정에서 일해도, 똑같은 임금을 받거든요. 힘든 일하는 남자와 단순한 일하는 남자가 같은 임금 받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남자와 여자가 동일임금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동일노동 동일임금 소송과 관련하여 참고할 만한 판례가 있을까요?
 
“형사사건인데, 대법원에서 인정한 판결이 있어요. 그 판결의 백미는 구체적으로 직무평가를 통해서 남자가 태생적으로 더 익숙한 육체노동을 더 많이 한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동일가치가 규정될 수는 없다고 명시한 것이죠. 민사상으로 의미가 있었던 판결은 없어요. 최근 기륭전자 사건에서 여자들이 해온 조립공정과 남자들의 일이 동일노동이므로 미지급 임금을 배상하라고 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가 있었고, 회사가 (이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행정법원에서 인권위의 권고가 적법하다고 하여 회사가 패소한 사건은 있습니다. 이때도 역시 비교대상이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이번 소송이) 다른 사건과 비교해서 사업장이 대공장이라서 남자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남자들이 일하는 공정이 여자들이 일하는 고정보다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런 판결이 나온 것 같아요. 작은 공장이었다면 과연 이런 판결이 나왔을까 싶어요. 법리적 문제에서 동일가치가 무엇인지 고민보다는, 판결로 인해 기업경영에 어떤 영향을 줄 거냐 하는 문제를 고려한 것이죠. ‘여자들의 노동은 단순하다, 바느질은 부수적인 일이다, 남자들의 업무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며, 사업주가 의존하는 중요도가 있다’ 하는 선입견, 성차별적 전제가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바라본 것이 아닐까 싶어요.”
 
-효성의 성차별 임금 건과 관련하여, 노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측과의 협상에 나서지도 않고, 여성조합원들에게 소송비용도 지원해주지 않는다고요.
 
“노조에선 그건 ‘너희(여성들) 일이다’라는 거죠. (심지어) 노조가 노동부에 사측을 두둔하는 의견도 냈어요. 남자들과 여자들의 일이 다르다고 한 거죠. 효성 측도 임금을 노동조합과 합의해서 정해왔다고 주장하고 있고요. 사실 저는 기능직 남자들이 ‘우리가 하는 일이 여자와 다르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어요. 중요한 건 ‘여자들이 하는 일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진술서를 써주고, 재판에서 증인이 되어주겠다고 하는 남자들이 있다는 점이에요. 여성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데, 그런 진술서를 써주는 게 직접적인 불이익이 올 수도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인이 되어주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 그분들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이여울 기자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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