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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문 쓰기를 통해 전달한 아이들의 주장

“어른들 중에는 아이들을 키울 때 체벌이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연 체벌은 어린이들의 교육에 필요한 것일까요? 여러분의 생각을 ‘예를 들어가면서’ 펼쳐 보세요.”

 
이건, 이번 주 6학년 아이들과 쓴 논설문의 문제다. 나는 두 달에 한 번씩 아이들과 논설문을 쓴다. 논설문은 우리들에게는 테스트의 의미를 갖는다. 논설문을 통해 주장하는 바가 얼마나 개성 있고 참신한가, 주장의 논거를 논리적으로 펼치는가, 또 자기 생각을 긴 호흡으로 잘 전개시키나 등을 평가한다.
 
특히, 어떤 문제를 토론하기에 앞서 논설문을 먼저 쓰게 한다. 많은 초등학생들은 친구들과 토론을 거치면서 좀 더 좋은 방향의 생각을 자기의 최종 입장으로 내면화할 때가 많다. 토론에 앞서 논설문을 쓰는데, 그렇게 했을 때 그 글에는 아이들의 다양한 입장이나 편견조차 잘 반영되게 마련이다. 그래서 논설문쓰기는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의 현재 수준을 들여다보는 거울의 역할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이번 주 주희, 윤진이, 지나와는 ‘아이를 체벌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일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논설문을 써 보았다. 그 중 체벌에 반대입장을 펼친 윤진이와 찬성입장의 지나 글을 소개하려 한다.
 
[체벌, 과연 아이들에게 이로운가?]

최윤진(초등6)

“오늘 ㅇㅇ 학교에서 학부모와 교사들의 모임이 열렸는데, 주제는 ‘과연 체벌은 어린이들의 교육에 꼭 필요한 것인가’였다. 회의를 한 끝에 ‘체벌은 어린이들에게 필요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까닭은 첫째, 너무 때리기만 하고 학생의 의견을 들어주지도 않으려고 한다면, 학생들이 반항적인 성격으로 변할 수 있고, 나중에 지금까지 맞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하여 대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선생님이 먼저 따뜻한 마음을 솔선수범해 보여야 아이들도 따뜻하고 남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바뀔 수 있다.
 
둘째, 체벌을 가하면 그 아이들도 자라서 체벌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학교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남이 잘못하면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할 수도 있다. 또 만약에 그 아이가 학교 선생님이 된다면, 체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할 수도 있다. 아이가 잘못하면 일단은 부드러운 말로 타일렀다가 그 일이 두 번, 세 번 더 계속 되면 그때 가서 체벌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체벌을 가하면 아이들의 마음에 와 닿지 않아서 선생님에게 보이려고만 하는, 겉으로만 모범적인 아이가 될 수 있다. 겉으로는 착하고 속으로는 아직 나쁜 마음이 가득해서 밖에 나가서는 전과 다를 것 없이 나쁜 짓을 저지를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는 거짓말도 잘하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체벌은 어린이들의 교육에 정말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리지 않고 좋은 말로 타이르고 설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체벌이 필요해!]

이지나(초등6)

“아이들을 키울 때 체벌이 필요하다는 사람과 필요하지 않다는 사람이 있다. 나는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유는 첫째, 체벌을 하지 않으면 더 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작은 일을 해서 따끔하게 혼내면 그 뒤에도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아 나중에 다른 일을 저지르려고 할 때, 아픔이 생각나 멈출 수 있다. 그러나 체벌을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또 말로 하겠지’ 라고 생각해서 더 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
 
둘째, 선생님을 우습게 본다. 아이들이 잘못을 했을 때 선생님이 체벌을 하지 않으면, 살살 말로 혼내니깐 선생님이 무섭지 않다고 여겨 선생님께 건방지게 행동하고 말을 안 듣거나 말대꾸를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셋째, 아이들이 반항을 한다. TV 프로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데서 보면 엄마들은 다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때리지도 않으니까 어른들을 만만하게 보거나 친구 같은 존재로 봐서, 심부름도 안하고 ‘청개구리’처럼 행동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아이들에게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찬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막 때리자는 것이 아니고, 아이들을 때릴 때에는 너무 심하게 때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체벌을 한다면,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반항심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두 어린이의 글 모두 중요한 점들을 잘 지적해 가며, 똑똑하게 잘 썼다. 특히, ‘예를 들어 쓰라’는 조건도 잊지 않고 적절하게 잘 적용시켜 좋았다.
 
나는 물론 체벌에 반대한다. 체벌은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좋은 방법일 수 없다는 것이 내 입장이지만, 아이들에게 그 입장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체벌 대신에 다른 교육적인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건, 체벌을 받는 어린이도 어린이지만, 부모나 교사의 성숙한 교육자적 태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이 문제에 대한 토론도 해봐야겠다.
 정인진의 교육일기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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