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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삶과 시골의 삶을 생각하며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은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이 책 속에는 아이들과 토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주제들이 참 많다. 그러나 적당한 텍스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몇 년 전 도서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란 부제가 붙은 <소로우의 오두막>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이 책은 소로우가 혼자 오두막을 지은 이야기와 월든 호숫가에 살면서 자연에서 느끼는 소로우의 심경을 아이들이 읽기 좋게 편집해 실었다. 나는 이 책을 가지고 ‘자연 친화적인 삶’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껏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다.
마침 지난주, 4학년생인 지아와 수정이랑 <소로우의 오두막>을 공부했다. 나는 이 과에서는 도시를 떠나 인적 드문 시골에서의 생활과 지금처럼 도시에서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 대답하기에 앞서, 먼저 둘의 장점을 모두 검토하게 하고 있다. 가끔씩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양쪽의 좋은 점을 다 생각해 보고 자기 입장을 정하게 하는데, 이런 방법은 확실히 아이들에게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고 판단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아이들은 먼저 ‘시골 삶의 좋은 점’으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동물들이 사람보다 많아서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롭고 조용해서 책을 읽을 때도 좋다. 또 꽃과 나무가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상쾌하다 등을 들었다.
그리고 ‘도시 삶의 좋은 점’으로는 병원과 경찰서 소방서가 가까워서 나쁜 상황이 생겼을 때 더 빨리 대처할 수 있다. 아파트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웃, 친구들과 먹을 것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친구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생활용품이 많아서 편리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일자리가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등을 발표했다. 둘의 장점을 참 잘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젠, 어느 곳에서 사는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를 고를 차례다. 이 질문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의 입장을 가치판단하거나 특정한 대답 쪽으로 유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은 비교적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편이다.
지아는 도시삶이 좋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시골은 묘지가 많아서 귀신들이 나타날 수 있고, 가로등 별로 없어서 밤에 너무 깜깜해 화장실에 가기도 무섭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시골은 도시보다 시설이 좀 안 좋아 위험할 수 있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수정이는 시골 삶이 마음에 든다고 했는데, 왜냐하면 친구들은 많이 없겠지만 평화롭고 조용해서 가족들과 이야기도 더 많이 나눌 수 있고, 도시에서 못 본 동물과 새들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신선한 공기도 마실 수 있어서 병도 도시보다 덜 걸릴 것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시골 삶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많은 것을 도시에 의존해 살고 있는 오늘날,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설명한 후에, 그렇다면 ‘이렇게 도시에 살면서 시골 삶이 주는 장점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를 물었다.
아이들은 아파트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는다. 아주 먼 거리는 차로 가도 되지만,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간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해 주는 나무를 화분에다 많이 심는다. 꽃이 많이 핀 들판에서 꽃향기를 맡으면서 밥도 먹고, 술래잡기 등을 하며 논다.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서 자연을 느낀다 등등, 충분히 의미 있고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많이 찾았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이번에는 이렇게 도시에 의존해 살면서 자연이 주는 좋은 혜택을 조금씩 살짝살짝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 현실을 ‘발전이라고 좋아해야 할까, 아니면 안타까워해야 할까’를 물었다. 역시 이 질문도 아이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질문에 지아와 수정이 모두 안타깝다고 대답했다.
지아는 ‘왜냐하면 자연을 아주 조금밖에 못 느껴서 속상하고 오염이 많이 돼서 지구가 아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는 자연을 우리보다 더 느끼면서 사는데 우리는 조금밖에 못 느껴서 실망스럽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수정이는 ‘아무리 도시가 발전해서 편리해지더라도 환경이 깨끗하지 않으면 공기가 너무 더러워져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지구에 살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발전해도 좋지만 환경도 좀 생각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더 훌륭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도 나무를 많이 심고, 꽃과 나무를 더 잘 가꾸어 조금이라도 환경을 깨끗이 하고 싶다’고 자기 마음을 똑똑하게 잘 표현했다.
<소로우의 오두막>은 아이들에게 현재 삶의 방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그것을 문제제기해 볼 기회를 갖게 해주는 책이다. 이번 주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도 읽어보고, 또 함께 이런 문제에 대해 토론도 해보면 어떨까? 또 소로우가 마음에 들었다면, <월든>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인진의 교육일기ⓒ일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은 내가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이 책 속에는 아이들과 토론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주제들이 참 많다. 그러나 적당한 텍스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몇 년 전 도서관에서 “어린이를 위한 월든”이란 부제가 붙은 <소로우의 오두막>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얼마나 반갑고 기쁘던지.
어린이를 위한 월든, "소로우의 오두막"
마침 지난주, 4학년생인 지아와 수정이랑 <소로우의 오두막>을 공부했다. 나는 이 과에서는 도시를 떠나 인적 드문 시골에서의 생활과 지금처럼 도시에서 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 대답하기에 앞서, 먼저 둘의 장점을 모두 검토하게 하고 있다. 가끔씩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양쪽의 좋은 점을 다 생각해 보고 자기 입장을 정하게 하는데, 이런 방법은 확실히 아이들에게 신중하게 생각을 해보고 판단하는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아이들은 먼저 ‘시골 삶의 좋은 점’으로,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다. 동물들이 사람보다 많아서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롭고 조용해서 책을 읽을 때도 좋다. 또 꽃과 나무가 많아서 아침에 일어나면 상쾌하다 등을 들었다.
그리고 ‘도시 삶의 좋은 점’으로는 병원과 경찰서 소방서가 가까워서 나쁜 상황이 생겼을 때 더 빨리 대처할 수 있다. 아파트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이웃, 친구들과 먹을 것을 나누어 먹을 수 있다. 친구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놀 수 있다. 생활용품이 많아서 편리하게 살 수 있다. 그리고 일자리가 많아서 하고 싶은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다 등을 발표했다. 둘의 장점을 참 잘 생각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젠, 어느 곳에서 사는 것이 더 마음에 드는지를 고를 차례다. 이 질문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의 입장을 가치판단하거나 특정한 대답 쪽으로 유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늘 아이들에게 눈치 보지 않고 마음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은 비교적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편이다.
지아는 도시삶이 좋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시골은 묘지가 많아서 귀신들이 나타날 수 있고, 가로등 별로 없어서 밤에 너무 깜깜해 화장실에 가기도 무섭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시골은 도시보다 시설이 좀 안 좋아 위험할 수 있다고 이유를 제시했다.
"소로우의 오두막" 이미지 중에서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시골 삶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많은 것을 도시에 의존해 살고 있는 오늘날, 시골에서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러한 현실을 설명한 후에, 그렇다면 ‘이렇게 도시에 살면서 시골 삶이 주는 장점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를 물었다.
아이들은 아파트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는다. 아주 먼 거리는 차로 가도 되지만,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간다. 감기에 잘 걸리지 않게 해 주는 나무를 화분에다 많이 심는다. 꽃이 많이 핀 들판에서 꽃향기를 맡으면서 밥도 먹고, 술래잡기 등을 하며 논다. 주말마다 산에 올라가서 자연을 느낀다 등등, 충분히 의미 있고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많이 찾았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았다. 이번에는 이렇게 도시에 의존해 살면서 자연이 주는 좋은 혜택을 조금씩 살짝살짝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 현실을 ‘발전이라고 좋아해야 할까, 아니면 안타까워해야 할까’를 물었다. 역시 이 질문도 아이들이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질문에 지아와 수정이 모두 안타깝다고 대답했다.
지아는 ‘왜냐하면 자연을 아주 조금밖에 못 느껴서 속상하고 오염이 많이 돼서 지구가 아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는 자연을 우리보다 더 느끼면서 사는데 우리는 조금밖에 못 느껴서 실망스럽다’고 자기 생각을 밝혔다.
수정이는 ‘아무리 도시가 발전해서 편리해지더라도 환경이 깨끗하지 않으면 공기가 너무 더러워져서, 사람들이 살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더 이상 지구에 살 수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발전해도 좋지만 환경도 좀 생각하면서 발전하는 것이 더 훌륭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도 나무를 많이 심고, 꽃과 나무를 더 잘 가꾸어 조금이라도 환경을 깨끗이 하고 싶다’고 자기 마음을 똑똑하게 잘 표현했다.
<소로우의 오두막>은 아이들에게 현재 삶의 방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그것을 문제제기해 볼 기회를 갖게 해주는 책이다. 이번 주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도 읽어보고, 또 함께 이런 문제에 대해 토론도 해보면 어떨까? 또 소로우가 마음에 들었다면, <월든>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교육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정인진의 교육일기ⓒ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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