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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에 여성주의 정당이 왜 필요하냐고요?

무네자 로젠달 덴마크 여성주의 정당 F! 대변인 인터뷰

(박강성주 기록)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2017년 6월 5일 창당한 덴마크 여성주의 정당(Feministisk Initiativ Danmark, F!)에는 대표가 없는 대신 두 명의 대변인이 있다. 그 대변인 가운데 한 명이 무네자 로젠달이다. F!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기꺼이 응해주었다.(이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인터뷰는 전자우편으로 질문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무네자 로젠달의 답변은 5월 20일 도착했다.


▲ 덴마크 여성주의 정당 대변인 무네자 로젠달  ©F!


-한국의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0대 초반부터 정치에 늘 관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2015년(덴마크 총선 시기) 어느 당에 표를 줘야 할지 몰랐고,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었어요. 


그러다 2017년 초에 스웨덴 여성주의 정당 F!를 만드셨던 분(구드룬 휘만)을 뵈었는데, 그분이 여성주의 정당에 대해 말씀해주셨어요. F!가 추구하는 교차적이면서 여성주의적인, 그리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정치에 대해서 말이죠.


그해 6월 5일, 11명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덴마크 여성주의 정당을 만들었고 제가 대변인 가운데 한 명으로 선출되었습니다.”


-덴마크는 이른바 선진국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성평등한 사회로 알려졌고요. 왜 덴마크에 여성주의 정당이 필요한지 설명해주셨으면 해요.


“그게 어느 순간, 덴마크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그래, 우리는 이제 성평등한 사회가 됐어. 이제 여성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더이상 없어.’ 덴마크 일반인들은 우리가 성평등한 나라에 살고 있다고 지금도 믿고 있어요.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지 않은 것은 오직 ‘소수인종’ 계층에서만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불행히도 현실은 그게 아니에요. 


덴마크 여성주의 정당은 모든 시민들이 성, 인종, 사회 배경, 장애, 섹슈얼리티, 종교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당입니다.”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F!가 참여하지는 않지만, 선거의 핵심 사안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덴마크 여성주의 정당은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할 계획이 없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유럽연합을 지지합니다. 우리가 주목하는 선거의 핵심 사안들로는 기후 위기 문제가 있고요, 유럽으로 오는 난민들과 이주민들을 어떻게 하면 함께 돌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답니다.”


▲ “페미니즘은 민족, 피부색, 국적,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인종차별주의 정치를 종식시키라고 요구하는 F!의 메시지. ©F! 페이스북


-F!가 6월 있을 덴마크 총선에 참여하는 게 어렵게 되었잖아요. 그래도 정치적인 사안들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주요한 이슈는 무엇인가요?


“총선에서 F!가 제기하는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는 ‘더 많은 그리고 더 나은 복지 체계를 세우는 것’입니다. 누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내느냐에 관계 없이, 개인 하나하나에 바탕을 둔 그런 복지 말이지요.


또 ‘빈민가 계획’(Ghettoplan, 주로 이민자 밀집 지역을 빈민가로 지정해 특히 해당 구역 아이들을 별도로 관리하는 제도)과 ‘인식 전환’(Paradigmskifte,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해서 그 수를 줄이고자 하는 제도)으로 불리는 인종차별적인 법들을 폐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육아휴직의 공평한 분배, 성소수자 공동체들이 더 많은 권리와 가능성을 확보하는 문제도 마찬가지고요.”


-미투(#MeToo) 운동이, 예컨대 스웨덴과 비교했을 때 덴마크에서는 좀 다르게 받아들여졌다고 들었습니다. 덴마크 미투 운동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불행히도, 미투 운동이 덴마크에서는 조롱당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치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성폭력 피해와 고발에 관한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는 여성들이 박수를 받기보다, 피해자들이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국제적인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덴마크 남성들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졌고요.”


▲ 덴마크 여성주의 정당 F! 행사 사진. ©F! 페이스북


-페미니스트로서 바라보기에, 덴마크 사회의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덴마크의 강점이라면, 성평등 관련해 어느 정도 이룬 게 있다는 것입니다. 약점이라고 했을 때는, 우리가 이미 성평등한 나라가 되었다고 스스로 말하기 때문에 성평등 사안에 대해 정치적 차원에서 정말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다는 거예요.”


-한국의 여성주의자들과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페미니즘 운동은) 길고 어려운 싸움이지만 날마다 싸울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가부장제가 워낙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이죠. 또 서구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우익 민족주의가 여성의, 이주민들의, 난민들의 그리고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 보고 있잖아요. 이 싸움을 위해서는 힘을 서로 합쳐야만 하고, 다른 이들의 싸움에도 함께해야 해요. 그래서 우익 민족주의와 보수 세력이 우리를 분열시키고 지배하지 못하게 해야합니다.” 

 (박강성주 기록)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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