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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이 뒤죽박죽…‘먹거리’로 연결되는 커뮤니티

에센스(essence)를 설립한 모리베 아즈마씨에게 듣다 (샤노 요코)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일본에서 ‘먹거리’를 통해서 사회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 있다. ‘장애를 느끼는 모든 사람들에게 윤택함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비영리법인 ‘에센스’(essence)다.


에센스(npo-essence.com)는 장애에 대해 ‘사회에서 불편과 부자유를 느끼는 모든 현상’으로 정의한다. 그에 따라 장애인은 ‘불편과 부자유를 느끼는 모든 사람’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의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단박에 장애를 ‘자기 자신의 문제’로 느끼게 된다.


그래서인지 에센스의 행사에는 장애 유무를 떠나 많은 이들이 참여한다. 이 법인의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모리베 아즈마 씨를 만나, 에센스를 설립하게 된 경위를 비롯하여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 비영리법인 <에센스>(essence) 부이사장 모리베 아즈마 씨.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을 즈음하여 오사카에서 열리는 “뒤죽박죽 오사카” 행사 홍보 중. 참가자들은 파랑색 의상코드를 맞추는 것이 특색이며, 2019년에는 3월 31일에 열린다. ⓒ촬영: 에리구치 아키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용감하다’는 칭송이 아니죠


1967년생인 모리베 씨는 네 자녀를 두었다. 그 중에서 셋째로 태어난 이치야가 병원에서 난치성 소아간질이라는 진단을 받은 것이 생후 4개월 때다. 전면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중증 장애였다.


“당시엔 절망했죠. 그런데, 같은 중증장애 아이를 키우는 선배 어머니들이 굉장히 생기 넘치고 밝은 거예요. 그분들을 보며 ‘장애는 괴롭다, 힘들다’라고 단정하고 있던 저 자신의 편견을 깨달았죠.”


다른 세 아이들은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치야를 받아들였다. 이치야가 자고 있으면 함께 누워 뒹굴고, 앉아있으면 자기들도 앉아서 함께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표정이나 목소리를 통해 이치야의 기분을 알아채려고도 노력했다. 이렇게 자녀들이 당연한 듯 지내는 모습을 보며 모리베 씨가 오히려 배웠다고.


자신이 살던 지역의 유치원과 초등학교로부터 “아이를 우리한테 보내지 않으실래요?”, “이치야에게 좋은 교육 방식을 함께 생각합시다.”라는 권유를 받았을 때는 “감격”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지금도 모리베 씨의 목소리는 촉촉하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행복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어린이용 휠체어를 유모차라고 생각하고 “접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아이가 장애를 이유로 행사 참여를 거절당한 적도 있다. 아이의 몸이 자라면서, 외출했을 때 기저귀를 가는 일도 어려워졌다. 또한 이치야는 성장하면서, 사회가 정해둔 틀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요구를 받는 것처럼 느끼는 일이 늘었다.


언론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칭송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비장애인들에게) 사랑과 용기를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받는다. 반면, 일상생활 속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배제된다.


“사회가 조금만 고민하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사회는 고민하지 않죠. 장애를 가진 사람은 사양하겠다니, 분노를 느낀다기보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 먹거리로 사회와 장애인의 생활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에센스>는 식당 등에서 “보조견 출입 거부”하는 것을 없애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에센스(essence) 인스타그램



수화통역이 되는 과자 만들기 교실을 열기까지


주치의로부터 “우리의 경험과 데이터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정서적인 면에서 풍요로운 성장을 보여줬던 이치야는 열 살이 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모리베 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의 상실감에 휩싸여있던 시기에, 청각장애를 가진 지인과 글자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다.


“요리교실에 갈 수가 없어.”라고 적기에 “가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지인은 “들리지 않으니 선생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 수화통역이 딸린 요리교실도 없고. 못 알아듣는 채 참가하는 건 전혀 즐겁지 않아.”라고 썼다.


“일상의 즐거움에서조차 선택지가 없는 그이의 현실과, 그것도 모른 채 순진하게 ‘가면 되잖아’라고 말하는 나. 현실을 모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내가 기획할게’ 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수화도 할 줄 몰랐고, 장애인과의 연결 지점도 없었다. 그렇지만 모리베 씨는 ‘어떻게든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던 빵집 사장과 상의했다. 사장에게도 장애가 있는 자녀가 있어서, 빵집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닿으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생각이 맞아 서로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많은 사람들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그렇게 해서 실현된 ‘수화통역이 제공되는 과자 만들기 교실’에는 30대부터 60대까지의 사람들이 모였다. “꿈만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초콜릿 크림으로 접시에 “만세!”라고 쓰는 사람도 있었다.


▶ 작년 8월에도 수화통역이 제공되는 빵 만들기 교실을 열었다. ⓒ에센스 페이스북 facebook.com/npo.essence


빵집 사장님과 손잡고, 에센스 법인을 설립하다


“이건 이제 그만둘 수가 없게 됐어요.”라고 말하며 모리베 아즈마 씨는 웃는다.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며 비영리법인 에센스를 설립한 빵집 사장에게 설득당해, 회사를 그만두고 에센스의 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사장은 바로 그 빵집 사장님이다.


모리베 아즈마 씨는 본업인 음식점을 살려서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 동시에 장애인의 일상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코디네이트하는 e2프로젝트 등 다수 사업을 하고 있다.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라며 모리베 씨는 웃지만, 에센스의 활동을 통해 먹거리와 음식업은 “말 이외의 커뮤니티 도구”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연결”시키고 있다. ‘먹거리로 연결하는 커뮤니티’다. 에센스의 행사에는 인기 음식점들이 출점해 장애인들, 그리고 비장애인들이 많이 모여든다.


“사람들이 ‘몰라서’ (장애인에 대한) 배제가 발생하는 일도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장을 펼치고 싶어요.”


에센스는 식당 등에서 “보조견 출입 거부”하는 것을 없애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잘 맞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언제든지 와 주세요.”라고 그렇게 손을 드는 것만으로도 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호소하면서.


▶ 2018년 열린 “뒤죽박죽 오사카” 행사에서. 인기 음식점들이 출점하고 장애 유무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에센스(essence) 인스타그램


매년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인 4월 2일을 전후로 해서는 오사카 제일의 번화가인 우메다 차야마치에서 “뒤죽박죽 오사카”를 개최하는데, 파랑색으로 의상 코드를 맞춘 사람들이 라이브 공연과 쇼핑을 즐기는 인기 행사로 자리 잡았다. (2019년에는 3월 31일에 개최된다.)


다양한 사람이 ‘뒤죽박죽’ 되는 사회를 그려본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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