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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혐오발언 해소법’ 시행 2년, 효과와 한계는?

인종차별 예방하려면…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의 진단



재일조선인을 비롯해 소수민족과 외국인, 타 인종에 대한 혐오 집회와 선동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일본에서는 ‘혐오발언 해소법’(헤이트스피치 억제법이라고도 국내에 알려짐, 혐오발언이란 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차별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를 알리는 것’으로 규정)이 2016년부터 시행돼 2년이 지났다.


그간 이 법의 시행은 어떤 성과가 있었으며, 어떤 한계가 있었고, 어떤 과제가 남아 있을까. 인종차별철폐 기본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에게 ‘외국인인권법 연락회’ 회원이자 프리랜서 작가인 고바야시 치카코 씨가 질문했다.


▶ 일본에서 2016년 시행된 ‘혐오발언 해소법’ 내용 중에서 발췌


‘혐오발언 해소법’으로 사법부와 경찰에 생긴 변화


혐오발언 해소법은 2016년에 야당이 내놓은 ‘인종차별철폐 시책추진법안’을 대체하여 여당이 제출하고 일부 수정을 거친 후, 같은 해 5월 24일에 의결된 것이다. 법안 도입에 대해 찬반양론이 있었지만,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결함은 있어도 ‘혐오발언 해소법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좋다’고 믿으며 의결에 힘을 쏟은 사람 중 한 명이다.


모로오카 변호사에 따르면, 혐오발언 해소법이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곳은 사법 현장이다. 이 법은 혐오발언에 대한 금지 규정도, 제재도 없지만, 민법 709조(불법 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의 해석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즉 “민사재판에서 차별 행위가 ‘불법’이라고 판단되기 쉽게 되었다”고.


재일조선인이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리신혜 씨가, 일본 포털사이트 ‘보수속보’를 명예훼손으로 제소했던 오사카지방법원, 고등법원에서의 판리(辦理) 등에 기여했다. (관련 기사: 다른 민족, 여성’에 대한 복합차별에 저항하며 )


사법부 이외에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경찰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혐오발언 해소법 이전에 경찰은 오히려 ‘카운터’(헤이트스피치에 반대하는 사람들)를 적대시하였고, 심지어 혐오반대 집회에 참여한 많은 사람을 체포하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경찰은 혐오집회나 가두행렬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혐오발언 해소법 조문을 낭독하고 “혐오발언을 멈춥시다”라고 방송하기도 한다. 또, 혐오에 반대하는 카운터 측 체포자도 거의 사라졌다.


▶ ‘외국인인권법 연락회’의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 ⓒ페민 제공


일본 법무성도 이 법의 시행 초기에는 몇 가지 대책을 추진했다고 모로오카 변호사는 회고한다. 법무성 인권옹호국은 혐오발언 대책 프로젝트 팀을 신설하고, 2016년 9월에는 헤이트스피치가 다수 발생하는 13개 지자체와 정보공유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후에는 같은 주제의 회의를 연 기록이 없다.


모로오카 변호사는 법무성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한다.


“장애인 시책 추진본부에서 그렇게 하였듯이, 혐오발언 규제를 시작으로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행정부 각 단위를 횡단하는 대책본부를 정부 내에 만들어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국가 차원의 구체적인 진척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혐오발언 용납하지 않는다면서 금지하지도 않는다?


혐오발언 해소법이 시행된 후, 혐오집회 횟수는 줄었다. 그러나 경찰에 미리 집회신고를 할 필요가 없는 가두선전은 줄지 않았다. 법 시행 직후에 인종주의자들은 집회에서 발언할 ‘표현’을 고르게 되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는 사이, 어떤 말을 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그들의 발언은 다시 과격해졌다. 모로오카 변호사는 여당 법안에 최소한 금지규정은 넣어주길 바랐다고 얘기한다.


혐오발언 해소법은 “이상한 법률”이라고 모로오카 변호사는 말을 잇는다. 이 법에는 혐오발언에 대한 정의가 들어 있고, 그것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며, 혐오발언을 ‘용납하지 않는다’고까지 명시하고 있으면서도 ‘금지’는 하지 않는다. 어떻게 혐오를 해소할지에 대해서도 한마디도 적혀있지 않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혐오발언인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모로오카 변호사는 강조한다. 예를 들어, 재난이 생길 때마다 온라인에 날뛰는 ‘재일 외국인이 테러를 조직했다’ 등의 차별을 담은 헛소문을 유포하는 행위 같은 것이다.


6월 18일 오사카 북부 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일본 법무성은 “재난 발생 시에는 차별과 편견을 선동하는 의도를 가진 허위 정보가 투고될 가능성도 있다”고 트위터에 올렸을 뿐이다. “‘누가 몇 월 며칠 발언한 어떤 내용이 혐오발언이다’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모로오카 씨는 혐오발언 해소법 7조의 ‘계발’(啓發, 일깨워 줌) 책임을 국가도, 지자체도 다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분개한다.


▶ 혐오발언 해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난 시기인 작년 7월 16일, 가와사키시 나카하라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혐오집회에 대항하며 모인 시민들(카운터). ⓒ페민 제공


총격과 같은 혐오범죄, 제노사이드를 예방하려면…


올해 8월에 모로오카 변호사가 시민사회 발표자 중 한 명으로 참가한 제네바 국제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일본 심사에서, 일본 정부 대표는 “혐오발언 해소법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추궁을 당했다. 그에 대해 정부 대표가 “시행된 지 아직 2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을 모로오카 씨는 ‘진보한 것이라고 느꼈다’고 밝힌다. “기다려 달라”는 것은 “현재 상황은 아직 잘 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그것조차도 시인하지 않았었다.


헤이트스피치의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혐오발언 해소법이 시행된 지 2년이나 지났는데도 계속 혐오 표현이 이어지는 현재의 상황이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계획 하에 언제까지 어떤 시책이 강구될지를 안다면 미래가 보이겠지만, 지금 상태는 절망감을 초래한다”고 이야기하는 모로오카 변호사. 이번 국제인종차별 철폐위원회의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재촉하는 것’으로, 일본 정부가 그에 따를 것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그것은 혐오발언 해소법에 손을 대는 정도 가지고 달성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혐오발언을 명확하게 금지하고, 바라건대 제재 규정이 들어가고, 피해자가 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고, 국가와 지자체가 차별을 없애는 시책을 강구하는 근거법이 되는 “인종차별철폐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역설한다. 혹은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단속하는 법률을 만드는 등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개별법을 몇 가지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지자체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움직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모로오카 씨를 중심으로 도쿄변호사회 프로젝트팀이 정리한 ‘인종차별철폐 모델 조례안’이 6월에 발표되었는데, “꼭 많은 지자체에게 원안으로 삼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혐오발언은 혐오범죄로, 나아가 제노사이드(특정 집단에 대한 살해 또는 박해)로 전개될 우려 또한 있다는 점이다. ‘조선총련 총격 사건’(일본 우익 남성 두 명이 도쿄 조선총련 본부 건물에 차를 타고 접근해 총격을 가한 사건으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음)은 혐오발언 해소법 시행 후인 올해 2월에 일어났다. 일본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논평도 내지 않았다.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바야시 치카코 님이 작성하고,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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