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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삼목 지붕을 얹은 비전화카페

[도시에서 자급자족 실험기] 생태건축⑤ 지붕 방수, 마감재 시공


※ 필자 이민영님이 목공을 배우고 적정기술을 익히며, 동료들과 함께 전기와 화학물질 없는 도시를 꿈꾸면서 일상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도배지 바르듯 방수시트를 붙이다


트러스 위에 합판을 덮어 골조 만들기. 상을 짜 왕겨 채워 단열하기. 그다음 해야 할 지붕 작업의 목적은 방수다. 합판 위에 방수시트를 1차로 덮고 지붕마감재를 고정할 세로상과 가로상을 순차적으로 설치한 후, 상 위에 2차로 방수 펠트지를 덮고 지붕마감재인 적삼목까지 시공하면 얼추 지붕의 생김새가 드러난다.


▶ 지붕 시공은 호불호가 큰 작업 중 하나다. 처음엔 누구나 지붕에 오르고 싶어 하지만 중반부쯤 지나면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촬영: 비전화공방서울


방수시트는 지붕 위에서 밟아도 미끄러지지 않게 윗면은 부직포로 되어 있고 아랫면은 본드가 미리 발라져 있어 비닐을 떼 가며 지붕구조물에 붙여야 한다. 기온이 높으면 접착력이 강해져 한 번 잘못 붙이면 쉽게 떨어지지 않아 주의해야 한다고 하는데. 여름을 피해 지붕 작업을 한지라 접착으로 수고로운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시트지를 붙이는 방법은 다른 용도의 시트지를 바르는 일과 유사하다. 방수시트가 울지 않게 비닐을 조금씩 떼어가며 붙여주면 된다. 지붕 하단부터 상단으로 올라가며 시공하고, 방수시트와 방수시트 사이에 빈틈이 생기지 않게 4인치 가량 겹쳐 부착한다. 기성 방수시트에 이미 교차할 면적이 붉은 실선으로 표시되어 있어 편리했다.


건축의 기본은 협업, 방수펠트 시공!


작업은 두 조가 역할을 나누어 진행한다. 2인으로 구성된 1조가 방수시트가 부착된 지붕 위로 가로상과 세로상을 지붕 하단에서부터 고정해나가면, 펠트와 마감재를 시공하는 3인 1조가 나선다. 상을 설치할 때는 세로상의 간격보다 가로상의 간격이 중요한데, 지붕 마감재를 안정적으로 시공할 만큼의 길이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로상은 가로상이 하중을 과다하게 받지 않을 정도의 간격으로 설치하고, 구매한 지붕재가 25cm 가량인지라 위아래 가로상 목재 폭의 절반이 겹치면서 동시에 지붕재도 겹칠 수 있는 너비인 18cm 간격으로 가로상을 설치했다.


▶ 멀리서 바라본 적삼목이 얹힌 지붕을 상상하며 지붕재의 모양과 크기를 골라 위치를 선정한다. ⓒ촬영: 오수정


시트나 펠트 부착을 3인 1조로 작업하는 방식이 이상적인 이유는 돌돌 말려있는 시트 무게가 상당해서 경사가 있는 지붕에서는 누군가가 받쳐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조금씩 옆으로 이동하며 두루마리를 펼치고, 한 사람은 두루마리를 지붕에 박고, 다른 한 사람은 두루마리가 떨어지지 않게 들고 있으면 작업이 한결 수월하다.


시트든 펠트든 아스팔트와 고무를 혼합해 방수용으로 만든 건축자재다. 두께가 얇은 펠트는 스테이플러 심처럼 얇은 ㄷ자 핀(Crown Staple)으로 박는다. 1자형 핀은 얇은 판을 붙일 때 못 머리가 작고 가늘어 핀이 판을 뚫고 나가기 때문이다. 핀이 고정될 때 순간적으로 받는 힘에 의해 펠트가 찢어질 가능성도 있어, ㄷ자 핀을 펠트지와 약간의 거리를 두어 박는다.


자연을 닮은 적삼목 지붕재


지붕재는 도끼로 내리찍어 나뭇결을 따라 쪼개놓은 듯 보이는 적삼목을 선택했다. 적삼목 지붕재(Western Red Cedar Shake)가 두껍고 천연 내구성이 뛰어난 편이면서, 볏짚과 왕겨를 채워 흙 미장을 할 건축물에 어울리는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다 싶었다. 꺼칠꺼칠한 나뭇결이 살아있는 면을 위로 가게하고 상대적으로 평평하고 곧은 면을 아래로 가게 해 지붕을 올린다. 지붕재에 앞뒷면이 있는 것처럼 위아래도 있어 두께가 얇은 면을 위로 하고 두꺼운 면을 아래로 가게 해야 눈이나 비가 잘 흘러내릴 수 있다.


▶ 적삼목 시다 쉐이크 시공법 ⓒ그림: 김재윤


가장 밑면이 될 시다 쉐이크는 지붕 아랫선인 처마로부터 38mm 가량 지붕 옆선인 박공선에서는 25mm 가량 돌출되도록 평을 맞추고 그 이후부터는 각각의 쉐이크가 25cm 가량 노출되도록 그 위에 다른 쉐이크를 얹었다. 쉐이크를 정렬할 때에는 쉐이크 간 간격을 9~16mm 가량 되게 하되 가능한 위아래 쉐이크의 간격이 어긋나도록 지그재그로 박았다. 쉐이크의 크기가 동일하지는 않기 때문에 가능한 아래에 놓인 쉐이크의 중심축과 가깝게 윗줄 쉐이크의 옆면 모서리가 놓이도록 얹었다.


한 쉐이크 당 2개의 못을 박는데 쉐이크의 측면 모서리에서 19~25mm, 밑동에서 38~50mm 위에 박는 게 기준이지만, 못이 박힐 가로상의 위치가 어디인지 확인하며 박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녹이 슬지 않게 아연도금 등으로 방청 처리된 슁글 못을 사용해 에어타카(Air Tacker)로 박았다.


건축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은 지붕마감재를 시공하는 일이었다. 작업 중 어느 하나 전신을 사용하지 않는 일이 있겠느냐만, 지붕은 어떤 작업보다 온몸을 사용해야 하는 일이다. 설 자리가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두 다리와 몸통으로는 계속 균형을 잡아야 하고 팔로는 작업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연함과 근력이 부족하지만 평형 감각에 자신이 있던 내겐 고소공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감하기보다 신중한 편인 성향도 안전을 최우선하는 지붕 작업에 잘 맞았다. 지붕에만 오르면 암벽등반을 하는 김자인 선수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 가파른 지붕 위에 오르면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온 힘을 다해 붙잡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체감할 수 있어 좋았다. ⓒ촬영: 비전화공방서울


가로상을 밟고 지붕을 오르내리며 반복적으로 펠트를 펴고 마감재를 고정할 때면 온몸이 묘한 긴장감으로 휘감긴다. 타정기의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손과 팔에 전해지는 둔탁한 무게감. 평소와 다르게 덜컹 하는 소리로 타정기에 가득 차 있던 못이 소진됐음을 알아차리는 순간 ‘어느새 이만큼이나 지붕을 덮었군’ 만족감이 차오른다. 짬 날 때마다 숨을 고르며 쉐이크의 밑동이 평행하게 놓이는지 점검하다 보면 심장이 빠르게 수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하루의 작업을 마치고 멀찌감치 서서 한 줄 한 줄 완성되어가는 지붕을 보고 있노라면 건축물에 우리가 켜켜이 쌓은 시간들을 헤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무엇’보다 ‘태도’


지붕을 덮는 작업은 통상적인 목조주택의 지붕 시공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더디고 미숙한 작업자인지라 세상 모든 장면이 신기한 아이처럼 새벽이슬에 젖은 적삼목의 향에도 화들짝 놀라고 저녁내 지붕에 떨어져 쌓인 마른 솔잎에 작업화가 자꾸 미끄러지는데도 재미나다 깔깔대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소소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촛불처럼 마음이 요동치지 않기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니어도 무언가 할 줄 안다 부끄럼 없이 내세울 수 있기를, 그렇게 누구나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나 보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작업장인데도 비계를 타고 올라가면 다른 눈높이에서 또 다른 절경을 선사하는 북한산에 넋을 잃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평범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낯설게 만들며 가벼운 긴장으로 설레는 아이가 되는 일은 생각보다 나를 기쁘게 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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