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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다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콜카타, 마더 테레사 하우스


※ 초보여행자 헤이유의 세계여행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서른여덟에 혼자 떠난 배낭여행은 태국과 라오스, 인도를 거쳐 남아공과 잠비아, 탄자니아, 이집트 등에서 3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혼+마흔+여성 여행자의 이야기를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사진에 미처 담지 못한 콜카타의 하루하루

 

▶ 마더 테레사 하우스 샨티단에 도착하자마자 수백 벌의 오물이 묻은 옷들과 시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헤이유


콜카타. 이곳은 더럽다. 냄새도 무척 심하다. 아무데서나 사람들이 오줌을 눈다. 길가에 피부병이 심한 개들이 누워 잠잔다. 까마귀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쓰레기를 뒤지는 이가 넘쳐난다. 길가에서 목욕하는 풍경도 흔하다.

 

매연과 먼지 때문에 하루종이 목이 따끔 거리고, 수없이 많은 자동차들의 경적 소리와 오토바이의 경적 소리들…. 길가엔 따라붙어 구걸하거나 호객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쫒아온다.

 

잘못하면 똥이나 쥐의 시체나 어떤 동물들의 내장이나 과일 껍질이나 누워 자는 개나 심지어 길가에 앉아 구걸하는 걸인들을 밟을지도 모른다. 혹은 차나 오토바이 릭샤에 치이거나…

 

확실한 건 인도의 상당 부분 지역이 이렇다는 것이다. 혹은 더 심하거나.

 

콜카타에서는 아니, 인도에서는 사진을 찍지도 글을 쓰지도 못하는 일상이다. 그만큼 정신없고 바쁘고 피곤한 하루하루이기도 하지만,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살아있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진기를 들이대는 것이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를 내면으로 이끄는 샨티단의 여성들

 

콜카타의 생활은 마더 테레사 하우스의 일로 가득 찬다.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만난, 봉사활동을 같이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 한국인 친구들, 함께 일하는 안티(월급을 받고 일하는 현지인들), 그리고 콜카타 식구들…. 이곳의 생활은 한 달은 지난 것 같기도 하고 하루가 지난 것 같기도 하다.

 

콜카타에 도착한 다음날, 새벽 6시 반에 일어나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일을 했다. 잘 알려진 슈슈바반(발달장애 영유아들을 돌보는 곳)이나 칼리캇(임종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모시는 곳)은 인기가 워낙 많은 곳이다. 나는 샨티단(폭력피해 여성들과 장애소녀들의 일상을 보조하는 곳)에 가게 되었다.

 

▶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한다.  ⓒ헤이유

 

아, 샨티단! 이곳의 여성들에게 나는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가. 이곳은 자원봉사자들에게 인기가 없는 지역이라서 세탁기도 없다. 하우스 본관에서 버스를 타고, 카오스 같은 시내를 거쳐 20분을 달려가야 나오는 곳이다.

 

도착과 동시에 수백 벌의 오물이 묻은 옷들과 시트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두어 시간을 밟고, 짜고, 일곱 여덟 명의 봉사자들과 서너 명의 안티들이 함께 빨래를 마치면, 삼층을 올라가 옥상에 하얗게 시트를 말려놓고 티 한잔의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오십 명 정도의 친구들에게 밥을 먹이고, 함께 놀아주고, 각자의 침대에 옮겨 낮잠을 재운다. 아, 물론 침대에 옮김과 동시에 기저귀와 옷, 시트를 갈아야 한다. 그렇게 5-6시간의 일정이 끝이 난다.

 

몇 개월을 봉사한 친구들 앞에서 뭐라 얘기할 자격이 없지만, 나는 마더 테레사 하우스 때문에 콜카타가 100배는 더 좋아졌다. 샨티단에서의 오전 봉사활동은 나를 다른 곳으로 인도하고 있다. 좀 더 깊고 좀 더 어둡지만 확실히 실체가 있는 내면의 곳으로…

 

웃음과 장난과 내 머릴 쓰다듬는 손길과…

 

오전은 샨티단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간간이 오후에는 칼리캇(임종을 기다리는 집)에 가서 어르신들을 안마해드렸다. 오전만 봉사해도 되지만 좀 무리를 했더니 피곤하다.

 

하루는 나보지본(장애남성과 장애소년을 위한 쉼터)으로 갔다. 일요일은 길거리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밥을 주는데, 봉사활동 지원자가 많아서 뽑기를 한다. 나는 선정이 안됐지만 친구 소정을 대신해 나가게 되었다. 장애 아이들과 교류할 수 있는 것도 내겐 무척 감동이지만, 길거리 아이들 또한 나를 행복하게 한다. 사실 나는 길거리 건달들, 십대 소년들과 더 친하다. 내가 길거리 인생이라 그런가?

 

▶ 나를 사랑해주던 아이들. 사진은 마지막 날에만 찍을 수 있다.  ⓒ헤이유

 

그리고 콜카타에서의 만남을 이야기하려면 빼놓을 수 없는 엔잘스 세 자매! 기가 세서 안티(테레사 하우스 직원)들을 마음껏 휘두르면서도, 동생을 챙기고 얌전한 친구들. 친구의 동생까지 챙기던 우리 아이들. 목욕을 시킬 때 나이가 좀 많은 친구들은 문이 조금만 열릴라 치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앙칼진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 친구들에게 디스코 머리를 땋아 주었다.(머리에 그 많은 이들! 지금 내 머리가 간지러운 건 그 이유 때문은 아니겠지.) 내가 맘에 들었는지 나갈 땐 문 밖까지 날 데려가더니, 세 자매가 뽀뽀를 퍼부어 주고는 자기 집에 가자며 끌고 나갔다.

 

콜카타에서의 하루하루. 봉사자들은 다국적이며, 여러 친구들을 사귈 수 있고, 현지인들과도 다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음식도 입에 잘 맞다. 짜긴 무지하게 짜다. 아! 라씨!!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씨를 파는 곳도 알아두었다.

 

샨티단 여성들의 빨래와, 즐거운 식사 시간과, 똥 기저귀가 기다리겠지만 그들의 웃음과 장난과 내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 또한 기다릴 것이다.  헤이유_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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