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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 규명은 정치적 거래대상 아니다’

세월호와 함께 사는 사람들(6) 2주기 이후의 소식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를 넘어섰고, 국민안전처에선 ‘노약자는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기 바랍니다’ 라며 폭염경보 문자를 보냅니다. 하지만 뜨거운 아스팔트 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는 열흘이 넘도록 릴레이 단식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7월 27일부터 일주일동안 이어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이석태 위원장의 단식에 이어, 특조위 위원들과 야당 국회의원들이 ‘특조위 조사 활동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단식 농성 중입니다.

 

이 무더위에 시민들의 동조 단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민아빠’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목숨을 걸고 단식했던 2년 전과 상황이 그리 변한 게 없어 보입니다. 저는 야외 단식농성에 참여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지만, 건강 상의 문제로 미처 전하지 못했던 ‘세월호 2주기 이후’의 소식을 알리려고 합니다.

 

▶ 2016년 8월 7일 단식농성 12일차. 낮 최고기온이 34도이고 광화문의 체감온도는 훨씬 높다.  ⓒ촬영: 전춘자

 

아이들의 흔적이 있는 ‘기억교실’ 이전키로

 

폭우가 쏟아지긴 했지만, 세월호 2주기 행사는 1주기 때와는 달리 평화롭고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공권력의 진압이 없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5월 초에는 단원고 측에서 이삿짐업체를 불러 ‘기억교실’을 몰래 강제 철거하려 했습니다. 이를 저지하느라 유가족과 시민들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섰습니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경기도교육청, 그리고 416가족협의회와 안산시, 안산교육지원청, 단원고 이렇게 7개 기관과 단체의 대표가 4월 27일 ‘기억교실’ 이전 등 단원고 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5월 9일에 ‘협약식’을 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유가족과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시민들은 크게 분노하고 또다시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그때 유가족과 시민들의 노력으로 강제 철거는 막았지만, 이번 여름방학 중에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으로 아이들의 흔적을 이전하기로 했고, 현재 진행 중입니다. 네 학생(허다윤, 조은화, 박영인, 남현철)과 두 선생님(양승진, 고창석)이 돌아오시기도 전인데 말이지요. 또, 유가족들은 그나마 ‘기억교실’이 있는 동안엔 아이들 자리에 앉아보거나 아이들을 그리워하던 많은 사람들의 흔적을 보며 힘을 내실 수 있었는데, 이제 얼마나 막막할 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아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퍼올린 진실

 

5월에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중 서명운동도 벌어졌습니다. 2014년 6백만 시민의 서명으로 만들어진 세월호 특별법은 여당의 반대와 정부의 시행령에 의해 상당 부분 무력화되었지만, 그래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냈습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위원들은 특조위 활동에 비협조적 태도를 고수해습니다. 여당과 주요 언론이 합세해 특조위 흠집내기에 주력하고, 정부는 예산을 주지 않다가 2015년 8월이 되어서야 반 토막 낸 예산을 지급했어요.

 

관련 기관들은 특조위가 요구하는 서류들도 잘 내주지 않았지만, 다수의 특조위 위원들은 자신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공중파 방송이 정권 눈치를 보느라 생방송을 하지 않았지만, 작년 12월에 열린 1차 청문회에서는 해경 경비정 123정이 현장지휘관 함정으로 임무를 부여 받은 것인지조차 확실치 않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또, 해경이 구조보다도 해경청장 의전에 더 주력한 정황도 밝혀졌지요.

 

지난 3월 말 열린 2차 청문회에서는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 본사에서 선원들에게 ‘해경이 도착할 때까지 승객들을 탈출시키지 말고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점이 드러났습니다. 간부 선원들이 협의를 통해 ‘선내 대기’로 결론을 내린 사실도요. 청해진해운은 국정원과 참사 발생 수년 전부터 잦은 접촉을 해왔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해온 것도 드러났습니다.

 

잠깐 이슈가 되었지만 금세 묻혀버린 중요한 사실, 세월호에 제주 강정마을로 가는 철근 400여 톤이 실려 있었다는 것도, 특조위가 진상 규명 보고서를 통해 밝혀낸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당과 보수단체들은 세월호 특조위를 무능력하고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며 ‘예산낭비’, ‘세금도둑’ 여론을 끊임없이 만들었습니다. 작년 8월에야 예산을 지급한 정부는 특별법이 시행된 지난해 1월 1일을 특조위 출범일로 간주해, 올해 6월 30일자로 특조위 활동을 종료시켜버렸습니다. 박정희 기념사업에는 1천9백억 원 가까이 지출하는 정부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세월호 진상규명 예산을 아까워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 2016년 7월 25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 전시실. 엄마들의 꽃누리미 작품들.   ⓒ촬영: 엉겅퀴 

 

‘대통령의 7시간’은 조사에서 제외시켜라?

 

아홉 명의 미수습자들과 함께 아직도 바다에 갇혀있는 세월호는 기상 문제로 선수 들기 작업이 여섯 차례나 연기되었습니다. 드디어 7월 29일에 세월호 선수를 약 5도 들어 올리는 선수 들기 공정과, 선체 하부에 리프팅 빔 18개를 설치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되었고 9월 중 인양이 목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배가 올라와도 특조위가 진상 규명 활동을 할 수가 없습니다. 유가족과 특조위의 참관을 막은 인양 과정에서, 이미 세월호 선체의 상당 부분이 훼손되어 중요한 증거들이 손실되었을 위험도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가족과 시민 304명은 전국에서 41만 여명의 시민들이 서명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6월 7일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한 감독, 인양된 세월호 선체에 대한 정밀 조사를 특조위 업무 범위에 추가할 것 ▷특조위 조사 활동을 선체 조사가 시작된 날로부터 최대 1년 이후에 종료할 것 ▷특조위 조사 활동의 개시 시점은 2015년 8월로 명확히 할 것 ▷국가기관 등에 진상규명 협조 의무를 부과할 것 등이 그 내용입니다. 이에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지만, 소관 상임위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여당은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에서 제외한다면, 특조위 활동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여‧야 간의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하면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것이고요.

 

언론을 대신해 세월호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민들

 

6월 17일에는 총선을 앞두고 박주민 후보(현 의원)의 선거홍보 차량을 몰며 세월호 진상 규명을 염원했던 김관홍 민간잠수사(기사 보기: 김관홍 잠수사가 들려준 세월호 구난활동의 진상)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된 행사라면 어디서든 뵐 수 있었던 분, 자신의 고통을 끌어안고 유가족을 챙겼던 김관홍 잠수사의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힘겨워했습니다.

 

6월에는 또,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기사를 빼줄 것을’ 요구한 이른바 ‘세월호 보도개입’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습니다. 전국언론인노동조합과 KBS본부는 이정현 의원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여론은 곧 잠잠해졌지요.

 

7월 중순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비방하는 조직적인 ‘댓글 부대’가 떴습니다. ‘트윗덱’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는데, 이 앱은 지난 대선에서 ‘댓글 부대’로 파문을 낳았던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이용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특조위에 따르면, 트위터 계정 두 개(조장)가 주도적으로 유가족 비방 글을 올리면, 곧바로 수십 개의 개인 명의 트위터 계정(조원)이 리트윗(RT)해 확산시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역시 공중파에선 이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 노란리본 공작소에서 자원활동하는 정찬민 판화가가 故 김관홍 잠수사를 기린 판화를 나눔하는 모습 ⓒ촬영: 정찬민

 

이처럼 정권에 의한 언론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세월호의 진실은 가려지고 사람들의 피로도를 높이면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특조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커지게 만드는 것은 정말 쉬운 일입니다. 그래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진실을 원하는 시민들은 자신의 시간과 돈을 들여 활동하고, 직접 경험한 것이나 유가족의 이야기를 인터넷과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경련에게 자금을 받아 움직이는 어버이연합이나, ‘유령 계정’을 동원해 세월호 유가족들과 진상 규명 활동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유포해온 보수단체들의 조직적인 움직임을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소수의 시민들이 감당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여전히 팽목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있습니다. 매일 오전에는 청운동, 오후에는 홍대에서 미수습자들을 기억하라는 피켓팅이 진행됩니다. 또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서명을 받고 있는 세월호 가족들이 있습니다. 세월호를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노란 리본을 만들고 있는 시민들이 있습니다.

 

언론을 믿을 수 없게된 지성 아버지는 여전히 직접 카메라를 들고 ‘416 TV’를 통해 세월호 관련 소식을 전합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세월호의 문제에만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소외된 분들에게 연대의 손길도 내밀면서 이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시민들이 2년 전 ‘유민아빠’를 살리고자 했던 마음을 떠올려주었으면 합니다. 그때는 일베의 ‘폭식투쟁’에 분노했는데, 이제는 무관심과 고립이 두렵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 특조위 해체를 막고 힘을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의 진실을 위한 시민들의 활동을 응원해주세요. 무엇보다 이 무더위 속에서도 세월호의 진실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길 바랍니다! (화사)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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