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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종결되지 않았다
12.28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설립 ‘무효화’ 요구 커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12.28 한일 양국의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08억원)을 지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일본 측이 10억엔을 내게 되면 12.28 한일 합의는 이행된 것이며, 양국 정부가 합의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에 이르게 된다.
이렇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종결시키려는 양국 정부의 움직임이 발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12.28 합의를 규탄하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번복하지 않는 사죄)와 법적 배상을 촉구하는 운동 또한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8월 14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이날을 전후로 전국 각지에서는 다양한 연대행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 날은 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로 공개 증언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고발한 날을 기억하고 그 용기와 투쟁을 기리기 위한 날로, 2012년 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각국 참여자들이 함께 결의했다. 올해 4회를 맞는 기림일인 오늘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나비 문화제’가 열렸다.
▶ 8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나비 문화제'에서, 발언하는 김복동 할머니와 진행자 권해효씨. ⓒ일다
“정부가 이 할매들 몸 팔아서 재단 만드나”
‘나비 문화제’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요새 밥맛도 없고 잠도 안 온다. 정부가 할매들 몸 팔아서 재단을 만드나. 용서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복동 할머니가 말한 이 ‘재단’은 12.28 양국 정부의 합의에 따라 설립된 것으로 정식 명칭은 ‘화해·치유 재단’이다. 이 재단은 지난달 28일 출범했으며 여성가족부에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했다.
김동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 사무처장은 ‘화해·치유 재단’에 대해 “한마디로 돈을 위한 재단”이라고 말한다.
‘화해·치유 재단’은 발족 후 생활비 지급 등 피해자들이 수혜를 받는 ‘직접 사업’과 기념사업 등 ‘상징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초점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일본이 출연하는 10억엔이 거쳐 가는 통로 역할에 맞춰져 있다.
이 10억엔은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죄와 전쟁범죄 행위를 인정하는 것에 따른 배상금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배상금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애매모호하게 발언하고 있지만, 이미 일본 정부는 이것이 ‘도의적 책임’에 따른 ‘인도적 지원금’이라고 밝힌 바 있다.
▶ 8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나비 문화제' 참여자들은 12.28 합의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일다
피해자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사죄와 인정’
‘나비 문화제’에서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가 위로금 몇 푼 받으려고 싸우고 있나? 국민들과 민간단체들이 알뜰히 보살펴 주고 있고, 후원만으로도 풍족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희 정대협 사무처장 역시 “지난 운동의 성과로 이미 피해자들이 안정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잘 해왔어요. 1993년 제정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생활안정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로 할머니들한테 생활비가 지급되고 있고, 간병비나 의료비도 지원받고 계세요. 할머니들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진정한 사죄와 배상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일 양국은 피해자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지금까지 요구해 온 해결안은 한 톨도 담지 않은 합의를 했고, 그 결과로 재단을 설립했다. 결국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도구가 ‘화해·치유 재단’인 셈이다.
▶ '나비 문화제'에 참여한 김복동 할머니(좌)와 길윤옥 할머니(우)의 모습. ⓒ일다
화해·치유재단 vs. 정의기억재단
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제대로 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의 뜻 위에서 세워진 재단이 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하 정의기억재단)이 그것. 양국 정부의 12.28 합의 이후, 정대협과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한일 ‘위안부’ 합의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을 결성했다. 이들은 지난 6월 9일 ‘정의기억재단’ 설립 총회를 개최했고, 현재 행정기관에 사단법인 등록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정의기억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뜻에서부터 시작됐다. 12.28 합의에 분노한 할머니들은 “(배상금도 아닌) 그 돈을 우리가 왜 받느냐, 우리 손으로 해결하자”고 했고, 김복동 할머니가 기부한 100만원이 주춧돌 기금이 되어 재단 설립이 추진됐다.
“7월 14일까지 9억4천만 원의 현금이 걷혔어요. 시민들도 많이 참여했고 민주노총이나 한살림 같은 단체나 지역 모임들에서 각자 모금활동을 해서 보내왔어요. 배지 만들어 판매한 금액과 작은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어 판매한 금액 등도 모였죠.” (김동희 정대협 사무처장)
‘정의기억재단’은 일차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을 규명하고 12.28 양국 합의를 무효화하기 위한 활동과 피해자 지원사업을 해 나갈 예정이다. 세계 각국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과 장학사업,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연구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폭과 주최 단위를 더 확장해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더욱 확장될 것
한일 양국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종결’지으려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은 그치지 않고 있다. 아니 12.28 합의 이전보다 오히려 활발해지고 있다.
▶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8월 14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열린 '나비 문화제' ⓒ일다
김동희 정대협 사무처장은 “12.28 합의 이후 수요시위 현장 분위기가 좀 더 젊어졌다”고 전한다. 12.28 합의 이전에는 수요시위에 참여하는 젊은 층이 주로 대학생이었는데, 합의 이후에는 중학생, 초등학생들도 정말 많이 온다고.
또 각지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평화비가 건립되고 있다. 12.28 합의 이후에 13개의 평화비가 세워져서 현재까지 40개의 평화비가 건립됐다. 앞으로도 20여개가 더 세워질 예정이다. 각 지역에서 시민들은 이 ‘평화비’를 베이스캠프 삼아 정기적으로 집회를 열고, 모금활동을 벌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알려내고 있다.
“정대협이 25년 동안 싸워왔는데 할머니들한테 ‘해방’을 못 안겨드렸어요. 그 지점에선 절망적이지만… 이 절망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결국 사람들의 힘일 텐데, 더 많은 사람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자신들이 함께해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됐고 이 운동이 더 커졌다는 측면에서는 희망적입니다.”(김동희 사무처장)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계속 확산될 것이며, ‘정의기억재단’이 그 구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진정으로 해결될 때까지. (나랑 기자)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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