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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를 안고서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 엄마가 되다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  [아가를 안고서]     ©사사의 점심(點心)

 

엄마가 되었습니다.

이 몸에서 아기가 나왔으니 엄마인 셈이지요.

그러나 엄마의 마음은 저 깊은 곳에 꼭꼭 숨어 있나봅니다.

 

엄마가 된지 일주일째인 오늘, 가만히 아이를 안고 있자니 커다란 눈망울이 건네는 충만함보다도 아이에게 젖을 제대로 먹이지 못해 생긴 고된 심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뱃속에 있던 생명을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던 간절함은 어느덧 ‘수유’(授乳)라는 장벽에 묻혀 잊혀지고 말았지요.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법, 아기가 젖을 빨 줄 알게 되는 훈련, 엄마에게 젖이 생기는 원리… 이 모든 수유(授乳)의 항목들을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로 치부하고 보니,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름뿐인 엄마가 되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매일 보고 있었지만 아이를 생명 그대로 보아 주는 걸 놓쳤음을 인정했습니다. 귀한 생명이고 여물어갈 인격체이며 우리 가족과 함께 걸어갈 한 존재임을 잊고 있었지요. 몸은 엄마가 되었지만 엄마의 마음은 덜 여물었던 겁니다. 팍팍하고 따가운 가슴앓이를 걷어내고 온화하면서 단단한 어미의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아가를 안고 바라봐야 할까요.

그 물음을 서서히 지펴가면서 

지금 이 순간부터 진짜 엄마가 되려합니다.

 

※ 많은 분들의 기도로 ‘우주’를 무사히 순산하였습니다. 지금은 일명 ‘수유전쟁’ 중에 있는 초보엄마가 되었지요. 그렇지만 이 시간을 전쟁처럼 보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루에 한걸음씩 같이 나가는 인생 과정이니까요. 매일 새로운 경험이 일어나고 그것에 집중하는 시간이 온 거라 여기렵니다. 순산을 바래주신 모든 분들께 아주 깊고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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