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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보내는 겨울밤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12) 우리 엄마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가족을 그리는 건 아직까지 나에겐 쑥스러운 일이다. 아주 좋은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쑥스럽다.

 

내 피부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별로 궁금해 하지 않는 신랑과는 달리 엄마는 밤낮으로 내 환부를 살피며 약을 발라주시는데, 그래서 엄마다. 시집가서도 이렇게 엄마랑 살고 있는 걸 보면, 예전에 본 어느 사주풀이에서 나는 엄마 덕에 사는 팔자라고 하던데 그 사람이 잘 보긴 하는 사람이었나 보다.

 

십여 년 전 아빠와 이혼을 하고 난 후, 우울증이 찾아올 것 같다며 밤낮으로 불교 공부를 시작하시더니 포교사까지 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마 나도 절에 다니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때 보았던 엄마는 매우 강해 보였다. 아니, 강하기보다는 지혜로우셨던 것 같다.

 

“40여 년 동안 밥하는 거 지겹지 않아, 엄마?”라는 질문에 “그래도 네가 뭐 먹고 싶은 거 해달라고 하는 게 좋아”라는 말씀하시는 걸 보면, 난 참 자신 없다. 며칠 전 종영한 드라마 ‘응팔’(응답하라 1988)에서 엄마의 폐경기 우울증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보며 한참 울었다. 나는 엄마의 폐경기가 언젠지도 모르고 지나간 딸이어서 더 눈물이 났다.

 

퇴근 후 서둘러 집으로 와 ‘엄마의 집밥’을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서울의 겨울밤이 행복하다.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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