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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에 쑥덕쑥덕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 바느질 모임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   [한 땀 한 땀에 쑥덕쑥덕]   © 사사의 점심(點心) _ 바느질 모임 


사랑방 같은 카페가 하나 있다. 테이블이 다섯 개 정도 있는 내부의 한쪽 벽은 책이 가득하다. 카페 주인장은 초등학생 둘을 둔 엄마인데, 딸내미가 그린 그림을 카페 벽에 붙이거나 카페를 드나드는 사람들이 소식지, 포스터, 안내문 등을 게시하도록 해준다. 지리산 댐 건설을 반대하는 리플릿, 소모임 안내문 같은 것을 만날 수 있다.


이 공간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 개성 가득한 삶의 주인공들이 오고가는 다양함이 있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들에겐 음료와 음식 가격을 낮추는(때론 공짜) 넉넉한 인심도 있다. 콘텐츠도 풍성하다. 종종 카페가 주최하는 모임, 워크샵, 영화 상영, 연주회 등이 열릴 뿐만 아니라 벼룩시장 형태의 장터도 열린다. 그냥 단순히 음료를 사고파는 카페일 수 없는, 문화사랑방 같은 곳이다.


이 카페가 함양의 ‘사랑방 네트워크의 장(場)’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카페 주인장 부부가 발산하는 에너지 때문일 것이다. 카페를 연 이래로 무척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청년 지역활동가’의 면모 그것이다. 시골이라는 환경에 맞춘 내용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열의, 그리고 이어지는 크고 작은 활동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쌓이더니, 급기야 주인장은 사업공모전에 도전하여 프로젝트를 따내는 성과를 올리기까지 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시민문화예술 지원사업 공모전이 그것인데, 이를 통해 프로젝트 진행비를 확보해 11월과 12월 두 달 간 맘껏 예술 관련 모임을 열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바느질 모임’이다.


모임원 모집에 영광스럽게도(?) 들어갈 수 있었다. 아줌마와 청소년이 구성원이고 그 중에는 베트남 엄마도 참여를 하니 연령, 국적의 경계를 두지 않는 모임이 되었다. 열 명 남짓 여성들이 실과 바늘을 만남의 연결고리로 삼고, 그날의 주제에 따라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가 이 바느질 모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바느질보다도 말하고 듣는 것과 그러면서 변화되고 형성되는 공동체적 관계성을 관찰하는데 있다. 지금의 ‘나’를 알아가기, ‘고마운 이’를 통해 따뜻한 추억을 되새김하며 감사함으로 따뜻한 마음을 되살리기, ‘환경’을 생각하기, ‘협동’작업의 묘미를 체험하기 등의 주제에 대해 나눈 수다가 어떤 작용을 할 지 몹시 궁금하다.


바느질을 하면서 아이들과 어른들 간의 수다가 피어날 것이고, 그 수다가 단순한 수다로 흩어지지 않고 경청과 동감을 통해 보살핌이 되기도 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탄생하거나 모임 이후의 또 다른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가슴을 움직이게 하고 의식을 흔들어 주며 수족을 이용하는 움직임들이 이런 작은 모임들에서 하나씩 움틀 수도 있는 법이니까. 마을의 사랑방 같은 카페에서 말이다.


‘바늘에 실을 꿰듯 사람들을 잇는다.

한 땀 한 땀 바늘땀이 늘어갈 수록 쑥덕쑥덕 건강한 수다가 쌓이면 좋겠다.

짜잔~! 평범한 천이 옷이 되고 소품으로 변하여 근사해지는 것처럼

자율과 자발적 에너지가 흐르는 교류가 넘치는 보배 같은 마을로 만들자.

으쌰- 으쌰- 하는 기운을 만들어 내자.’  


※ 바느질 첫 모임의 주제는 ‘나’였습니다.

   나만의 머그잔에 살포시 씌워 줄 포대기를 만들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죠.

   그려진 것은 ‘컵 워머’라는 것인데 ‘컵 포대기’란 이름이 더 정감 가네요.

   아기를 포대기로 업은 모양 같아 보이지 않나요?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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