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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우산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9) 비 오는 날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비는 도대체 며칠 동안 내리는가. 시골에선 요새 쓸 데 없는 비가 내려 말리려 걸어 둔 곶감이며, 무말랭이가 곰팡이로 가득하다. 비가 오는 덕에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집 짓기 일이 지지부진했고, 노오랗게 물든 뒷산 잎들을 구경하려 했으나 금새 떨어지고 말았다. 고양이들조차 뽀송뽀송한 흙을 찾아 헤매는걸 보니….
그러니까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던 한 주를 보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 [춤추는 우산] ©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9)
싸늘해진 날씨에 두껍게 입은 사람들과 습한 전철 안의 공기와 만나니, 거북함을 주지 않기 위해 우산을 어떻게 잡고 있어야 할지 두 손에 여기저기 옮겨 본다. 잠시 내려놓는다 해놓고선 잃어버린 우산이 한 두 개가 아니므로, 무조건 장우산을 갖고 다니고 손목에 끼고 있는다. 옆의 사람의 접이식 우산에서 떨어지는 물이 내 발등에 똑똑 떨어지니, 자리를 살짝 옮겨본다.
사실 나는 시골에서는 웬만해선 우산을 쓰지 않는다. ‘내 우산’이라는 개념도 없다. 공간이 많다는 느낌이 주는 안도감으로, 소유에 대한 생각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단지 귀찮아서일 수도 있겠다.
비 오는 날 전철 안, 최소한의 나의 공간에서 바라보는 그네들의 우산이 춤을 추고 있다. ▣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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