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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화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8)
※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간과 자연, 동물이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현재 비주얼 에이드visual aids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점촌행 버스에 올라 타 ‘3’번 자리에 앉으려는데 다른 분이 먼저 앉아계셨다. ‘여긴… 제 자리…’라는 암묵적인 눈치를 주었지만, 그 분은 못 알아들은 듯 계속 내 눈만 바라보고 있다.
상황을 보니, 청각장애인 세 분이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셨나 보다. 나는 바로 뒷자리에 앉아서, 차가 떠나기 전 5분 동안 그분들이 나눈 대화를 귀 기울여 들었다. 아니, 보았다고 해야 맞겠다. 장애인복지관에서 잠시 봉사활동을 했을 때 배웠던 수화로 이해를 해보려 했으나 이내 포기하고, 나는 그리기 시작했다.
▲ [그들의 대화] © 이두나의 Every person in Seoul
그들의 대화는 마치 부처님의 수인 같다. 같은 공간,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는 자연현상 같기도 하다. 지적장애를 가진 시아버님 얼굴이 떠오른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게 된 후부터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 장애인의 가족들 심정을 생각하게 되고, 내 가족의 모습이 투영되기도 한다.
가을 내 마당에 떨어진 은행나무 잎과 은행을 줍는 것에 몸서리가 쳐진다는 시아버님 말씀이 귓가에 맴돈다. 시댁에 도착하니 “새아가, 잘 있었어?”라고 반겨주신다. ▣ 이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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