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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햅쌀 한 톨
사사의 점심(點心) 쌀농사와 가족농사
▲ [2015년 햅쌀 한 톨] © 사사의 점심(點心)
노란 빛깔로 가득했던 논들이 점차 비어가고 볕이 잘 드는 길 위에는 타작을 마친 볍씨들이 이리저리 몸을 굴리며 물기를 털어내는 가을이 흐르고 있다.
작년 봄에는 자연의학을 공부하러 시골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 학교에 두 청년이 오게 되었는데, 한 사람은 학교의 기초교육 과정 담당자라는 소임을 맡았고 또 다른 이는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입학 지원을 했다. 학교에 오기 전 두 사람은 문경의 어느 공동체에서 지냈기에 서로 잘 아는 사이였다. (친구라기보다는 도반 느낌의 관계라고나 할까.)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학교 생활을 성실히 해나가는 청년들이다.
1년이 흘러 올해 봄이 되자, 건축 공부를 하던 이가 논을 빌려 벼농사를 시작했다. 농기계 다루는 법을 배워가고 부지런히 논을 돌본다는 이야기가 한해 내내 들려왔다. 그리고 가을이 되자 타작을 했다는 수확 소식이 전해졌다. 아니, 이 건축인이 진짜 초보농사꾼이 되었군!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도 들어 냉큼 햅쌀 20kg을 주문해 놓고 초보농사꾼의 첫 작품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며칠 후면 맛볼 수 있으리라.
그가 논농사를 지을 동안 또 다른 청년은 가족농사를 지었다. 가정을 꾸렸다는 얘기다. 한 해 동안 기초교육 과정을 담당한 청년과 나의 사이가 가까워져 이제는 한 지붕 아래서 살게 되었음을 독자들에게 살짝 고한다.
내년에는 우리도 벼농사를 시작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래서 한 해 먼저 농사를 시작한 건축청년학도의 행보가 타인의 일 같지 않다. 그의 수확 소식을 접하고 여러 느낌과 생각이 교차한다. 그것은 조금씩 ‘자급자족’을 향하는 내 미래의 발걸음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자급자족, 그 단어 속에는 이 손으로 지은 것을 먹고, 짓지 못한 것들 중 필요한 것은 주변의 지역 생산자로부터 얻으며 살고, 내게 충분한 것을 나누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런 삶을 그리며 ‘나도 할 테다!’라고 의지를 낼 수 있음에 은근히 가슴이 콩콩 뛴다. 가슴 뛰는 내일을 만들어 갈 첫 발걸음을 2015년 햅쌀 한 톨에서 만났다. . ▣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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