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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는 사람들

아시아의 동성결혼, 어디까지 와 있나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5. 6. 29. 10:25

아시아의 동성결혼, 어디까지 와 있나
한국, 일본, 대만 혼인평등과 가족구성 권리운동

 

 

 

 

 

미국 연방대법원은 6월 26일 동성커플의 결혼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미국은 모든 주에서 동성 간 혼인이 가능해졌다.

 

이는 한 남성동성애자가 반려자의 사망 후 사망증명서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기 위해 제기했던 소송의 결과다. 이에 앞서 2013년 미국 연방대법원은 결혼을 ‘남성 한 명과 여성 한 명의 이성간 결합’으로 정의한 결혼보호법(DOMA. 1996)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아시아에서는 아직 동성결혼이 법제화된 나라가 없다. 그렇다면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동성커플의 제도적 권리는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으며, 이를 보장받기 위한 운동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동성 파트너십’ 조례 만든 일본 시부야구

  

▲  6월 28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 - 사랑하라 저항하라  행사와 퍼레이드 © 일다 
 

6월 9일부터 시작된 퀴어문화축제 2015 주간을 맞아,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법 앞에 선 커플: 동성 파트너십 권리 국제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는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와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녹색당 소수자인권특별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했다.

 

일본의 타카오카 법학대학 타니구치 히로유키 교수는 지난 3월 31일 도쿄 시부야구(區)에서 제정된 동성 파트너십 관련 조례에 대해 소식을 전했다. 시부야구 의회에서 제정한 이 조례의 명칭은 ‘시부야구 남녀평등 및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추진하기 위한 조례’이다. 그 내용은 동성커플에게 ‘파트너십 증명서’를 구청장이 발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는 조건을 달고 있는데 “미풍양속을 거스르지 않아야 하고, 임의 후견계약(서로의 후견인이 되는 계약)의 공정증서를 작성”해야 한다. 세세한 절차는 아직 제정되지 않은 상태이며 내년까지 완성될 예정이다.

 

타니구치 히로유키 교수는 “파트너십 증명서가 혼인과 같은 법적 효과는 없으며, 특히 상속이나 세금 관련해서는 효과가 없다. 또 시부야구 안에서만 효력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트너십 증명서를 받은 커플은 구립주택에 입주할 수 있고 시부야구 내 기업, 병원 등에서도 파트너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다. 이를 위반하는 기업은 이름을 공표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日 세타가야구 “조례 아닌 행정기관 결정 끌어내겠다”

 

시부야구 옆 세타가야구(區)에서도 동성파트너십을 보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본 최초로 커밍아웃을 하고 선출직으로 당선된 정치인인 카미카와 아야씨는 13년째 세타가야구에서 여성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야씨는 MTF(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여성이다.

 

카미카와 아야 의원은 “시부야구에서 조례가 제정된 후 세타가야구 구청장도 ‘동성커플의 파트너십을 인정하는 시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후 아야씨는 세타가야구에 살고 있는 동성커플을 찾았다. 15쌍의 커플이 모여 “이 마을에 세금을 내고 살고 있다”는 의미를 담아 주민표와 납세증명서를 제시하는 공개 기자회견을 했다. 

 

▲ 커밍아웃 선출직 정치인 카미카와 아야씨 발표  ©제공: <법 앞에 선 커플: 동성 파트너십 권리 국제 심포지엄> 주최측  

 

아야씨는 “(보수적인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우세한 세타가야구에서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조례 제정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의회가 아닌 구청장 재량의 개혁을 목표로 해서 행정기관의 결정을 끌어내자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조례는 주민이나 기업에 강제력을 지니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또 조례가 있어야만 동성파트너십을 승인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세타가야구에서는 조례가 없어도 성소수자의 성인식이나 학교 내 성소수자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으며, 불필요한 성별 기재란을 삭제하고, 구청 홈페이지에서 성소수자를 상담하는 등 각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한국 ‘헌법에 동성결혼 금지한다는 취지 없어’

 

일본의 다카라즈카 시장(市長)이나 요코하마 시장도 “동성커플을 승인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일본 지자체에서 동성파트너십 인정 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동성결혼은 법적으로 보장돼있지 않다.

 

일본 도쿄 미나토쿠에서 한 동성커플이 혼인신청서를 접수한 적이 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혼인은 양성의 합의 아래에서만 성립하며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지니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서로의 협력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일본헌법 24조 1항이 근거가 되었다.

 

타니구치 히로유키 교수는 “헌법 24조는 일본의 호주제를 폐지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졌고 ‘여성도 자율적으로 혼인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입법 취지를 갖는” 것이지, “동성혼을 금지하는 취지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헌법 13조와 성별, 사회적 신분 등에 의해 국민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헌법 14조에 근거할 때,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일본의 헌법상 허용될 수 없다. 별도의 파트너십법이 없는 상황에서 헌법 14조 1항을 이유로 혼인신청서를 수리하지 않은 건 헌법을 위반한 행위다.”

 

일본에서는 450명의 동성애자들이 오는 7월, 일본변호사협회(JFBA. Japan Federation of Bar Associations)에 인권구체 신청을 할 예정이다. 일본변호사협회는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인권구제 신청을 받고 인권침해 사실을 조사한 후 경고나 권고 조치를 할 수 있다.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인권에 대한 해석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기구다.

 

히로유키 교수는 “인권구제 신청을 통해 내각총리대신, 법무성, 중의원 등에 동성결혼 관련 법 정비를 진행하도록 권고안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 대만에서는 결혼평등법안이 국회에서 1년간 보류되자, 2만명이 모여 국회를 포위했다. ©제공: 대만 반려연맹 
  

동성커플의 혼인신청서가 수리되지 않는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3년 공개 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영화감독), 김승환(레인보우팩토리 대표) 부부가 서울 서대문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불복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대문구청의 불수리 사유는 일본의 헌법 24조 1항과 유사한 우리 헌법 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였다.

 

그러나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36조 1항에서 남녀만이 결혼할 수 있다는 논리를 끌어내는 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헌법 36조 1항의 의미는 ‘성을 이유로 해서 차별 받는 현실이 없어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당시에는 알고 있는 성이 남자, 여자 두 개였다. 이 조항의 원래 의미는 ‘N개의 성’ 때문에 차별 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거다. 법적인 성을 남성에 국한하는 게 아니라, 다양화하면서 억압과 차별을 제거하자는 것이 36조 1항의 의미다.”

 

혼인, 혈연外 가족 구성할 권리…생활동반자법 준비

 

한편 서종희 국민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동성결혼을 법제화하기 힘든 나라에서 입법자들이 시민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과도기적으로 동성결합 제도를 도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수적이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영국에서는 종교적, 상징적 중요성을 갖는 ‘혼인’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면서도, 혼인과 유사한 권리와 의무를 인정하기 위해 2005년 동반자관계(Civil Partnerships) 제도를 도입했다. 이런 과도기를 거쳐 작년에 동성결혼을 법제화(북아일랜드는 제외)했다.

 

서종희 교수는 “과도기는 필요할 수 있지만, 동성커플의 혼인할 자유와 평등권은 ‘동성결합’이 아닌 ‘동성결혼’을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혼인을 1급 결합으로, 동성결합을 2급 결합으로 분리해서 두는 것 자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기본권 침해일 수 있다는 것.

 

또한 서 교수는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것이 진보 진영만의 전유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에서도 보수당이 동성결혼 법제화를 주도했고, 데이비드 카메론 수상은 2011년 보수당 모임에서 “나는 보수당원이기 때문에 동성 결혼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동성결혼도 ‘혼인의 신성함’, ‘혼인의 의무’ 등 보수적 가치로 포섭되고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은 보여준 사례다.

 

이에 대해 ‘가족구성권 연구모임’ 나영정씨는 “결혼이 신성하기 때문에 동성애자들까지 결혼을 하면 더 신성해질 것이라는 서구 국가들의 맥락은 한국과는 맞지 않다”면서, “한국에서 파트너십의 문제는 결혼할 생각이 없는 시민들 모두의 권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생활동반자법)을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입법 발의되지 않은 상태다. 생활동반자법은 동성커플뿐만 아니라 동거나 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 등 혈연이나 혼인 관계 바깥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생활동반자 관계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다. 

 

▲ 결혼평등법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는 대만 시민들의 무지개 포위 운동. ©제공: 대만 반려연맹  

 

‘다양한 가족구성 3법’ 제출한 대만의 반려연맹

 

대만에는 동성커플의 권리뿐 아니라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보장받기 위한 활동을 벌이는 반려연맹(대만 반려자 권익 추진연맹. TAPCPR: Taiwan Alliance to Promote Civil Partnership Rights)이 있다. 2009년 설립된 반려연맹에는 인권단체, 성소수자 단체, 페미니스트 단체, 이혼한 여성들의 모임, 청소년 조직 등이 소속돼있다.

 

반려연맹의 빅토리아 쉬 씨는 “결혼평등권은 쟁취하는 게 당연하지만, 동성커플에게만 법적인 권리를 주는 건 맞지 않다”면서 “반려연맹은 2012년 ‘다양한 가족구성 3법’ 초안을 동시에 국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바로 결혼평등법, 파트너십법, 그리고 ‘선택에 의한 가족제도법’이 그것이다. 총 15만 명, 4백여개 단체의 연명을 받았으나, 이중 결혼평등법만 2013년 10월 국회에 상정됐다.

 

이 법안은 대만의 제 1야당인 민진당 개별 의원들의 지지로 3주 만에 1심을 통과했다. 그러나 그 후 집권당인 국민당이 훼방을 놓고 민진당도 당 차원에서 이 법안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1심 통과 이후 1년 동안 국회에서 보류됐다. 빅토리아 쉬 씨는 “반려연맹은 국회의원들이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는 작년 10월, 국회를 포위하는 무지개 포위 운동을 벌였고 여기에 2만 명이 모였다”고 전했다.

 

한편, 대만에서는 작년 8월 30쌍의 동성커플이 혼인 신청을 했으나 모두 거부되었다. 빅토리아 쉬 씨는 “반려연맹은 이중 세 커플의 행정소송을 대리하고 있다”면서, “법률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는 사법부가 동성결혼의 요구가 존재한다는 걸 인식하고 각성하게 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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