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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농촌소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성매매 피해아동 구조에 헌신, 셰이 컬린 신부의 당부 

 

 

 

“한국인 남성들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제도에서 아동성매매 관광의 주요 수요자가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해외 아동성매매 관광에 나섰던 한국인을 단 한 명도 처벌한 적이 없고 이런 관광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2010년 미 국무부 인신매매보고서(한국 편)

 

“한국남성들은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에서 아동성매매 관광을 즐긴다.” -2014년 보고서

 

한국남성들의 해외 성매매 관광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매매 관광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필리핀의 아동성매매 관광에는 심각한 아동 인신매매와 성착취가 연결돼있다.  ©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2007년, 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현 ‘탁틴 내일’)가 필리핀과 태국에서 직접 성매매 여성들을 만나 실시한 성매매 관광실태 조사에 따르면 “한국남성들은 나이든 사람일수록 어린 소녀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 연간 450만명이 인신매매되고 있고 이중 33퍼센트가 아동이다. 해외에 나가 성매매를 하는 한국인들도 이러한 실태에 연루되어 있는 셈이다.

 

“수천 명의 아동이 성매매 범죄의 희생자 됐다”

 

2015년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5월 9일, 서울 중구 ‘스페이스 노아’에서는 가톨릭사회경제연합과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가 주최한 강연 <셰이 컬린 신부님의 필리핀 아이들을 구하는 공정무역 이야기>가 열렸다.

 

아일랜드 출신의 셰이 컬린(Shay Cullen. 71세) 신부는 필리핀에서 성산업에 유입되는 가난한 아이들과 여성들을 지원하고,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성매매 관광’을 근절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필리핀 ‘빈민의 성자’로 불리며 노벨평화상 후보로 오르는 등 국제 인권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바 있다. 

  

▲ 세계 공정무역의 날을 맞아 방한한 셰이 컬린 신부 <필리핀 아이들을 구하는 공정무역 이야기> 강연. © 일다 
 

셰이 컬린 신부가 1960년대 말 성콜롬반 선교회에서 발령받아 필리핀의 ‘올랑가포’시에 왔을 때, 성매매 관광으로 필리핀 아동과 여성들이 학대 받는 현실을 목격했다.

 

‘올랑가포’시는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139km 떨어져있는 ‘수빅’만의 해안가에 있는 작은 도시로, 수빅만에 있는 거대한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군의 휴양지로 이용됐는데, 미군들에게 ‘휴식과 오락’을 제공하기 위해 투입된 것은 필리핀의 가난한 여성들이었다. 그 후 필리핀의 빈곤과 실업 문제와 맞물리면서 성산업이 번창하기 시작했다.

 

포주들이 성인여성보다 값싸고 손쉽게 다룰 수 있는 건 아동이었다. 셰이 컬린 신부는 “당시 성 착취를 당하는 아동의 나이가 9살, 10살이었다”면서, “수천 명의 아동들이 성매매 범죄의 희생자가 됐다”고 전했다.

 

셰이 컬린 신부는 1974년 프레다(PREDA. People's Recovery Empowerment & Development Assistance) 재단을 만들어 성매매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치유를 지원하고, 포주나 인신매매범의 처벌을 위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1983년에 미군의 아동 성매매를 언론에 폭로하면서 필리핀 당국과 섹스마피아로부터 위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시민단체들과 함께 성산업을 근절하기 위해 ‘미 해군을 철수시키고 수빅만을 경제산업 시설로 변환해 존중 받는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10년 간 캠페인을 벌인 끝에, 1992년 필리핀 의회의 상원은 미군 기지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11월, 수빅만에서 마지막 미군 함정이 떠났다.

 

미군이 떠난 자리를 ‘성매매 관광’객들이 채워

 

그러나 미군 기지가 철수한 후에도 성산업은 계속되었다. 필리핀 정부는 경제 발전을 위해 관광산업을 육성하면서 이와 맞물린 성산업을 방치했다. 미군이 떠난 자리를 다른 나라의 관광객들, 교민, 유학생, 해외 파견직원들이 채웠다. 셰이 컬린 신부는 “일본이나 한국, 호주 등에서 필리핀으로 성매매 산업을 끌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프레다 재단에서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인턴으로 활동한 최영인씨(36세)에게 필리핀 아이들이 성산업에 유입되는 경로를 물었다.

 

“아이들은 계모나 계부에 의해서 팔리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이 많고 집이 가난해서 포주들이 ‘돈을 많이 준다’고 하면 부모들이 팔아버려요.”

 

필리핀은 독재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로 소수 집권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이 빈곤과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심각한 빈곤 상태에 놓인 농촌이나 산간 지역의 부모들이 포주들의 꾐에 넘어가 싼 값에 자식을 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아이들은 고향과 멀리 떨어져 고립된 채 성착취를 당한다. 질병과 에이즈,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에 쉽게 노출되고, 일찍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국가 차원에서 성매매를 단속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셰이 컬린 신부는 “필리핀 경찰들도 부패했기 때문에 실제로 단속이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길거리의 빈곤 아동들을 ‘Houses of Hope’(희망의 집) 등 정부가 운영하는 수용소에 수감시켜 수갑을 채우거나 기둥에 묶어놓거나 굶기는 일도 허다하다.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다른 범죄자들과 함께 수감되고, 성인 수감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일도 빈번하다.

  

프레다 재단은 성산업에 유입된 아이들과 여성을 지원하고 ‘성매매 관광’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PREDA  

 

프레다 재단은 섹스 바 등에 잠입하거나 기습하여 아동을 직접 구출하고, 비인간적인 환경의 수용소에서 아이들을 구출하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최영인씨는 “아이들이 (성산업에서) 구출되어도 집에 돌아가면 가난 때문에 또다시 팔려가기 때문에 재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프레다 재단에서는 구조된 아이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자립을 돕기 위해 성인이 될 때까지 숙소를 제공하며 교육과 자립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인 성매매의 폐해는 말도 못하게 심각하다’

 

필리핀의 외국인 입국자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이다. 관광객이나 해외파견 근무자, 해외 상주 사업자, 원양어선 선원들이 필리핀에서 성매매를 하고 있다.

 

최영인씨는 “필리핀의 어떤 바(bar)에 들어선 순간, 한국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한국인 아저씨들이 (필리핀 여성들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장면”을 봤을 때의 충격을 전했다.

 

셰이 컬린 신부 또한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성매매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성매매 관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이 돼서 코피노(kopino.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동을 부르는 말) 등 아이들이 생기는 것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07년에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가 필리핀과 태국 현지에 가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남성들은 콘돔 사용을 거부하고 공격적이며 성적 요구 사항이 많고 심지어 마약을 사용하도록 권하기까지 한다”고 보고되었다.

 

게다가 ‘해외 성매매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단속과 처벌 또한 미온적이라 실형을 받거나 여권 발급을 제한 받는 구매자는 없다고 한다. 경찰 단속에 걸리면 “존스쿨 수강명령”(성구매 초범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재범방지 교육 프로그램) 처분을 받는다.

 

필리핀에서 성구매를 하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업소를 운영하는 한국인도 많다.

 

“오래 전부터 현지 파견되어 있는 직원들이나 일부 교민들이 직접 성매매 업소를 차려놓고 현지인들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채 운영하는 형태, 소위 한국형 업소인 경우도 많다고 한다. (...) 어찌 보면 동남아시아에서의 성매매 관광은 말만 해외 성매매지, 실상은 한국형 성산업과 성매매 문화의 연속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박혜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융합형사법연구센터 박사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여성과 인권> 통권 제9호, 2013년 상반기)

 

국내에 보급 중인 필리핀 ‘건망고’ 공정무역의 역할

 

성매매 피해아동과 여성들을 지원하고, 더불어 가난한 필리핀 농민들의 생계를 지원하는 ‘건망고’ 공정무역도 프레다 재단의 오랜 사업이다.
 

▲  성매매 피해아동과 여성, 농민들을 지원하는 프레다 재단의 ‘건망고’ 공정무역. (망고 선별 과정)  © PREDA  


셰이 컬린 신부는 “공정무역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아동의 노동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공정무역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전혀 고통을 받지 않았다는 걸 떠올려 달라”고 말했다.

 

프레다 재단은 현지 거래 가격에 견줘 200% 높은 가격에 생산자로부터 망고를 구입하고 있으며, 농민들의 비수기 소득을 지원하고 식수를 지원하며 장학 사업도 펼치고 있다.

 

공정무역을 통해 발생한 이익은 농민들에게 돌아가고, 성매매 피해여성과 아이들의 자립을 위해 쓰이고 있다. 이번 강연을 주최한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는 2014년부터 프레다 재단과 공정무역 방식으로 건망고를 거래해 국내에 보급하고 있다.

 

최영인씨는 프레다 재단에서 인턴 활동을 하며 “전에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필리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나와 연결되어 있는지 피부로 느꼈다”고 전했다.  나랑 기자

 

※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AFN) http://asiafairtra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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