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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5인의 퍼포먼스” 현대미술을 묻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5. 6. 15. 09:00

“5인의 퍼포먼스” 현대미술을 묻다
주주베창작스튜디오 스크리닝 프로젝트: 동시상영 #2 

 

 

 

▲  에얄 세갈(Eyal Segal) <팽압>(Turgor)(2014. 3’ 9’’) 

 

서울시 불광동에 있는 주주베창작스튜디오는 현대미술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의 공간이다. 카페 모리스의 후원을 받으며 운영되는 여러 개 스튜디오 옆에 마련된 자그마한 전시 공간은 오픈 후 두 번째 전시를 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 ‘미술’ 전시라고 하면 화려한 볼거리와 작가들의 개성 강한 스타일, 회화나 조각의 형식 등을 기대한다. 비물질적이고 탈권위적이며 제도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는 현대미술 작업은 관객들의 그러한 기대를 저버리는 경우가 많다.

 

주주베창작스튜디오 전시 공간-오픈박스에서 6월 26일까지 열리는 스크리닝 프로젝트: 동시상영 #2 “5인의 퍼포먼스”가 바로 그런 전시일 것이다.

 

전시장에는 하나의 빔 프로젝터와 의자 몇 개만이 놓여있다. 5인의 퍼포먼스들은 하나의 프로젝터에서 순서를 기다려 상영된다. 관객은 취향에 따라 작업을 골라서 원하는 만큼 보는 것이 아니라, 상영 순서에 따라 모든 작업을 끝까지 보게 된다. 예술 작업마저도 서비스처럼 제공되고 있는 시대에 관객의 집중을 요구하는 전시 형식인 것이다.

 

관념의 완성물로서 ‘조각’의 틀을 깬 <산에서 조각하기>

 

“5인의 퍼포먼스”는 말 그대로 5명의 작가(서보경, 서해영, Eyal Segal, 윤소린, 최민경)가 몸으로 표현한 것을 기록한 퍼포먼스 영상 전시다. 퍼포먼스는 작가가 그들의 신체를 매개로 표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회화나 조각 등을 매체로 표현하는 작업보다 작가의 정체성이나 경험 또는 작가의 신체 자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제일 처음 상영되는 <산에서 조각하기>(2014. 13’ 21’’)에서 서해영 작가는 자신이 운반할 수 있는 최대 분량의 재료들을 등에 지고 산에 올라 조각을 하는 약 2년간의 장기 프로젝트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북한산의 다섯 지점을 등반하고 각각의 지점에서 보이는 북한산 정상(삼각산)을 작가가 운반한 재료들(흙과 석고)만으로 만든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풍경과 거친 호흡 소리 때문에 집중해서 보는 관객은 멀미나 현기증을 느낄 수도 있다.

 

           ▲  서해영 작가의 <산에서 조각하기>(2014. 13’ 21’’)  

 

이 작업은 『산에서 조각하기』라는 프로젝트의 일부이다. 오랫동안 전통적인 조각 교육을 받은 작가가 자신에게 “현대적인 조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시작된 작업이다.

 

전통적인 조각의 대표적 속성을 ‘관념성’과 ‘결과물 중심’이라고 파악한 작가는, 그 대안으로 여성인 자신의 ‘신체적 경험을 구체적으로 반영’하는 ‘과정 중심의 조각’을 하고자 한다. 또한 일상의 활동과 구분된 ‘순수한 예술’의 영역을 지지하는 전통적 조각의 입장을 위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10여 년 간 ‘일상적 활동’으로 해온 등산과 조각을 연결한다.

 

전통 조각의 방식은 무엇을 만들지 먼저 결정하고, 자신이 만들 조각에 맞는 재료를 원하는 만큼 사용한다. 그리고 재료와 크기 면에서 자신의 몸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버거운 것이라도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반면 『산에서 조각하기』 프로젝트의 작업 방식은 작가의 신체 조건이나 경험에 맞춰 재료가 제한되고, 그러한 제한 조건 하에 무엇을 만들지가 결정되기 때문에, 작업 과정에서 작가의 개인적인 조건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산의 풍경은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전체 형태를 정확히 만들기 위해서 작가는 열두 번 이상 산행을 하며 다양한 지점에서 관찰을 한다. 여러 번 산행을 통해 다양한 산을 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관찰의 객관성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는 ‘산’이라는 거대한 대상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할 수 있는 ‘관찰’이라는 시각과 지각의 관계 작용에서 오는 관성과 편협함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신처럼 전지전능하게 고정된 앵글 속의 안정적으로 느껴지는 풍경이라면, 서해영 작가의 체험이 보여주는 풍경은 불안과 긴장을 느끼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조각이 노련한 작가의 완벽한 결과물이라면, 서해영 작가의 조각은 관찰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상적 ‘미술가+여성’ 이미지를 해체한 <완벽한 그림>

 

네 번째로 상영되는 <완벽한 그림>(2013-2014. 5’ 4’’)에서 최민경 작가는 한 쪽은 검정, 다른 쪽은 그린 스크린으로 이루어진 여러 개의 회전판을 제작하고 그것으로 만든 벽 앞에 서서 퍼포먼스를 한다. 작가는 각각의 판을 회전시키며 두 개의 영상을 합성하거나 해체하고, 자신이 이미지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작가의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개입, 그리고 즉흥적이어서 어색하게 보이는 연기는 화면 안에 낯설고 혼란스러운 광경을 만들어낸다.

  

▲  ‘미술가’이자 ‘여성’으로서 자신이 욕망하는 이미지를 해체하는  최민경 작 <완벽한 그림> 
  

작가가 적극적으로 해체하고자 하는 이미지는 폴 메카시, 마리나 아브로모비치, 프랭크 스텔라 등 서양 현대미술의 상징이 되는 작가들의 작업이다. 또 이론적으로 완벽한 미니멀리즘을 상징하는 큐브, 그리고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영화의 ‘아름다운 천재 여류화가’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에서 유학 후 활동 중인 최민경 작가가 ‘미술가’이자 ‘여성’으로서 욕망하는 이미지라는 점이다.

 

작가는 자신이 욕망하는 이미지가 사실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역사의 산물이고, 그래서 자신은 문맥과 내용을 모르는 채 유입된 문화를 이미지로 학습하며 일차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성찰해낸다.

 

한국에서 현대미술을 공부하거나 작업하는 입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현대미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서양미술의 긴 역사를 통해 오면서 근대 사회/미술을 거치며 현대 사회의 정치, 문화, 철학 등과 연결되는 것인데, 그들과 다른 역사와 문화를 가진 대한민국에서 ‘현대’는 무엇이고, ‘미술’은 무엇이며, ‘현대미술’은 무엇일지에 대해 묻는 것은 중요한 고민이다.

 

‘여성’ ‘현대미술작가’로서 타국에서 활동하며, 결국은 한국에 오게 될 최민경 작가는 이러한 고민들을 통해 현대미술을 상징하는 이미지들과 자신에게 주입된 이상적인 여성(화가/작가)의 이미지를 해체하면서 ‘완벽한 그림/이미지’란 무엇인지, ‘완벽한 그림/이미지’를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온몸으로 질문한다.

  

           ▲   최민경 작가의 <완벽한 그림>(2013-2014. 5’ 4’’)  

 

이 밖에도 윤소린 작가의 <더 열심히> (2014. 10’ 55’’)는 정해진 시간 내에 완수해야 하는 반복적인 드로잉 행위를 거듭함으로써 생산적으로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시간 활용에 대한 강박’을 드러낸다.

 

에얄 세갈(Eyal Segal)은 이스라엘 작가로서 <팽압>(Turgor)(2014. 3’ 9’’)을 통해 과거에 나치들이 고문과 처형을 자행했던 곳에서 물고문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한다. 서보경 작가는 <여름휴가>(2013. 14’ 48’’)에서 상징적 행위들로 작가의 신체를 통해 낯설게 만들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고자 시도한다.

 

자기 언어를 만들려는 젊은 미술작가들의 고군분투

 

“5인의 퍼포먼스”의 작가들은 대부분 여성이거나 백인남성 중심 역사의 피해자이다. 언어는 기득권을 가진 자들을 위한 것이다. 중심에서 배제된 존재들을 위한 언어는 역사에 남지 않는다. 지배 이데올로기를 재현하기보다 타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그것으로 언어를 만들어 소통하는 것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시도라면, “5인의 퍼포먼스”는 자신의 언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는 전시다.

 

미술시장이 지배하는 대한민국 미술 ‘작품’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감상이 용이하고 판매에 적합한 회화와 조각의 형식이 친숙하다. 그래서 다른 매체를 이용하여 새로운 언어를 실험하거나 과정 자체가 중요한 ‘작업’은 그 생경함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권위에 저항하거나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는 작업들은, 이미 결론을 낸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받는 것에 익숙한 우리의 미술감상 태도로 본다면 불친절하고 난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온몸으로 말하는 작업들을 직접 만나본다면, 작가들이 왜 저런 행위를 하는지 이해하려 해본다면, 그리고 저 행위를 내가 한다면 무엇을 느낄까 상상하며 본다면, 그들이 건네는 이야기가 마냥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충열

 

* 전시: 스크리닝 프로젝트: 동시상영 #2 “5인의 퍼포먼스”

* 장소: 주주베창작스튜디오 전시공간 오픈박스 (불광역 7번 출구, 카페 모리스 지하)

* 기간: 2015년 6월 26일까지

* 상영 시작 시간: 12:00, 13:30, 15:00, 16:30, 18:0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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