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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귀한마음 자원봉사 요리단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귀한마음 자원봉사 요리단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 따뜻한 한끼 식사를 대접하는 호치민시의 자원봉사단체 <귀한마음 자원봉사 요리단>(이하 ‘요리단’)은 2011년에 창립되었다. 정회원 50명과 비정규회원 3백여명이 활동하며, 장학사업과 쌀 나누기도 함께 펼친다. 음력 7월 보름 백중일과 추석, 크리스마스, 음력 설에는 나눔 프로젝트를 조직해, 외로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  요리단의 모든 활동은 대학생, 직장인 등 청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 아맙 
 
쌀국수(Pho)를 먹지 못하는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쌀국수 퍼(Pho). 도시 농촌 구분 없이 베트남의 거리 어디에서나 싸고 간편하게 사먹을 수 있는 이 음식을 먹지 못하는 베트남 사람들이 있다. 보육원과 양로원, 사랑의 집 등 ‘시설’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쌀밥을 주식으로 한 급식을 먹는 그들에게는, 퍼(Pho)가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 늘 그리운 별미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요리단은 주말에 이들을 찾아간다. 넉넉하고 풍성한 별미 음식을 대접해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일을 한다.
 
가난한 사람도, 부유한 사람도, 누구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평화의 밥상을 차리고 있는 요리단 사람들의 맛깔스러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단 도매상 푹 아주머니의 새로운 인생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오늘 저녁 <아맙> 인터뷰 때문에 가게 문을 일찍 닫은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디엡 티 푹(요리단 단장. 이하 ‘푹’): 호치민시 떤빈 시장에서 원단 도매상을 하고 있어요. 오늘 문을 조금 일찍 닫긴 했지. 인터뷰를 한다기에 옷도 좀 차려 입고 말이야. (웃음)
 
수정: 시장에서 원단 장사를 해오다 어떻게 요리단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 내가 도매상을 하니까 예전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가끔씩 받았어요. 근데 나도 먹고 살기 바빠서 돈이나 현물만 지원했지. 그러다 2007년부터 현재 요리단의 전신인 ‘베트남하트’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어. 적극적으로 돈도 모으고 자원활동에 참여하기도 하고. 내가 원래 장사꾼이라 한번 일을 손에 잡으면 화끈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거든. (웃음) 그러다 2011년에 ‘요리단’이 창립되어 내가 단장을 맡게 되었고.
 
수정: 개인사업 하랴 아이 키우랴 집안일 돌보랴 시간이 없을 텐데요. 요리단 활동을 가족들이 반대하지는 않던가요? 남편의 반응은 어땠나요?
 
: 처음엔 남편의 반대가 심했지요. 2007년에 ‘베트남하트’에서 막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때 덜컥 늦둥이 셋째가 들어선 거야. 당시엔 사업도 아직 자리를 못 잡아서 일도 많았거든요. 갓난아이를 두고는 아무래도 활동이 어려웠지. 그러다 아이가 걸음마 떼고 탁아소에 갈 때쯤, 요리단이 창립돼 내가 덥석 단장을 맡으니까 집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어.
 
나도 좀 심하긴 했지. 시장에서도, 집에서도, 앉으나 서나 온통 요리단 생각뿐이었거든. (웃음) 당연히 남편은 ‘요리단’인지 뭔지에 마누라를 빼앗겼다고 성화를 부리고, 아이들도 내가 소홀해지니까 투정을 많이 부렸지. 에고, 근데 어쩌겠어. 나는 이미 요리단에 푹 빠져버렸는걸. (웃음) 지금은 남편이 나를 많이 이해해주고 아이들도 엄마가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아이들을 ‘요리단’ 프로그램에 데려간 적이 몇 번 있는데, 직접 참여해보고는 그 다음부터 엄마를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지더라고. 하하하.
 
정성이 깃든 음식의 힘을 믿어요
 
수정: 요리단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한끼 식사를 대접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음식 나누기’ 사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 수정씨가 베트남에 20년 가까이 살았다고 했죠? 여기 호치민시가 겉보기에는 많이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도시 구석구석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 않아요. 여전히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도 많고, 굶주리는 사람들도 많지.
 
한번은 호치민시 한 장애아동보호센터에 방문했는데 먹는 게 아주 거칠고 형편없었어요. 밥 한 그릇에 달랑 반찬 하나로 끼니를 때우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더라고. 그래서 이 아이들에게 맛있고 따뜻한 밥 한끼 든든하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예요. 사랑과 정성이 깃들여진 음식은 식구들은 물론이고 사회를 지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믿거든.
 
수정: 주로 어떤 곳을 방문하고 계신가요?
 
: 보육원과 양로원, 쉼터, 장애아동보호센터, 사랑의 집 같은 시설들을 주로 방문해요. 정신병원과 에이즈환자보호센터, 절에 찾아가기도 해. 처음에는 호치민시 외곽을 주로 다녔고 최근엔 버스로 3~4시간 거리에 있는 빈즈엉성, 빈프억성, 띠엔장성 등을 찾고 있어요. 2주에 한번씩, 일요일이면 매번 새로운 팀을 꾸려 사업을 진행하죠. 언제 한번 우리와 같이 가자고. (웃음)
 
수정: 요리단에서는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있나요?
 
: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 꼭 답사를 가는데, 그곳 사람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 뭐냐고 먼저 물어보고 결정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바라는 음식이 그리 대단한 음식이 아니야. 퍼나 분버(Bun Bo), 후띠우(Hu Tieu) 같이 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면 요리가 먹고 싶다 하더라고. 정부 지원을 받는 시설에선 보통 밥을 주죠. 1인당 하루 식비가 1만5천동 정도인데 요즘 쌀국수 한 그릇 값이 최소 2만동 넘으니까 평소엔 면요리 같은 건 구경도 못하는 거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사람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쌀국수 한 그릇이 그 사람들에게는 위안이 되고 행복이 된다는 게 가슴 찡하지요. 우리가 해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만 봐도 내 배가 부른 것 같고, 그 모든 고생이 다 사르르 날아가버려. 간식으로 쩨(Che, 잔얼음에 삶은 콩이나 녹두, 팥을 넣고 코코넛 끓인 물을 부은 간식)를 대접하는데, 어르신이고 아이들이고 아주 좋아해요.

▲ 요리단의 '사랑의 음식' 활동.  회원 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레시피를 만들고, 회원들이 새벽 5시부터 장을 보고 함께 준비해서 하루 평균 2백~3백인분의 음식을 나눈다.   © 아맙 
 
수정: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나요? 매번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 주로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참여해요. 대학생들이 많고 직장인들도 꽤 있지. 요리단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을 통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입 소문을 듣고 오는 친구들도 있지요. 보통 한 번에 2백~3백인분 음식을 마련해야 하는데, 많을 땐 1천 인분 넘을 때도 있어. 만만히 볼 일이 아니지요. 회원 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레시피를 준비하고 진행을 맡고, 나머지 사람들은 장보기, 재료 손질, 서빙, 설거지 등 일을 나눠서 해요. 새벽 5시에 모여서 장을 보고 이른 아침부터 요리를 시작하는데, 눈코 뜰 새가 없지.
 
참고로 내 역할은 잔소리꾼이에요, 정신 못 차리고 멍하니 손 놓고 있다가 내 눈에 띄면 국물도 없어.(웃음) 어떤 곳에서는 식재료 검역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무엇보다 안전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지요. 또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사 도우미, 목욕 도우미, 방충망이나 묵은 때 청소, 시설 수리, 레크레이션 같은 공연도 함께 조직하고 있어.
 
요리단의 든든한 스폰서, 시장통 사람들
 
수정: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요?
 
: 매번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참가자들이 십시일반으로 기금을 모으고 있어요. 답사를 다녀온 사람이 사업과 관련해 장소, 일정, 예산 등을 홈페이지에 올리면 자발적으로 회비를 내지요. 회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지인들로부터 후원금이나 물품을 지원받기도 해요. 돈이 잘 모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모금 현황을 보면서 애를 태울 때가 많아요. 하지만 여태까지 돈 문제로 사업이 취소된 적은 한번도 없었어. 특히 사업의 규모가 클 경우엔 내가 일하고 있는 떤빈 시장 주변의 상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 시장통 사람들이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뭘 그리 알겠어요. 요리단이 뭔지 잘 몰라도,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니까 두 팔 걷고 나서는 거지. 특히 음력 7월 보름인 백중(白衆)이 되면 제법 큰 돈이 모여요. 이 날이 불교에서는 망혼일(亡魂日)이라 해서 돌아가신 부모님의 혼을 모시는 날인데, 이때는 재물을 풀어 사람들과 나누는 풍습이 있거든. 그래서 요리단은 음력 7월 보름에 맞춰 쌀 나누기 사업 등을 별도로 조직하기도 해요. 시장통 사람들 덕분에 요리단의 크고 작은 사업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지.
 
수정: ‘사랑의 음식’을 나누는 활동 외에 장학사업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 가난하고 어려운 농촌 지역 학교를 찾아가 장학금을 전달하고 아이들에게 가방, 책, 옷, 간식을 나눠주고 있어요. 한 학교에 1년간 2회에 걸쳐 장학금을 지원하고, 이듬해에는 다른 학교로 옮겨 장학사업을 이어가고 있지요. 쌀 나누기도 해요. 작년에는 남부의 빈롱성에 있는 가난한 시골 마을 두 곳을 찾아가 총 335가구에 쌀 10kg와 라면 1박스, 식용유 1병, 설탕 1kg, 간장 1병을 전달했지. 굉장히 낙후된 지역이라 마을까지 버스가 들어갈 수 없어서, 그 많은 짐을 이고 지고 10km 넘는 길을 걸어 들어가야 했어.
 
요리단은 오전 10시에 마을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4시간 전부터 한데 모여 우리를 기다렸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장년층은 논일이다 밭일이다 바쁘니까 집집마다 허리 구부정한 어르신들이나 조무래기 아이들이 나와 우리를 반기지요. 그러니 생필품을 나눠주면 또 집까지 옮기는 게 일이지. 누가 뭐라 안 해도, 요리단 친구들이 벌써 어르신들 앞세우고 그걸 다 나르고 있어요. 요즘 젊은이들이 기특하고 대견해. (웃음) 

▲ 요리단 회원들이 베트남의 낙후된 마을을 찾아가 아이들과 레크레이션, 놀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디엡 티 푹 단장은 장차 마을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꿈을 키우고 있다.   © 아맙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꿈 키워요
 
수정: 요리단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 내가 덩치만 큰 게 아니라 굉장히 다혈질이에요. (웃음) 시장에서 몸 부려 살아내서 더 그래. 그런데 요리단에서는 젊은 친구들이랑 잘 어울려야 하잖아. 그들과 어울리면서 나를 낮추고 겸손해지게 되었지요. 평생 계산기만 두드리다가 컴퓨터도 배우게 됐고, 이젠 페이스북까지 하잖아요. 나 혼자 장사하고 살 때는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한 번 안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머리도 조아리고 기금이나 물품 지원을 부탁할 때가 많아. 후원을 받기 위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찾아가 2~3시간을 마냥 기다릴 때도 있어요. 그러면서 성격이 많이 부드러워지고 다른 사람에 대해 이해나 배려도 늘게 되었지.
 
‘역지사지’라고, 내가 양보해서 만인이 편하면 좋은 것 아닌가, 요즘엔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예전에는 나 먹고 살기 급급해서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요리단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관계도 넓어지고 다양해졌어요. 또 나처럼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는 삶을 위해 십시일반 힘을 모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정말 많은 기운을 얻어요. 지금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활력소지.
 
수정: 현재 요리단에게 가장 어려운 점은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 돈이 항상 골치덩이지요. 모금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면 밤잠을 설치고 한밤중에 깨서 부처님에게 기도를 해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면서 후원을 조직하는 일이 가끔은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게다가 우리의 발길이 닿았던 곳마다 도움의 손길이 절박한 상황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 가슴이 답답해오지. 그런데도 요리단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눈에 밟혀서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
 
지금은 그저 따뜻한 밥 한끼를 나누는 일에 불과하지만, 여력이 된다면 지역공동체에 필요한 사업들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메콩델타 지역에 가보면 다리 하나가 없어서 바로 강 건너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고, 여전히 농촌에는 마을에 학교가 없어서 어린아이들이 몇 킬로씩 땡볕을 걸어 다른 마을의 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아. 가난한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 오토바이를 사고 언젠가 자기 집을 갖는 꿈을 꾸는 건 가능하겠지만, 다리가 없어서, 학교가 없어서 제때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또 가난이 대물림 되는 건 그들의 책임이 아니잖아요.
 
이젠 그들과 함께 먹는 즐거움을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요리단의 장학사업을 키워 다리도 놓고, 학교도 짓고, 그렇게 함께 사는 마을을 만들어가는 꿈을 키우고 싶어요.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 후원 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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