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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12. 학교와의 동행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 학교와의 동행(Partners of your Derams) 소개
올해 3월에 창립한 <학교와의 동행>은 산간벽지 농촌의 학생들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체로, 호치민시에 위치해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대학에 입학하면 1년간 주택비와 2년간의 영어 수업과 다양한 강의, 아르바이트 알선 등을 지원한다. 학생마다 일대일 멘토를 두어 인생과 진로상담, 자문을 하며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축구대회, 음악의 밤 행사 등을 열고 있다.
오늘의 장학금 수혜자가 미래의 후원자가 된다
대학 입시가 다가오던 어느 날,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산간 농촌 마을에 살고 있는 고3 수험생 틴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었다.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대학교가 있는 호치민시까지 가야 하는데 차비가 없었다. 틴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길러온 돼지 두 마리가 갑작스레 역병으로 죽고 말았던 것이다.
진학을 꿈꾸며 밤새워 공부를 해온 틴의 희망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던 순간, <학교와의 동행>에서 전화가 왔다. 틴은 100달러의 장학금을 받아 입학시험을 치렀고, 결국 원하던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다. 틴은 이제 혼자 울지 않는다. 그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와 자신을 돌봐주는 멘토가 있고, 마음을 다해 파이팅을 외쳐주는 <학교와의 동행> 자원봉사자 친구들이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배움의 열망과 꿈을 품고 있을 청년들의 든든한 동반자 <학교와의 동행>을 만나러 갔다.
▲ <학교와의 동행> 대표 응우옌 안 록 © 아맙
구수정(이하 ‘수정’): 마술사 호앙랑 씨를 통해 <학교와의 동행>을 소개받았습니다. 새로운 모델의 장학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라고 적극 추천해주셨어요.
응우옌 안 록(학교와의 동행 대표, 이하 ‘록’): 3월에 호앙랑 씨와 함께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롱안성에 다녀왔어요. <학교와의 동행>을 운영하다 보니 마술사와도 친구가 되고, 한국 친구들과도 이렇게 연을 맺게 되네요.
수정: 변호사라고 해서 제법 나이가 지긋한 분이 나오실 줄 알았는데, 막상 만나 보니 아주 젊고 건장한 청년이네요. (웃음) <학교와의 동행>을 시작하게 된 개인적인 사연이나 동기가 있나요?
록: 제 고향은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산간벽지에 자리잡은 꾸에선(Que Son)현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마저 집을 떠나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어요. 가정 형편이 너무 어려워 성적은 좋았지만 대학은 포기하려고 했지요. 당연히 하노이나 호치민시와 같은 대도시로의 유학은 꿈도 꿀 수 없었어요.
입시철이 다가오자 저는 매일같이 세상이 내게 단 한 번만 기회를 주기를 두 손 모아 기도했어요. 운 좋게도 저는 고등학교 은사님의 도움으로 입학금을 마련해 호치민시 법대에 진학할 수 있었어요. 그때 결심했지요. 언젠가는 내가 받은 그 도움을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겠다고. 학교 공부하랴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까지 충당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교내의 국제 봉사활동단체에서 꾸준히 활동을 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상이군인의 날에는 어머니 영웅들을 찾아가고 어린이날에는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식의 자원봉사가 단지 일회성의 사업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닐까, 그런 회의가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속 가능한 지원을 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고민했고 그 결과가 <학교와의 동행>이 되었던 거죠. 저와 함께 온 꾸인의 이야기도 들어보세요.
더우 티 꾸인(학교와의 동행 총무): 저도 집안 사정이 너무 어려워 장학금이 아니면 학교를 다닐 수 없는 처지였어요. 교내 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일본의 니카타현에 있는 한 단체로부터 4년간 장학금을 받아 간신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어요. 한번은 그 단체에 소속된 일본 학생들이 호치민시를 방문해 교류하게 되었는데, 제가 받는 장학금이 베트남의 아오자이를 가져가 판매한 수익금과 십시일반 작은 정성들을 모은 기금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중에 후원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전하고 싶어 다시 학생지원센터를 찾았지만 이름은 물론 연락처도 알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제가 받은 도움을 되돌려줄 수도, 감사의 뜻을 전할 수도 없었지요. 저 역시 누군가의 도움으로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는 생각에서 <학교와의 동행>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현재 저는 <학교와의 동행>의 장학생들이 훗날 자신이 누구로부터 어떠한 도움을 받았는지 알 수 있도록 ‘장학금 후원자 명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문화자원이 없는 청년들에게 ‘멘토 되어주기’
수정: <학교와의 동행>의 장학 사업에는 어떠한 특징이 있나요?
▲ 장학금을 받은 롱안성 탄호아현 농촌마을의 팜 보 득 퐁(왼쪽 세번째) © 아맙
록: <학교와의 동행>은 장학 사업의 새로운 모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회적인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지원을 하고, 오늘의 장학금 수혜자가 미래의 장학금 후원자가 되는 장학사업을 추구하고 있어요. 우선, 대학 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 장학금 수혜자가 대학에 합격하면, 졸업하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지속적인 후원을 합니다.
<학교와의 동행>은 장학생 선정 과정부터 다르지요. 베트남의 일반적인 장학사업은 단체나 개인이 학교나 지방 정부를 통해 장학생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원하는데, 우리는 학교로부터 장학생 추천자 명단을 받은 뒤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장학생을 직접 선발합니다. 또, 장학생의 집을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하지요. 학생이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고 어떤 책상에서 공부하는지, 가족 관계와 가정 형편은 어떤지, 꿈과 소망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가장 필요한 도움을 주기 위해서죠.
수험생에게 약 100달러의 1차 장학금을 지원합니다.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 1학년 때는 주택, 아르바이트 알선, 영어와 컴퓨터 수업, 과외활동, 소프트 스킬 교육(Soft Skill Training) 등을 지원합니다. 2학년 때는 그 외에도 전공 교재, 교구를 지원하고 3,4학년이 되면 기업과 개인 후원자들을 연결하고 진로상담, 유학 자문, 실습 등을 하지요. 필요하다면 졸업 후에도 대학원 진학이나 유학,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전인적 인재를 양성하여, 그가 다른 장학생을 후원하게 되는 시스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수정: 장학생들을 돕고 있는 멘토와 자원봉사자들이 있는데요. 그들은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나요?
록: 학생들마다 일대일 멘토를 두고 있고, 현재 14명의 멘토가 있습니다. 법대를 다니는 학생에게는 법률가를, 경제학과를 다니는 학생에게는 기업가를 멘토로 두어 진로, 유학, 장래 희망, 직업 상담을 해줍니다. 학생이 취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는 일자리를 주선하거나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작성, 프리젠테이션 노하우를 전수하여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멘토는 주기적으로 학생과 관계를 맺고 생활 전반에 어려움은 없는지, 필요한 도움은 없는지 보살펴주고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친근한 언니 또는 형이 되어주지요.
그리고 일반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장학금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에 도우미로 참여하기도 하고, <학교와의 동행>의 장학사업에 봉사자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영문과 학생은 영어 공부를 도와주고, 컴퓨터공학과 학생은 워드프로세서, 엑셀, 파워포인트 등을 가르쳐주는 식으로요.
시험을 보려고 자전거로 수백 킬로 달리는 학생들
수정: 롱안성과 꽝남성에서 장학사업을 하고 있지요. 두 지역은 베트남에서 어떠한 곳인지 궁금한데요.
록: 이제까지 롱안성에 5명, 꽝남성에 1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습니다. 롱안성 변경 지대에 사는 학생들은 매년 홍수가 나서 집이 침수되는 열악한 환경에서 거룻배를 타고 학교를 다니고 있어요. 이 학생들에게 대학의 문턱은 너무도 높고, 그래서 대부분 대학 진학은 아예 엄두도 내지 않지요.
꽝남성의 꾸에선 현은 산간오지의 농촌인데 수험생들이 입시를 보러 갈 차비가 없어 호치민시나 하노이까지 자전거를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달려가는 일이 종종 기사화되기도 했지요. 현재 이 지역에서 장학금 지원을 받은 학생들 중 8명이 대학에 합격해 호치민시에서 학교를 다니며 꾸준히 <학교와의 동행>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 학생의 집을 방문해 장학금을 전달하며 생활 형편과 고충이 무엇인지 듣는다. © 아맙
수정: 장학금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학생들의 집을 방문한다고 했는데요, 그들은 어떤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가요.
록: ‘툭’이라는 여학생이 떠오르네요. 어머니가 일곱 번째 아이를 가졌을 때 아버지가 가족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려 나갔다고 하더군요. 그 뒤로도 아버지는 아이들 양육에 도움은커녕 갑자기 불쑥 나타나 집에서 쓸만한 살림살이를 가져간다고 하고요. 우리가 그 집을 방문했을 때가 어둑어둑해질 무렵이라 저녁 밥상을 보게 되었어요. 수험생에게는 영양 공급도 중요한데, 반찬이 달랑 생오이 하나에 간장 종지 하나였어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난 ‘툭’은 <학교와의 동행>의 장학금을 받고 입시를 준비해 결국 호치민시 경제대학교에 합격해 벌써부터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답니다. 다른 장학생들의 경우에도 그다지 형편이 다르지 않았어요. 책상과 의자는커녕 누더기 같은 책가방을 지고 학용품도 변변치 않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수정: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축구대회와 음악의 밤 행사를 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문화 체육 행사를 통한 기금마련 사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록: 우리도 기업이나 단체, 개인들의 모금을 통해 장학 기금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한 명 한 명 만나 후원을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후원자들이 지속적으로 기금을 납부하도록 관리하는 일은 더욱 어렵지요. 축구대회나 작은 음악회 등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하는 한편, 후원자와 장학생, 자원봉사자가 함께 교류하는 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얼굴을 맞대고 친목을 도모하다 보면 <학교와의 동행>의 장학 사업에 더욱 애착을 느끼게 되고 자연스레 지속적인 기부로 연결되지요.
올 4월에 첫 축구대회를 개막해 매주 토요일 축구시합을 열고 있어요. 종목이 축구인 이유는 우리 운영위원들이 축구 광인데다 축구 선수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웃음) 현재 16개 팀이 참가하고 있고, 팀 별로 참가비를 받아 장학 기금을 마련합니다. 그리고 커피숍, 카페 등에서 ‘음악의 밤’ 행사를 열고 있는데요. 장소는 후원을 받고 가수와 연주가 등을 초청해 자선 공연을 열어 음료 판매비 등의 수익금으로 장학 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 <학교와의 동행> 돼지저금통을 회사, 식당, 커피숍, 회원들의 집에 비치해 십시일반 모은 돈을 장학기금으로 적립하고 있고요.
수정: <학교와의 동행>을 운영하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나요?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꾸려가고 싶은가요.
록: <학교와의 동행>은 아직 법적으로 등록된 단체가 아니라 후원자들에게 세제 혜택을 주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베트남이 깊은 경제 불황의 늪에 빠져 있어서 장학 기금 마련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죠. 최근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어려워 다시 직업훈련학교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도 늘고 있고요. 그만큼 제도권 교육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거죠. 저는 제도권 교육이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학교와의 동행>을 통해 뒷받침하고 싶습니다.
장학금 지원뿐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당당한 사회의 일원이 되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싶어요. 지금은 학생들에게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면, 앞으로는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도 열어주고 싶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습니다. <학교와의 동행>이 언젠가는 국제 NGO로 성장하여, 가난 때문에 유학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베트남의 젊은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 후원 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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