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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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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9. 벤꼬섬의 ‘안락장’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권현우씨는 아맙 공정여행 팀장입니다. www.ildaro.com
 
▮ 안락장(An Lac Trang)이란?
 
호치민시 구찌현 사이공강의 벤꼬섬에 있는 안락장은 자연과 더불어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작은 쉼터이다. 2008년 샛강에 둘러싸인 섬 위에 문을 연 안락장은 베트남 전통가옥과 아담한 과수원, 크고 작은 텃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건축설계사 응웬 반 뚱과 그의 가족은 방문객들이 베트남 남부 특유의 자연환경 속에 휴식을 취하며 요가, 기공체조, 낙법, 명상, 다도, 맨발로 명상하며 걷기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사이공강의 느린 시간 속에 머물다 
 

▲ 안락장이 있는 벤꼬섬을 둘러싸고 흐르는 랑테강.  ©아맙 
 
 
“이 샛강의 이름은 랑테입니다. 지금은 만조라 강이 잠시 거꾸로 흐르고 있네요.”
 
안락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거룻배를 타고 랑테 샛강을 건너야 한다. 선착장의 목조 가옥에 살고 있는 사공의 안내를 받아 벤꼬 섬에 내리면 안락장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호치민시에서 찾아온 우리를 환한 얼굴로 맞이하는 뚱 씨와 아내 투이, 어머니 로안 할머니. 세 사람의 얼굴은 마치 느린 강물처럼 평온하고 맑다. 안락장을 안내해주는 그들의 걸음걸이와 손동작, 몸짓 하나하나에서 고요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과수원과 텃밭, 그리고 벤꼬 섬 곳곳에는 ‘느린 시간’ 속에 정성 들여 공간을 가꿔온 이들의 마음이 묻어있다.
 
고단한 도시인의 삶 속에서, 하루쯤은 모든 것을 잊고 섬으로 들어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자신을 치유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작은 쉼터 안락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베트남의 자연과 전통을 사랑한 건축설계사
 
권현우(아맙 공정여행 팀장. 이하 현우): 얼마 전 베트남 여행사 <르아비엣>의 사장을 통해 안락장을 소개받았습니다. 구찌땅굴 근처에 아주 훌륭한 여행지가 있다며 <아맙>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거라고 하더군요.
 
응웬 반 뚱(안락장 창립자. 이하 뚱): 네, 그분이 여기서 하룻밤 지내고 가셨지요. (웃음) 그때 <아맙>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정여행에 대해 저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그 목적과 취지에 깊이 공감합니다. 인터뷰 연락을 받고 반가웠어요.
 
현우: 이렇게 직접 와보니 구찌땅굴 근처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데요. 배를 타고 샛강을 건너 안락장이 있는 벤꼬 섬으로 들어오는 과정도 아주 인상적이었고요. 어떤 계기로 강 위의 섬에 쉼터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 안락장을 설립한 건축설계사 응웬 반 뚱.    ©아맙  
 
: 저는 건축설계사였는데 주로 건축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을 했어요. 배기가스 관리, 쓰레기 재활용 같은 친환경 건축 프로젝트를 많이 맡았죠. 숲 속 주민들을 대상으로 그런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누군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는다면 베트남의 자연이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점점 초조함이 들었지요.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아직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오히려 더 도시적이고 현대화된 삶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물론, 우리네 삶을 전반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전통적인 공간을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진정 행복의 길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지요. 그래서 안락장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허물어지는 옛집에서 목재를 재활용하다
 
현우: 안락장을 지을 장소로 사이공강에 있는 구찌현의 벤꼬 섬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 오래 전부터 봐두었던 곳이었어요. 구찌현을 흐르는 사이공강의 랑테 샛강에 둘러싸인, 아무것도 없는 작은 섬이었죠. 저는 물과 강을 좋아했고 메콩델타처럼 물과 땅의 경계에 터를 잡은 작은 마을을 지어보고 싶었어요. 이곳은 조용하고 아늑한 환경에다 근처에 공업지구나 오염시설도 없고 인근에 구찌땅굴, 민속촌, 반짱(라이스페이퍼) 마을, 젖소농장, 바구니, 가방, 그릇 등을 만드는 수공예 마을 같은 관광지가 있어 여러모로 안성맞춤이었죠.
 
현우: 안락장을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도 참 궁금한데요.
 
: 2004년부터 벤꼬 섬의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어요. 만조의 영향으로 사이공강의 수위가 높아질 때가 있어서 땅을 높이는 작업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그리고 나무가 제법 컸을 무렵인 2006년에 첫 번째 집을 짓기 시작했죠. 과거 평범한 베트남 사람들이 살던 전통가옥을 되살려 집을 짓고 밭과 과수원, 정원 등을 조금씩 만들어 갔어요.
 
집을 지을 때 필요한 목재는 고가(古家)에서 구했어요. 사람들이 고가를 허물고 콘크리트로 집을 새로 올릴 때 기둥과 같은 쓸모 있는 목재를 사들여 모아두었다가 안락장을 지을 때 사용했죠. 전통과 환경을 고려한 마을을 만드는 과정에서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최소로 줄이고 싶었거든요. 안락장을 짓는데 약 19만 달러가 투자되었고, 그 중에서 목재 구입 비용이 가장 크기도 했습니다

▲ 허물어지게 될 고가(古家)에서 구한 목재로 지은 안락장의 베트남 전통가옥.   © 아맙 
 
이 모든 과정에서 저는 서두르지 않았고 나무나 꽃을 가꾸듯 천천히 안락장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젠리더(Zen Leader)라는 건축회사와 <르아비엣>의 미 사장 등 많은 분들이 힘을 보태주셨고요. 그리하여 2008년에 처음으로 손님을 받게 되었지요.
 
‘여긴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곳이 아니에요’
 
현우: 선착장에 내리면 입구에 안락장 이용에 대한 안내 표지판이 보이던데요.
 
: 안락장은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곳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곳이에요.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는 곳이 아니라 고요와 평화 속에서 나를 찾는 공간이죠. 랑테 샛강을 건너 안락장에 도착하면 먼저 휴대폰을 수거합니다. 이곳에서는 전화기,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지요. 여기에서만큼은 사람들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또, 흡연과 음주를 금하고 채식을 권장하고 있어요. 야채나 과일, 고구마와 감자와 같은 구근식물이나 콩을 이용한 요리를 즐겨 대접하고 있습니다. 물론 식단을 강요하지는 않아요. 손님이 요구할 경우엔 육류나 어류 등의 요리를 만들어 줍니다. 하지만 바비큐처럼 고기를 직접 구워먹는 식단은 피하고 있어요.
 
현우: 안락장은 방문객들을 위해 어떠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나요?
 
: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가, 기공체조, 낙법, 명상, 다도 체험, 맨발로 명상하며 걷기, 분재 배우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어요. 1~2시간 걸리는 프로그램도 있고, 1~2개월 장기 코스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요가는 호치민시에 있는 요가단체 관계자를 초청하여 진행하고, 다도 체험이나 맨발로 명상하며 걷기 등은 탄선 스님이 진행하고 있고요.
 
저는 기본적인 요가를 비롯해 기공체조, 낙법, 명상 등을 맡고 있습니다. 안락장 중앙에 강당을 마련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곳에서 참가자들이 별도로 좌담을 나누거나 베트남 전통놀이, 레크리에이션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 안락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베트남 전통 민속놀이 냐이삽을 배우며 즐기는 모습.   © 아맙 
 
현우: 유튜브에 올라온 안락장 관련한 동영상을 보니 요가 프로그램이 눈에 띄더군요.
 
: 미국의 한 요가학교 교장 시타(Sita) 씨가 베트남에 자주 오셨는데, 그때마다 이곳에 오셔서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셨어요. 그분의 말에 따르면, 이곳의 환경이 요가를 하기에 아주 좋다고 하더라고요. 사방에 물이 흐르고 양지 바른 땅이라 기가 많이 모여 있어 사람들이 그 기운을 쉽게 흡수할 수 있는 곳이라고 하셨지요.
 
안락장엔 7개의 전통 가옥이 있는데, 집집마다 4~8명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긴 하지만 집들이 바둑판마냥 다닥다닥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과수원과 정원을 사이에 두고 고즈넉이 떨어져 있어 그 풍경이 마음에 든다고도 하셨어요. 평소 요가를 즐기는 분들도 이곳에서 요가를 하면 훨씬 더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도사화, 현대화된 삶 속에 ‘작은 쉼표’를
 
현우: 어떤 사람들이 안락장을 찾는지요, 그리고 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 베트남 대학생들이 많이 찾고 있어요. 이번 주에는 훙붕 대학교 학생들이 다녀갔고, 곧 반랑 대학교 학생들이 방문할 예정이죠. 회사나 동아리 등이 안락장에서 워크숍을 열기도 합니다. 주말에 손님이 많이 오는 편인데, 1년에 약 50팀에서 70 팀 정도가 찾고 있어요. 전체 방문자 중에 외국인은 20퍼센트 정도입니다. 일본사람이 가장 많고 미국, 호주사람들도 꽤 있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이곳에서 베트남 본연의 자연과 고향의 정서를 느낄 수 있어 좋아하고, 외국인들은 상업화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공간에서 베트남의 자연과 문화의 속살을 엿볼 수 있어 좋아합니다. 저는 메콩델타에 있는 갖가지 나무와 풀, 꽃들을 안락장에 심어놓아서 방문객들이 베트남 남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지요. 외국인들에게도 이곳이 고향처럼 편안한 공간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저를 비롯해 안락장의 모든 식구들이 방문객들을 호텔처럼 비즈니스 대상으로 대하지 않고 우리 집을 방문한 손님처럼 편안하고 정겹게 맞이하고 있습니다.
 
현우: 안락장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도 있을 텐데요.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꾸려가고 싶으신지 말씀 부탁 드립니다.
 
: 일반 도로에서 선착장까지 들어오는 길이 비좁아 대형버스가 못 들어오지요. 단체 방문객의 경우 100여 미터를 걸어 들어와야 하고, 제가 매번 승용차로 짐을 날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요. 길을 넓히기 위해선 마을 인민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수속이 복잡하고 시일도 많이 소요되죠. 하지만 여행자들이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다면, 상쾌한 바람과 밤하늘의 별과 반딧불이를 마주하는 이 길이 도시와는 색다른 경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락장은 가족이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호텔이나 리조트 같은 서비스는 하지 못합니다. 전통가옥과 식당을 제외하고는 바, 가라오케, 스파 등의 유흥시설도 없고, 에어컨 등의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서비스가 전문화되어 있지 않아 손님들이 숙식에서 불편을 겪는 문제를 최대한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고요.
 
저는 안락장이 점점 도시화, 현대화되는 베트남 사람들의 고단한 삶 속에 작은 쉼표와도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멈추면 보이는 것들이 생깁니다. 잠시 모든 생각을 지우고 호흡에 집중하며 자연과 하나가 되어보는 시간, 바쁜 일상 속에 방치해둔 진정한 나를 찾고 스스로 치유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러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제 행복이기도 하고요. (기록 - 권현우/ 아맙 공정여행 팀장) 
 
*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 후원 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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