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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7.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 소개
 
하노이에 있는 베트남인 소유의 공정여행 회사로 2005년에 설립되었다. 베트남뿐만 아니라 캄보디아, 라오스에서 여행을 꾸리고 있다. 베트남에서 공정여행을 주도하고 있는 베트남 여행사들의 모임인 ‘베트남 책임여행 클럽(Responsible Travel Club of Vietnam)’의 일원이다.
 
베트남 ‘기생관광’ 떠나던 한국인들, 지금은…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의 사장 부 응옥 키엠은 꽤 젊었다. 언뜻 보아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수수하고 따뜻한 얼굴의 청년이었다. 나는 그에게 <아맙>의 회원들이 지난 10년간 베트남에서 어떤 활동을 해 왔고 베트남에 사회적 기업을 세우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는 연방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내 이야기에 화답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벽 하나를 트고 서로를 알아봤을 때의 반가움과 설렘이 두 사람을 웃고 떠들고 박수치게 했다.
 
수정(이하 수정): 사실 한국인 관광객이 베트남에 와서 기생관광을 하는 것이 예사였던 때가 있었잖아요. 그때는 한국인 여성이 베트남 여행 가이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섹스투어가 정말 많았어요. 언론 보도 이후에는 사회의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요즘은 다행히 많이 없어졌죠.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여전히 소비 위주의 관광에서 많이 벗어나진 못한 것 같아요. 5년간 사업을 하시면서 한국인 관광객과 함께 여행을 해 보신 적이 있었나요?
 
부 응옥 키엠(이하 키엠): 불행히도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회사의 주 고객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여행자들이에요. 최근에는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손님들도 늘고 있는 추세죠.
 
베트남에서는 한국인 여행객과 중국인 여행객이 차지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은데 두 나라의 여행객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적인 특성이 있어요. 그건 바로 해외에 와서도 자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를 주로 이용한다는 점이에요. 밖으로 나와서도 끼리끼리 움직이는 거죠.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한국인, 중국인 고객을 유치하는 일이 아주 어렵습니다.
 
수정: 아아 그렇군요. 그만큼 현지인과의 결합이 아주 옅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네요. <아맙>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베트남 공정여행을 꾸릴 계획이고 베트남 현지 여행사와의 합작 사업도 구상하고 있어요. 파트너를 찾다가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에 오게 되었고요. 그런데 베트남 국내여행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사업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모든 사업이 다 공정여행인가요?
 
키엠: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모든 여행 프로그램이 공정여행은 아니고 부분적으로 공정여행 프로그램이나 공정여행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 물론 공정여행의 기본 원칙들을 준수하는 선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요.
 
시멘트를 걷고 초록마을로! ‘그린업’ 프로그램
 
수정: 일반 여행 프로그램과 차별화되는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짜기가 참 쉽지 않죠. 그렇다면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의 공정여행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키엠: 잠깐 사파 이야기를 해 볼까요? 사파는 베트남 북서부에서 가장 유명한 여행지이고 예전부터 많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곳이죠. 그만큼 관광지로 개발도 많이 됐고 지역 경제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사파의 특색과 자연환경은 오히려 퇴보했어요. 여행자들이 갈수록 느니까 마을에서는 더 큰 길을 냈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죠. 이럴 때 사파가 갖고 있던 전통이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여행 인프라를 늘렸어야 했는데….
 
수정: 시멘트로 다 발랐죠. (모두 한숨) 제 가슴속에는 15년 전에 봤던 사파가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시멘트로 덮여 가는 최근 사파의 모습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여기도 ‘시망’, 저기도 ‘시망’. (시망: 베트남어로 시멘트라는 뜻)
 
키엠: 저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그런데 그건 사파 주민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는 매력을 잘 몰랐던 탓이 커요. 그들은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와 집이 더 좋고 발전적인 거라 생각했어요. 게다가 전통이나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여행지를 개발하는 안목이나 노하우도 없었고 아무도 그러한 것에 관심이 없었어요. 이에 대한 반성에서 그린업(Green UP)이란 공정여행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지요.

▲ 베트남 북부 소수민족의 마을 사파에 '그린업 사파 (Green up Sapa)' 발족식이 열렸다. 가운데 노란 옷을 입은 사람이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의 사장 부 응옥 키엠     
 
수정: 그린업? 아, 에코 프로그램이군요. 어떤 내용인가요?
 
키엠: 이 프로그램은 사파를 뒤덮은 시멘트를 걷어내고 그 위에 흙을 깔고 나무를 심는 사업이에요. 저희 회사뿐만 아니라 베트남 책임여행 클럽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외국 NGO들도 지원하고 있어요. 기금을 모아서 주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죠.
 
수정: 그린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키엠: 아시다시피 소수민족이나 농촌의 주민들은 공정여행은 물론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흙과 들풀로 덮인 길보다는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더 좋고 편하고 심지어는 ‘아름다워’ 보였던 거죠! 처음에는 그린업 사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어리둥절해했죠.
 
하지만 이들도 사파를 찾는 외부인들의 반응과 갈수록 변해 가는 마을의 모습을 보면서 점차 생각이 바뀌었어요. 우리들과 생태여행에 대해 상의했고 실제 마을에서 여행자들을 안내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앞으로 마을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 등을 함께 논의했죠.
 
여행자를 위한 화장실, 여행자의 손으로 짓기
 
수정: 여행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그린업 프로그램은 없는 건가요?
 
키엠: 있어요. 친환경 화장실 짓기 프로그램이 있어요. 사실 어떤 장소를 여행지로 개발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화장실이에요. 여행자들이 많으면 화장실이 부족할 수밖에 없고 보통 도시에서 온 여행자들은 마을 현지의 화장실을 많이 불편해하니까요. 그래서 친환경 화장실을 여행자들과 주민들이 함께 만드는 이벤트를 열어요. 주로 아직 개발이 덜 된 마이쩌우나 푸롱 등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수정: 마이쩌우나 푸롱이면 역시 북부 산간 지방의 오지인데 그곳에 친환경 화장실을 짓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화장실인가요?
 
키엠: 마이쩌우나 푸롱에는 대나무로 화장실을 만드는 전통이 있는데,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내부에는 현대적인 설비를 들여놓지만 외부는 마을의 외관을 손상시키지 않는 전통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거죠.
 
이곳은 여행자들이 트레킹을 하는 곳이라 곳곳에 화장실이 필요하고 또 주민들의 위생적인 생활에도 도움이 돼요. 대나무를 자르고 엮어서 문과 벽을 만들어 화장실을 짓는 작업이 여행자들에게는 색다른 재미이기도 하고요.
 

▲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가 구성한 공정여행 프로그램은 다양한 규모의 여행단을 조직해 여러 민박집과 여행자들이 만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수정: 사실 한국 사람들이 걷기 여행을 좋아합니다. 원래부터 등산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산의 둘레를 걷는 둘레길 여행이 인기예요. 마이쩌우나 푸롱의 트레킹 여행이 인기가 좋을 것 같네요.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걷기 여행을 좋아한다는 건 참 묘한 궁합이죠? (웃음)
 
키엠: 하하. 여행에서만큼은 여유를 즐기고 싶은 거겠죠. 한국도 트레킹 여행이 붐인 것 같은데 트레킹 여행 세팅은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섬세한 구상이 필요해요.
 
우선 트레킹으로 인해 길이 훼손되지 않도록 코스를 잘 골라야 하고, 과도하게 한 코스에 집중되면 분산해야합니다. 또 숙박이 어느 한 집에 집중될 경우 마을 내에서 이권 다툼이 생기니까 이것도 신경을 써야 해요. 앞서 말씀드린 화장실 문제도 중요하고 방문 일정에 맞춰서 여행자들이 마을의 전통 춤과 놀이를 배워 보는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일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별것 아닌 요소들이 마을에는 분란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고 여행자들에게도 불편함을 주게 돼요. 섬세한 안목과 배려, 그리고 현지인과 외부인의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아주 중요합니다.
 
관광으로 더렵혀진 바다, 청소여행 가실래요?
 
수정: 우리 이야기가 줄곧 산에만 머물러 있는데 지금부터는 바다로 장소를 옮겨 보죠. 베트남 북부 여행에서 하롱베이 투어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어떤 공정여행 프로그램이 있나요?
 
키엠: 그렇죠. 하롱베이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그만큼 여행사들도 많아요. 그래서 경쟁도 심하고요. 요즘은 몇 개의 단체들과 여행사들이 하롱베이에서 ‘클린업(Clean Up)’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하롱베이가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발생한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아 왔거든요. 클린업은 여행자들이 배 위에서 바다에 떠 있는 쓰레기를 치우는 일종의 바다 청소 여행이에요. 투망을 이용해서 물고기 대신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거죠.
 
수정: 솔직히 말하면 하롱베이 투어는 낮에는 배 위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잠깐 수영하고 밤에는 길게 술 먹는 여행이죠.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프로그램도 많이 상투적이고 배라는 공간에 여행자들이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키엠: 거기에 대한 반성도 있었어요. 그래서 하롱베이와 주변 어촌 마을을 연계하는 투어를 만들었어요. 하롱베이 근처에 ‘깟바’라는 어촌 마을이 있어요. 마을 트레킹, 자전거 타기, 유치원 방문, 어촌 마을 혼례 풍습 안내, 클린업 등의 프로그램을 연결해요. 여행자들을 커다란 배에 가두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자 개개인이 한 척의 거룻배가 되게 하는 기획을 늘 고민합니다. 

▲ 베트남의 유명 관광지 하롱베이 모습. 하롱베이 주변의 바다 청소 여행 '클린업'은 특히 젊은 학생들의 참여가 높다.     
 
형편이 어려운 현지인들과 함께하는 ‘희망의 손’
 
수정: 일반 여행과는 다른 공정여행의 디테일한 부분을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정말 길어지겠어요. 프랑스 속담에 악마는 디테일이라고 하던데 혹시? (모두 웃음) 그 밖에 공정여행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 다른 이야기가 있을까요?
 
키엠: 저희는 보통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린업, 클린업 사업도 저희 회사의 독자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여러 단체가 연결되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에요.
 
‘희망의 손들(Hands of Hofe)’이란 프로그램도 비슷해요. ‘희망의 손들’은 여행지에서 마주친 어려운 현지인들을 위해 여행자들이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에요. 특히 어린 친구들이 대상이고 그들이 자신의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적극적인 네트워킹을 해 줍니다. 그 친구들이 직접 희망을 잡을 수 있게요.
 
여행을 하다 보면 가난하고 어려운 형편의 현지 주민들과 마주칠 때가 많아요. 한번은 저희가 여행을 하다가 ‘히엔’이란 소년을 만났는데 여덟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도 정신병을 앓고 있는데다 당연히 집안 형편도 아주 어려웠어요. 이 어린 친구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죠.
 
그래서 이 친구를 하노이의 코토(KOTO: 거리의 부랑아들에게 직업 교육을 시켜 주고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레스토랑)로 보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어요. 그리고 이 친구의 가족들에게도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고요.
 
“아름다움을 지키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수정: 공정여행을 진행하는 회사 식구들에 대해서도 궁금한데 어떤 친구들이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나요?
 
키엠: 현재 직원의 80%는 하노이개방대학교 관광학과 출신들이에요. 그리고 캐나다 대사관과 개방대학교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지속가능한 여행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저를 비롯해서 대다수가 이 교육과정을 이수했어요. 그리고 저는 태국에서도 공정여행 교육을 받았고요.
 
그리고 사업을 통해 알게 된 현지인 가이드들을 육성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그들의 영어, 서비스, 가이드 노하우, 그리고 공정여행에 대한 교육과정 이수 등을 지원하고 있지요.
 
수정: 우리 둘 다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인데 키엠 씨가 저보다 선배가 되겠네요. 어떻게 공정여행에 발을 들이게 된 거죠?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자세로 이 사업을 이어갈지 듣고 싶어요.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네요.
 
키엠: 저 역시 하노이개방대학교 관광학과를 졸업했어요. 졸업을 앞두고 저는 갖가지 종류의 여행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그러다 캐나다에서 마련한 공정여행 워크숍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되었죠. 하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여행’이었어요.
 
조국의 강산을 돌아다니면서 저는 저마다의 색깔과 멋을 갖고 있는 소수민족 지역 주민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을 너무도 좋아하게 되었죠. 그런데 정작 그들은 자신의 매력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하는지 몰랐어요. 또 외부 사람들과 외부 문화가 유입될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도 몰랐고요.
 
변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너무도 안타까웠고 그래서 공정여행 기획을 결심했지요. 저는 여행업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아름다움을 지켜 주고 싶고 그들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 사진: 인도차이나 트래블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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