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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4) 세이프리빙(Safe Living)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HIV 감염인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하여
 
한때 불치병의 대명사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에이즈. 이제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병이 되었다. 또한 감염 원인과 경로가 명확하여 약간의 주의만 기울이면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에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간단한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아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에이즈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관리할 수 있는 질병’에 걸렸음에도 사회적 사망 선고를 받은 채 어둠 속에서 세상을 살아간다.
 
<세이프리빙>은 이러한 사람들의 건강한 삶,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뛰고 있는 젊은 사회적기업이다. 호치민시 떤빈군의 작은 사무실에서 꿈의 날개를 펴고 있는 <세이프리빙>의 이야기를 <아맙> 인터뷰가 들어보았다.
 
세이프리빙(Safe Living) 소개
 
2010년 1월에 창립된 <세이프리빙>은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보균자,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환자들과 마약 중독자, 성판매 여성과 맥주 판매원 등 감염 위험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을 위해 좋은 품질의 콘돔을 보급, 판매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이다.

일반인들에게 성생활 상담과 성교육도 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과 다국적기업, NGO들과 네트워크하여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업 알선과 훈련 프로그램을 안내해주는 것도 <세이프리빙>의 중요한 사업이다.
 
NGO에서 사회적기업을 창업한 이유 들어보니… 
 

▲ 세이프리빙의 사장 권한 대행을 맡고 있는 응웬 투이 번 씨.   © 아맙 

 
구수정(이하 수정): <세이프리빙>의 사업 아이템이 독창적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HIV/AIDS 문제도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이번 인터뷰에 기대가 큽니다.
 
응웬 투이 번(세이프리빙 사장 권한 대행, 이하 번): 베트남 사회적기업 중에서 HIV/AIDS 문제를 다루고 있는 기업은 <세이프리빙>이 유일해요. 저희가 수익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콘돔 판매도 베트남 전체 시장에서 볼 때 아직까지도 새로운 영역이라 볼 수 있지요.
 
수정: HIV/AIDS 관련 NGO 단체들은 많지만 사회적기업은 드문데요, <세이프리빙>을 NGO가 아닌 사회적기업으로 창업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 사회적기업을 창업하기 전부터 <세이프리빙>은 베트남의 NGO로 존재하고 있었어요. 투언이 국제 NGO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주로 미국이 지원하는 기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었지요.
 
하지만 언제까지나 외부 단체의 지원에 의존할 수는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실제로 베트남이 저개발국가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발돋움하면서 해외 원조도 대폭 줄었고요. 무엇보다 HIV 보균자들이나 마약중독자들이 항상 누군가의 도움에 의지해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2010년에 콘돔 보급에서 콘돔 판매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사회적 기업을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전체 예산의 70%를 국제 NGO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 완전히 독립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저희 <세이프리빙>의 목표입니다.
 
HIV보균자, 에이즈 환자와 함께 살아가는 사회
 
수정: 현재 베트남의 HIV 보균자와 에이즈 환자의 실태는 어떤가요? 베트남 일간지인 <탄티엔(청년)> 신문이 2009년 6월 베트남의 HIV 보균자가 14만 6천여 명, AIDS 환자가 3만 2천 명이란 보도를 했더라고요. 최근엔 약 20만 명 정도가 예상된다는 한국 <연합뉴스> 보도가 있기도 했고요.
 
: HIV/AIDS 문제는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통계 수치를 신뢰하기는 힘들어요. 당장 제가 느끼기에도 그 수치가 아주 적은 것 같네요. 예전에는 베트남 사람들이 HIV/AIDS 문제에 대해 인식이 너무 없었고, 정부도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다행히 2005년 넘어서면서부터 여러 NGO들의 노력으로 HIV 감염 증가 추세가 둔화되기 시작했죠. 그렇다고 아직 HIV 바이러스 감염자나 AIDS 환자 수가 줄고 있지는 않아요. 병의 특성상 잠복기가 길고, 대부분은 약을 복용해 병을 관리하고 있어 에이즈 사망자 수가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HIV/AIDS 관리가 안정화 추세에 접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정: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겠지만 HIV 감염자나 AIDS 환자들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고 그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습니다. 베트남은 어떤가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적 제약이 가해지는 경우가 있나요?
 
: 베트남에도 당연히 HIV/AIDS에 대한 사회적 공포가 있어요. 다행히 최근엔 그러한 경향이 많이 완화되고 있지요. HIV 보균자들의 경우, 병세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외부 활동이나 직장 생활에 큰 무리는 없고요. 공안이나 항공기 조종사를 제외하고는 직업적 차별이 없지요.
 
아이들의 경우에도 부모가 다른 아이들을 할퀴거나 깨물지 말라는 교육을 철저히 시키고 있고 무리 없이 일반 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간혹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정부나 교육청이 직접 찾아가 해결을 하고요.
 
다만, AIDS가 발병해서 병세가 몸에 확연히 드러나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면 주변의 인식 때문에 가족들과 떨어져 시설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지요.
 
콘돔 사용률 낮은 베트남, 인식의 전환 시급하다 
 

▲ 베트남의 콘돔 사용 장려 캠페인  
    
 
수정: <세이프리빙>이 콘돔 보급 및 판매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베트남 사람들의 콘돔 사용률이 아주 낮다고 들었어요. 
 
: 네, 맞아요. 베트남 사람들이 콘돔 사용을 많이 꺼리는 편이지요. 성관계시 콘돔을 사용하면 서로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섹스 자체가 부자연스러워진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또 다른 문제는 콘돔 사용 결정권이 남성에게 있다는 거지요. 피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이 콘돔을 사용하고 싶어도 상대 남성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그래서 정부나 NGO 단체의 콘돔 보급이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지요.
 
베트남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으로 콘돔이 무료로 보급되기도 했지만, 최근엔 국제기구의 지원도 줄고 정부의 예산도 날로 줄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제는 베트남 사람들도 콘돔을 구입해서 사용해야 하는데요,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호텔, 공공 화장실 등에 자판기를 배치해서 어디서나 쉽게 콘돔을 구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베트남은 동전 사용률이 낮아 자판기 보급도 어려워요.
 
따라서 콘돔 사용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고, 그 어느 때보다 <세이프리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봐요. 
 
수정: 그렇다면 <세이프리빙>의 콘돔 보급 및 판매 사업에도 어려움이 있겠군요. 일반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콘돔과 <세이프리빙>에서 취급하고 있는 콘돔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 아까도 말씀 드린 것처럼 <세이프리빙>이 콘돔 보급뿐만 아니라 판매도 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보급용으로 나온 무료 콘돔을 원하는 사람들이 더 많지요. 베트남에는 아직 콘돔 생산 공장도 없어서 전부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구요.
 
현재 베트남에서 유통되고 있는 콘돔 가운데 미국의 넘버원(NO1)이란 제품이 가장 유명한데, <세이프리빙>이 보급품으로 지원받고 있는 제품이기도 해요. 최근에는 영국의 듀렉스(Durex), 일본의 사가미(Sagami)와 같이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고품질로 경쟁력을 갖춘 콘돔들이 유통되기 시작했어요.
 
<세이프리빙>이 판매하고 있는 콘돔은 한국과 태국에서 주문 생산을 하고 있어요. 두 나라가 인접국이라는 이점도 있고 품질도 유명 제품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은데다 가격도 적당해서 선택하게 되었지요.
 
감염인 등 당사자가 직접 사업에 참여

 
수정: HIV/AIDS와 관련하여 주로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시나요?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을 하고 있나요?
 
: <세이프리빙> 사업의 주요 대상자는 HIV 보균자, AIDS 환자, 마약중독자 그리고 성판매 여성과 술집, 호텔, 마사지숍 등에서 일하는 감염 위험이 큰 편인 사람들이에요. 이 사람들에게 좋은 품질의 콘돔을 무료로 보급하거나 판매도 하고 있어요. 또, 보다 나은 환경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장이나 직업훈련원 등을 소개해주기도 하고, 은행대출 등 창업 지원도 하고 있고요. 기업이나 단체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성생활 강의, 성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정: 그들과 접촉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분들이 매번 <세이프리빙>을 찾아오는 것도 힘들 것 같고요. 콘돔 보급이나 판매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 현재 <세이프리빙>은 12명의 콘돔 판매원을 두고 있어요. 이들은 HIV/AIDS 환자거나 마약중독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세이프리빙>의 사업이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그들과 접촉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판매원 선발은 아주 신중히 이루어지고 선발 후에도 일정한 교육을 받고 나서야 일을 시작하게 돼요. 그들이 직접 술집, 호텔, 마사지숍, 성매매 집결지, 공장 등을 다니며 사람들에게 직접 콘돔을 나눠주거나 판매를 합니다.
 
창업지원 100명 중 대출금 못 갚은 사례 ‘없다’  
 

▲ UN에이즈계획(UNAIDS)의 HIV 신규 감염 제로 캠페인 포스터     © unaids 

 
수정: <세이프리빙>은 HIV 감염인, 마약중독자 등을 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성공적인 사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세이프리빙>은 그들에게 비즈니스 교육을 제공해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비즈니스 교육을 통해 창업의 기반을 닦고 베트남 사회정책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받아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지요. 창업 후에도 가게 인테리어, 마케팅 등 지속적인 도움을 주고요.
 
현재까지 이런 식으로 약 100여 명을 후원했는데,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한 사례가 단 한 명도 없고, 아주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그밖에도 하이네켄 같은 맥주 회사나 다국적기업들은 AIDS 환자나 마약 중독자들에게 별도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어 저희가 일자리를 연결해주고 있어요.
 
수정: <세이프리빙>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요?
 
: 처음엔 <세이프리빙>의 사무실이 호치민시 최고 중심가인 1군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병색이 완연한 환자들과 행색이 초라한 사람들이 사무실을 자주 들락거리자 주변의 눈총도 따갑고 공무원들의 간섭도 심해져 사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지요. 결국엔 시내 외곽으로 사무실을 옮겨야 했어요.
 
현재 <세이프리빙>엔 모두 19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HIV 감염자나 마약 중독 경력을 갖고 있어요. 아무래도 면역력이 약해 건강 문제로 일을 쉬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성격도 아주 예민한 경우가 많지요. 설 연휴나 생일이 지난 후에는 갑자기 건강이 크게 악화되는 경우도 있구요. 그들과 일을 할 때는 섬세한 배려와 인내가 필요하지요. 하지만 그들이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서서히 변화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제게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수정: 앞으로 <세이프리빙> 사업에 대한 전망이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 외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100% 자립하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큰 목표에요. 그동안 해외 원조에 기대어왔던 베트남 정부가 스스로 HIV/AIDS 문제 해결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 활동을 하도록 압력을 넣는 한편, <세이프리빙>이 정부의 지원사업의 파트너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참고로, 올해 베트남 정부가 처음으로 HIV/AIDS 환자를 위한 대출금으로 20억 동(약 1억 1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어요.
 
최근엔 베트남 사람들의 콘돔 사용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어 <세이프리빙>의 콘돔 판매 사업도 전망이 밝다고 봐요.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웅크리고 살아야 했던 이들이 우리와 함께 당당하게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 구수정 /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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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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