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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1. 떠해(Tohe)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베트남에 사무실을 두고, 한국인과 베트남인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해온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그림 통해 어린이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떠해>
 
아이들은 신나게 그림을 그리고 사회적기업은 돈을 번다?
 
2009년에 설립된 떠해(Tohe)는 장애아동이나 고아 등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그림 교실을 열어주고 그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패션 상품의 디자인으로 활용해 수익사업을 벌이는 사회적기업이다. 수익금의 절반을 아동 지원 사업에 환원하고 있는데, 그림 교실을 운영하고 아이들에게 저작료를 지급하는 것 이외에도 장학금, 교육기자재 지원, 미술 캠프 개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의 그림을 활용한 수익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에게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쥐어주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팜 티 응언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아이들의 그림과 사랑에 빠진 사회적기업 떠해의 스케치북을 펼쳐보았다.

▲ 어린이들이 그린 아름다운 그림으로 만들어진  떠해의 다이어리. 재생용지를 사용해 제작되었다. © 아맙 
 
놀이도 되고 밥도 되는 ‘아름다운 그림’을 찾다
 
하노이의 평범한 주택가 5층 건물. 그곳의 가장 꼭대기에 떠해의 아담한 둥지가 있었다.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아이들의 그림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가방, 노트, 앞치마, 슬리퍼, 지갑 등의 상품 속에 그려진 그림을 들여다보자니 나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상품 하나하나가 다 아이들의 고운 숨결과 천진난만한 웃음소리가 배어 있는 정겨운 작품들이었다.
 
구수정 (이하 수정): 와~ 저 상품들이 모두 아이들의 그림에서 나온 것이군요. 실제로 보니 더 감동적이네요. 전부 아이들이 손으로 직접 그린 건가요?
 
팜 티 응언 (이하 응언): 네. 모두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에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스캔해서 상품에 그대로 담았어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동심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아요?
 
수정: 기업 명칭이 떠해(Tohe)인데요, 떠해가 뭐죠?
 
응언: 떠해는 베트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민속 장난감이에요. 쌀가루로 빚은 작은 인형인데 막대기에 꽂혀 있어서 아이들이 손에 쥐고 놀다가 먹기도 하지요. 저희들의 사업이 떠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떠해가 아이들의 장난감이자 먹거리이기도 하듯이 우리들의 사업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함과 동시에 그 수익도 돌려줄 수 있는 유용한 것이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회사의 이름을 떠해라고 지었지요.
 
수정: 아이들의 그림과 사회적기업의 만남이 정말 독특하고 참신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떠해를 만들기까지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 떠해 창립자 중 한 사람이며 현재 부사장을 맡고 있는 팜 티 응언 씨.  ©아맙 
 
응언: 저와 제 남편 그리고 또 다른 친구 한 명 이렇게 셋이서 2009년 떠해를 창립했어요. 그 전에 저희는 광고미디어 회사에서 일을 했지요. 당시 몇몇 NGO단체들이 장애아동이나 고아와 같은 불우한 아이들에게 그림 교실을 열어주는 사업을 했었는데 여기에 참여하면서 아이들과 인연을 맺었어요.
 
그런데 몇 년 하다 보니 그 한계가 눈에 들어왔어요. 기금이 넉넉지 않아 돈이 떨어지면 사업을 중단해야 했고, 프로그램이 끝나면 아이들의 그림들도 함께 사라져버렸지요.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들의 그림을 가지고 다른 무언가를 할 순 없을까를 고민했고, 그것이 사회적 기업 ‘떠해’의 출발이 되었어요.
 
수정: 떠해를 시작할 때 피카소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졌는데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응언: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피카소 박물관에 들렀지요. 그곳에서 “난 12살에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지만, 아이들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이 걸렸다”라는 피카소의 명언과 만나게 됐어요. 아이들의 그림 속에서 우리들이 잃어버린 어떤 '영혼' 같은 것을 느껴왔던 우리에게 피카소의 그 말은 아주 강렬하게 다가왔죠. 우리가 만났던 '어린 피카소'들의 그림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어요.
 
그 박물관의 상품 코너에서 피카소의 그림이 인쇄된 티셔츠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제 남편이 “그래, 이거야!”라고 소리쳤지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바로 아이들의 그림을 상품의 디자인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얻은 거죠.
 
수정: 정말 피카소에게 감사해야겠네요. (웃음) 그런데 사회적기업과는 어떤 인연이 있으셨나요?
 
응언: 처음엔 사회적기업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저 막연히 아이들의 그림을 활용해 수익사업을 하고 그 이익을 다시 아이들을 돕는 데 환원하겠다고만 생각했지요. 다만 외부의 기금에 의존하는 NGO보다는 자생적이고 독립적인 수익 구조를 갖는 기업의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러던 중 친구의 소개로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를 알게 되고, 사회적기업이야말로 우리의 이상에 딱 들어맞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떠해를 창립하게 되었지요.
 
어린 피카소들의 그림 열정,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 떠해의 에코백(Eco-Bag), '르엉'이란 친구가 그린 비행기 그림    © 아맙 
 
수정: 아이들을 위해 그림 교실을 열어주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응언: 저희는 장애아동이나 고아들을 돌보고 있는 시설 또는 산간 오지의 가난하고 어려운 학교들을 찾아다니며 그림 교실을 열고 있어요. 여기에는 각 센터와 학교의 선생님들, 그리고 떠해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참여하죠.
 
일반적으로 베트남의 미술 교육은 굉장히 획일적이고 주입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서 학생들은 보통 선생님이 그리라고 하는 대로만 따라 그리게 되지요. 하지만 떠해의 그림 교실은 아이들이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고 그들이 지닌 창의력이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어요.
 
한 번에 약 20명가량의 아이들이 참여하는데 현재까지 모두 1,000여 명의 아이들이 떠해의 그림 교실에 참가했어요. 평소에는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조건에 있었던 아이들, 심지어 난생 처음 그림을 그려 보는 아이들의 손에서 어른들이 깜짝 놀랄 만큼 아름답고 순수한 '작품'이 탄생할 때가 있죠. 
 
수정: 상품에 인쇄된 그림마다 뭔가 특별한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요. 작품 탄생 비화라고나 할까요?
 
응언: 저희는 장애아동들과 그림 교실을 많이 여는 편이에요. 처음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 되는 아이들만 프로그램에 참가토록 했어요. 손과 발이 심하게 불편한 아이들은 그림에 대해 심리적 부담감을 크게 가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중증 장애아동들이 자기도 참여하고 싶다는 거예요. 연필을 쥘 수 있는 손도, 발도 없는 아이들이 온몸을 뒹굴면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
 
장애아동들은 보통 자동차나 오토바이, 비행기 등을 많이 그려요. 항상 시설에 갇혀 지내야 하는 답답함과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 그림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거죠. (한 그림을 보여주며) 이 그림은 뭘 그린 건지 한번 맞춰 보실래요? 얼핏 새 같기도 하고 곤충 같기도 한데 비행기를 그린 거라네요. 이 아이는 자신을 어딘가로 데려다 줄 꿈의 비행기를 이렇게 표현했어요. 이 친구는 자기가 좋아하는 특정 색상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데 무엇을 그리든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느껴져요. 다른 그림들 속에 섞여 있어도 이 아이의 그림은 바로 찾아낼 수 있지요. 어때요? 마치 화가 같지 않나요? (웃음) 
 
수정: 이야기를 들으니 그림이 더욱 새롭게 느껴지네요. 또 다른 이야기는 없나요? 
 
응언: 베트남 중부 칸호아성의 반닌이라는 섬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육지로부터 뱃길로 반나절이나 떨어져 있는 곳인데, 섬에는 학교가 없어서 일부 부유한 아이들만 육지로 나가 학교에 다니고 대부분은 학교 구경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어요. 이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했더니 거의 모두가 우물을 그렸더라구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이 바싹 마른 우물이었어요. 그 섬은 물이 귀한 곳이라 우물이 굉장히 소중하죠. 게다가 이 섬의 아이들에게는 우물터가 거의 유일한 놀이터이기도 했어요. 아이들에게는 우물이 사라지는 게 엄청난 불안이자 공포였던 거지요. 어른들이 보기에는 아이들이 별 뜻 없이 쓰윽쓰윽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도 아이들은 나름대로 그림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간절하고 소중한 무언가를 말하고 있는 거지요.
 
어린이 화가들 ‘저작권’ 보장도 꼼꼼히 

▲ 100% 천연섬유를 사용한 떠해의 에코 백     © 아맙 
 
수정: 아이들의 그림을 상품 디자인으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들의 저작권을 보장해주고 계신지요?
 
응언: 아이들의 그림을 스캔할 때 누가 언제 어디서 그린 것인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해당 센터나 학교, 또는 학부형과 계약서를 체결해요. 아이들의 그림을 상품 디자인으로 사용하는 것에 관한 계약서죠. 그림 인쇄 횟수도 정확히 계산해서 그 수익에 따라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요. 지금까지 장학금 전달 횟수는 약 300회 정도 되는데 해당 그림의 센터나 학교에 교육기자재나 에어컨 등의 설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한 미술 캠프를 열어주는 사업도 하고 있어요. 또 미술적 재능이 돋보이는 아이들에게는 별도의 지원을 하고 있고요.
 
수정: 상품들을 보니 모두 같은 재질의 천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응언: 이 천은 화학섬유가 아닌 100% 천연섬유에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목화로 만들어 진 것이죠. 보통 목면은 표백이나 염색과 같은 가공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하게 되지요. 저희 제품은 그런 공정을 전혀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천들처럼 새하얗지는 않아요. 대신 자연 그대로의 은은한 색감이 느껴지죠. 북부 산간 지역의 한 소수민족 마을에 이 천을 생산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계세요. 떠해가 사용하는 천의 일부는 그들로부터 납품받은 것이에요.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분들을 지원하는 의미에서 일정 양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수정: 마음이 훈훈해지는 이야기네요. 그러나 기업이라면 무엇보다 수익구조도 매우 중요하지요. 상품 판매와 홍보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별도의 매장을 운영하고 계신가요?
 
응언: 매장은 아직 없습니다. 하노이와 호치민에 매장을 낼 계획은 있지만 자금 문제로 아직 추진하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는 사무실과 재봉틀 몇 대의 작은 공장을 가지고 있을 뿐이에요. 상품 판매는 주로 박람회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상품 홍보는 사회적기업이나 NGO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별도의 광고나 마케팅을 하고 있진 않아요. 제 전직이 광고업이었는데 정작 떠해의 상품 광고에 대해서는 약간의 반감 같은 걸 갖고 있어요. 전 떠해의 상품을 인위적인 무언가로 포장해서 팔고 싶지 않아요. 경영 마인드가 부족한 태도라고 볼 수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소문이나 사회적 관심과 같은 자연스러운 경로를 통해 떠해의 상품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사회적기업지원센터(CSIP)의 다양한 지원은 큰 힘 

사회적기업 상품 박람회장에 설치된 떠해의 부스  © 아맙 
 
수정: 떠해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응언: 떠해의 사업 아이템이 아주 창의적이고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지요.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고요. 하지만 경영은 다르지요. 늘 자금 부족에 허덕이고 매출도 박람회 등 행사에 좌우되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고 매장을 내는 등의 사업 확장도 어렵구요. 저를 비롯한 떠해의 구성원들이 경영에 대한 경험이나 노하우가 부족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2010년 첫해 떠해의 수익이 약 30,000달러였고 올해는 35,000달러를 예상하고 있는데 관리자 3명, 정규직원 10여 명, 외부 초빙 디자이너와 파트 타임 직원 등의 인건비와 운영비, 사업비 등을 생각하면 결코 많은 건 아니죠.
 
수정: 베트남 사회적기업 지원센터(CSIP)로부터 떠해가 지원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었나요?
 
응언: 2009년 창립 당시 베트남 사회적기업지원센터(CSIP)로부터 5,000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았어요.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저희 사업 아이템이 사회적 인정을 받았다는 데 정신적으로 큰 고무가 되었지요. 특히 네트워크와 관련해서는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CSIP와 연결되면서 국내외의 수많은 사회적기업, NGO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었고 이것이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구요.
 
뿐만 아니라 경영, 마케팅, 기술 지원, 전문가 초빙, 자문위원 위촉 등의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어요. 최근에는 CSIP의 소개로 홍콩의 유명한 사회적기업가 한 분을 자문위원으로 모셨어요. 지난 1년 동안 그분이 떠해의 전반적인 경영 분석을 맡아주셨는데, 현재 떠해의 문제점, 떠해가 가진 장단점 등을 상세히 분석해주셔서 기업의 틀을 새롭게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떠해는 CSIP에 2단계 지원 요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정: 앞으로도 떠해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날 거라고 믿습니다. <아맙>도 할 수만 있다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 떠해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그 전망이나 포부가 있다면 듣고 싶네요.
 
응언: 우리들 대부분이 지치고 피곤한 일상 속에서 점차 삶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그림 교실을 하면서 아이들이 갖고 있는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힘을 느꼈어요. 떠해는 아이들의 그림을 통해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잃어버린 꿈과 동심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은 여력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림 교실을 통해 미술적 재능을 지닌 장애아동들을 발굴하고 키워서 떠해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만들어가야겠지요.
 
*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쯔엉 콩 안 부우 (아맙 마케팅 팀원)
 
<아맙> 다음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후원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만화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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