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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8. 마루초콜릿 

아맙(A-MAP)은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아맙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필자 구수정씨는 아맙 베트남 본부장입니다. www.ildaro.com
 
▮ 마루초콜릿(Marou Chocolate)이란?
 
100% 순수 베트남산 카카오로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 <마루초콜릿>은 2011년에 창립한 이후 어떠한 화학 첨가물도 넣지 않은 고품질 다크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 베트남 남부 5개 지역에서 카카오 원료를 구매하여 프랑스의 와인처럼 산지 별로 지역 고유의 맛을 살린 초콜릿을 생산한다. 농민들의 고품질 카카오 생산을 독려하기 위해 퀄리티 프리미엄(quality premium)을 지불하며, 유기농 카카오 재배로 농민들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원에도 힘쓰고 있다.
 
‘메이드인 베트남’ 초콜릿을 꿈꾼 두 프랑스인
 
“입맛이 없을 테니 초콜릿이라도 먹고 기운 좀 차려봐요! 초콜릿이 기분도 좋게 한다네요.”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내게, 한 지인이 선물한 백 그램짜리 다크 초콜릿. 아픈 와중에도 한입 베어 무니 입안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게 맛이 정말 좋았다. 이게 베트남에서 만든 초콜릿이 맞나 싶어 뒷면을 살펴보니 ‘100% Product of Vietnam’이라고 적혀 있었다.

▲ 카카오 산지 별로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는 <마루초콜릿>    © Marou 
 
초콜릿 이름은 바로 마루(Marou).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마루초콜릿>의 창업자 사무엘과 빈센트 두 사람은 베트남 국영방송인 VTV 뉴스에도 보도될 정도로 유명한 ‘화제의 인물’이었다. 두 프랑스인이 베트남 사람들에게도 생소한 작물인 카카오로 ‘메이드 인 베트남’ 초콜릿을 만들어 전 세계에 베트남의 달콤한 맛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한 병의 포도주 못지 않은 명품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카카오 원두와 씨름하고 있는 <마루초콜릿>. 베트남 카카오 농민들과 손을 맞잡고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두 프랑스인을 만났다.

구수정(이하 수정): 와우!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달콤한 초콜릿 향기가 저희를 반겨주더군요. 난생 처음 초콜릿 공장을 방문했는데, 가끔 지인들에게 선물로 받곤 했던 <마루초콜릿>이라 더욱 반갑네요. 이렇게 창업주와 직접 만나게 되어 정말 즐거운 인터뷰가 될 것 같습니다.
 
사무엘 마루타(이하 사무엘. 마루초콜릿 사장): 저희야 늘 초콜릿 향기에 흠뻑 취해 살고 있죠. (웃음) 초콜릿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아맙>과의 만남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수정: 두 명의 프랑스인이 순수 베트남산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참 흥미로웠습니다. 카카오는 베트남에서도 흔치 않은 작물이고 생산량도 적은 편인데요. 어떻게 베트남 카카오와 인연을 맺게 되셨나요?
 
사무엘: 저와 동료 빈센트는 베트남 여행을 하다가 알게 된 친구 사이에요. 둘 다 베트남에 있는 프랑스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계약 기간이 끝나 긴 휴가를 즐기고 있을 때였죠. 그러다가 호치민시 인문사회과학대학교의 베트남어학당에서 다시 만났어요. 어느 날 베트남 친구의 소개로 바리아-붕따우성에 있는 카카오 농장에 함께 가게 되었죠. 그땐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고, 단순히 여행자로서 베트남 카카오에 대해 호기심 정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카오 농장을 둘러보면서 농민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베트남에서도 카카오가 생산되고 있지만, 베트남산 카카오로 만든 고품질의 초콜릿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한번 순수 베트남산 카카오로 만든 명품 초콜릿에 도전해보자는 야무진 꿈을 꾸게 된 거예요. (웃음)

▲ <마루초콜릿>의 두 창업주 사무엘(맨 왼쪽)과 빈센트(맨 오른쪽)    © 아맙 
 
수정: 현재 베트남산 카카오의 대부분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고, 베트남 현지에는 초콜릿 가공 시설이나 기술력이 많이 부족하다고 들었습니다. <마루초콜릿>의 탄생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사무엘: 맞습니다. 초콜릿은 무엇보다 맛과 품질이 중요하고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죠. 저는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일했고 빈센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둘 다 초콜릿에 대해 문외한이었어요. 먼저 호치민시 외곽의 투득군에 초콜릿 연구소를 세우고, 처음 인연을 맺은 농장에서 원두를 가져와서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져 얻은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초콜릿을 만들어봤지만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어요. 결국 프랑스의 초콜릿 전문가 아르노 노르망디씨를 모셔와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맛의 초콜릿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우리는 고품질의 카카오 원두를 얻기 위해 베트남 남부의 거의 모든 카카오 농장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농민들을 만났습니다. 저와 빈센트는 극히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다행히 초콜릿의 맛에 대해서는 ‘절대 미각’을 가지고 있었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베트남산 명품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포부와 어떤 어려움에도 포기할 줄 모르는 ‘무한의 끈기’를 가졌지요. 그것이 바로 지금의 <마루초콜릿>을 있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포도주를 빚듯이 원산지 별로 초콜릿을 만들다
 
수정: 그 노력의 결과 때문인지 <마루초콜릿>을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아메리카노처럼 쓰지만 달콤한 중독성을 가진 맛’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더군요.(웃음) 저는 포장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고, 카카오 원산지 별로 초콜릿을 생산하고 있는 게 참 인상적이었어요.

사무엘: 제가 광고마케팅 분야 출신이라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죠. <마루초콜릿>의 브랜드 가치를 최대한 보여주면서도 고풍스럽고 전통미가 담겨 있는 디자인을 원했어요. 현재 <마루초콜릿>은 베트남의 바리아-붕따우성, 동나이성, 벤째성, 띠엔장성, 럼동성 5개 지역에서 카카오를 구매하고 있고, 산지 별로 각각의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디자인도 산지에 따라 색상을 달리했고요.

▲  <마루초콜릿>과 거래하고 있는 베트남 남부 5개 성의 카카오 생산 지역.   © Marou 
 
프랑스에서는 지역마다 고유의 포도주를 생산하고 있고, 그 지역의 이름이 포도주 브랜드가 되는 전통이 있는데요. 저희도 같은 생각에서 산지 별로 초콜릿을 생산하게 되었죠. 단순한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 지역마다 다른 카카오 고유의 풍미를 전하고 싶었고 카카오 함량도 70~78% 범위에서 차이를 두어 사람들이 입맛에 맞게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수정: 초콜릿은 어떻게 판매되고 있나요? <마루초콜릿>의 전문 매장이 있나요?
 
사무엘: 하노이, 호치민시, 다낭과 같은 베트남 대도시의 유명한 호텔이나 제과점, 커피숍, 초콜릿 판매점에서 <마루초콜릿>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초콜릿 전문 매장은 아직 계획 중입니다. 프랑스, 미국, 호주,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에 수출되고 있고,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상품 박람회에도 초청받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요. 한국과는 이번에 <아맙>을 통해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네요.
 
수정: 베트남 카카오 농부들의 삶은 어떤가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국적기업인 카길(Cagill)이 베트남 카카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사무엘: 원래 베트남은 1980년대에 정부 주도 하에 카카오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베트남 중부 꽝아이성에 있는 공장에서 카카오 원료를 1차 가공해 주로 소련에 수출했지요. 그러다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시장을 잃게 되어 베트남의 카카오 사업도 실패하게 됩니다. 당시 많은 카카오 농민들도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요.
 
그 후 2000년에 접어들어 카길이나 마르스(Mars)와 같은 다국적기업이 들어오고, 베트남 정부가 다시 전략적으로 카카오 재배에 나서면서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어요. <마루>와 거래하고 있는 농가나 합작사들도 대부분 이들 다국적기업에 카카오 판매를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카카오는 신흥 작물에 속하고, 베트남 카카오가 세계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아 카카오 농민들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베트남의 카카오 재배 역사가 짧은 관계로 아직 카카오협회나 합작사 같은 자체 조직도 잘 갖추고 있지 못해요. 농민들이 다국적기업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형편이죠. 한때 카카오 가격이 치솟아 농민들이 우르르 카카오 재배에 달려들었지만, 아직까지 카카오가 농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농부의 구슬땀이 담긴 진정한 맛을 전하는 초콜릿
 
수정: 그렇다면 <마루초콜릿>은 카카오 농민들과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사무엘: <마루초콜릿>은 농민들이 고품질의 카카오 원료를 재배할 수 있도록 ‘퀄리티 프리미엄’을 지불합니다. 공인된 기관에서 품질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마루초콜릿>이 만족할 만한 정도의 품질을 충족하면 추가로 프리미엄을 지불해요. 베트남 카카오의 미래를 위해서도 농민들이 카카오 재배 프로세스를 잘 지켜 더욱 좋은 원료를 생산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소규모 생산지까지 직접 방문해 카카오 원두를 선별하는 <마루초콜릿>    © Marou 
 
가격을 결정할 때도 농민들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마루초콜릿>의 규모가 크지 않아 구매량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카카오를 구매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또 저희는 소규모 농가들과도 거래하고 있는데, 좋은 원료를 찾아 농촌 구석구석까지 안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고 있어요. 유기농이나 우츠 인증 카카오 등 친환경 카카오를 재배하는 합작사들과도 거래하고 있습니다. 품질뿐 아니라 농민들과 함께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카카오를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죠.
 
수정: 베트남산 카카오로 초콜릿을 만들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사무엘: 가장 어려운 것은 좋은 품질의 카카오 원두를 ‘고르게’ 확보하는 일이에요.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면 반으로 쪼개 과육과 씨앗을 분리해 일정 기간 발효를 시키는데, 이 카카오빈의 발효, 건조 과정이 초콜릿의 품질을 좌우하게 됩니다. 그런데 덜 익은 카카오 열매가 섞여 있으면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아요. 또 농민들이 발효 공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온전히 발효가 되지 않은 경우, 상하거나 썩은 원두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매번 구매할 때마다 생산 현장에서 직접 원료를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요. 카카오 빈 하나하나를 콕콕 찍어 좋은 놈만 골라낸다고 농민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품질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농민들에게 카카오 원두의 품질, 위생, 안전 문제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결코 쉽지 않죠. 농민들의 생각이 변화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수정: 창립한 지 불과 1~2년 만에 <마루초콜릿>은 베트남산 명품 초콜릿을 만들어냈고, 베트남은 물론 세계 곳곳에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루초콜릿>을 어떻게 꾸려나가고 싶으신지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사무엘: 베트남에서 카카오를 만난 후로, 말 그대로 ‘제2의 삶’을 살고 있죠. 현재 공장은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100% 가동되고 있고, <아맙>을 비롯해서 개인과 단체, 기업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어요. 한국에는 아직 <마루초콜릿>이 소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오늘 정말 기쁜 마음으로 <아맙>을 만났는데요. 사실 지금 우리는 주문이 쇄도해 물량을 다 소화하기에도 벅찬 실정입니다.

▲ 독일의 원조기관 GIZ에서 카카오 전문가를 초빙해, 농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Marou 
 
하지만 우리는 규모를 늘리는 데는 관심이 없어요. 초콜릿을 만드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고, 지금 우린 충분히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고 있거든요.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메이드 인 베트남’ 초콜릿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앞으로 세계 최고라고 자랑할 만한 초콜릿을 향해 더욱 전진해나갈 계획입니다.
 
그 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루>가 농민과 함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어가는 것이겠지요. ‘퀄리티 프리미엄’ 외에도 농민들을 지원하고 이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어요. 그저 맛만 좋은 명품 초콜릿이 아니라 베트남 농부들의 구슬땀이 담긴 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진짜 고품격의 초콜릿을 만들고 싶습니다.
 
기록, 정리: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통역: 조은영 (아맙 프로보노, 베트남항공 부기장)
 
아맙 카페 주소: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후원계좌: 신한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 유쾌한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실험!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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