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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로드트립> 27. 나미비아 ④ 에토샤 국립공원
 
애비(Abby)와 장(Jang)은 대학에서 만난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만 서른되던 해 여름 함께떠나, 해를 따라 서쪽으로 움직인 후 서른둘의 여름에 돌아왔습니다. 그중 100일을 보낸 아프리카에서 만난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를 나누려합니다. www.ildaro.com
 
아프리카 3대 국립공원의 하나, 에토샤
 
우리 과자 좀 그만 먹자는 말을 한 게 지난 밤이건만, 아침 점심을 거나히 먹고도 과자 각 일봉지씩을 해치운 다섯 남녀는 의지 약한 자신들을 위로하기 위해 새 쿠키를 뜯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많이 먹는 다섯 캠퍼 - 막 직장을 그만 두고 한국에서 날아온 윤, 밝고 경쾌한 남아공의 자원봉사자 민과 안, 그리고 장과 나는 에토샤(Etosha)로 향하는 중이다.

▲ 초원의 맥도날드, 스프링복 햄스복 가젤 등 다양한 종이 있는 아프리카 영양    © Abby 
 
나미비아의 에토샤는 탄자니아와 케냐 일부에 걸쳐 있는 세렝게티(Serengeti), 보츠와나의 초베(Chobe)와 더불어 사파리를 위한 아프리카 3대 국립 공원으로 불린다. 장과 나에게는 세렝게티 이후 두 번째 동물보호구역 여행이었다.

등록된 여행사의 가이드를 대동하고서만 여행이 가능한 세렝게티와 달리, 에토샤는 여행자가 직접 운전하며 초원을 누빈다는 점이 다르다. 또 세렝게티가 세상에서 가장 드넓은 초원으로서의 상징성과 위용을 자랑한다면, 에토샤는 그보다 작지만 더 가까이서 동물들을 볼 수 있는 매력으로 유명하다. 물론 ‘작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아프리카 초원들끼리의 비교에서 하는 표현일 뿐, 에토샤의 면적은 조선팔도 중 하나를 가뿐히 넘는다.
 
평원 한가운데를 지붕 없는 4WD 차량 하나가 질주한다. 차에는 경쾌한 사파리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선 남녀들이 있다. 카메라를 든 그들은 가젤들을 뒤쫓는 사자, 한가로이 무리 지어 다니는 코끼리떼, 늪에서 입을 쩍 벌리고 하품하는 하마를 놓칠세라 바쁘게 셔터를 누른다. 여행 전 우리는 ‘사파리’ 하면 이런 장면을 떠올렸다.
 
- 그 박진감 넘치는 모습을 어떻게 담지?
 
직전 도시에서 쑥색 사파리 셔츠까지 하나 장만해 입은 이 남자, 윤의 머릿속 세계도 그러하리라. 도착하기 전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그를 향해 장과 나는 푸훗, 웃음을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 그래, 생생하지. 정말 생생해.
- 진짜? 야, 설마 사자가 우리한테 덤비는 건 아니겠지.
- TV를 뚫고 나오겠냐.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BBC 다큐멘터리에서 그렇단 뜻이야.
- 에이 씨, 뭐야!
- 생생한 동물의 세계를 원한다면 디스커버리 채널을 보세요! 전에 우리 가이드가 한 말이다.
 
키득키득 모두가 웃었다. 나와 장뿐 아니라, 민과 안도 남아공의 크루거 국립공원에 다녀온 적이 있어 사파리의 실체(?)를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다큐에서처럼 수풀을 헤치며 질주하는 것은 엄금, 관광객의 차는 돌과 풀을 골라 놓은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한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인공적인 그 길 가까이 오지 않으니, 인간은 대체로 망원경을 빌어 아주 멀리 있는 동물들을 감질나게 보곤 한다. 어느 정도 먼고 하니 점처럼 보이는 기린을 ‘쩜린’, 하마를 ‘쩜마’라고 부를 정도로 육안으로는 간신히 형태를 식별할 만한 거리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 에토샤에서는 간혹 장과 윤 둘 다 이렇게 운전대를 놓곤 했다, 위험천만하게!   © Abby 
 
그에 더해, 아프리카 사파리엔 빅 파이브(Big 5)가 있다. 사자, 코끼리, 버팔로, 코뿔소, 표범을 일컫는데, 가장 강한 동물이라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고 가장 보기 힘든 동물이라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인기가 좋아 유명한지 유명해 인기가 좋은지, 이들은 사파리 여행객들이 가장 열광하는 대상이라 사나흘 동안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빅 파이브 발견하기만을 목표로 삼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초원의 이 톱스타들을 만나기는 정말 어렵다. 아프리카에서는 동물도 사람도 한낮에 움직이려 하지 않고, 특히 사자나 표범 같은 육식 동물은 모조리 야행성이라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아주 이른 새벽이나 늦은 밤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사냥을 매일 하지도 않으니 쫓고 쫓기는 모습을 보기란 더욱 어려울 게다. 촬영과 같은 특별한 상황에 아주 많은 돈을 낸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으나, 대체로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위험해 허락되지 않는 행위다
 
여행객이 일찍 길을 나선다 해도, 일출이 끝난 아침은 성질 급한 동물들이 벌써 휴식으로 들어가는 시간이다. 간혹 빅 파이브를 발견하기도 하지만 흥분한 이 쪽의 마음을 알 리 없는 녀석들은 나른하게 엎드려 꼬리로 날파리 쫓는 모습 정도를 보여 준다. 그럴 때면 이해가 된다. 밤낮없이 나와 있는 동물원 철창 속의 동물들이 왜 하나같이 그렇게 부석부석한 표정과 피곤한 몸짓을 하고 있는지. 종일 숨지도 쉬지도 못하고 시달리는 삶이라니, 동물이라 해서 어찌 고단하지 않을까
 
- 그런데 나는 봤지롱.
 
짐짓 자랑하듯 내가 말하자 윤이 반응했다.
 
- 뭘, 어떻게?!
- 세렝게티에서 말이야, 스무살이 진짜 많이 아팠어. 그래서 밤에 나랑 스무살만 세렝게티 원주민 병원에 가게 된 거야.
- 그런데 사자가 나타났어?
- 사자까지는 아니고, 가는 길에는 버팔로 떼랑 마주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집채만한 코끼리랑 마주쳤어. 가이드가 꽤 긴장해서 두 번 다 시동도 라이트도 끄고 조용히 기다리더라고. 흥분해서 차로 덤비면 뒤집힌다구.
-  와.... 누구 아픈 사람 없어? 너 손가락 다친 거 병원 가야 되지 않냐?
 
안타까운 윤의 마음과 달리, 끊임없는 과식에도 설사 한 번 없는 우리는 모두 지나치게 건강했다.

▲  평화로이 풀을 뜯는 아침 초원의 동물들    © Photo by MadMike 
 
- 어, 어, 저기 봐, 가젤이다! 저게 톰슨 가젤인가? 우와 뿔 좀 봐!
 
상기된 표정으로 연신 감탄하는 윤의 모습이 나머지 넷에게는 사파리 첫 날의 묘미였다. 아프리카에서 지내다 보면 타조, 각종 가젤, 심지어 기린까지도 버스 타고 도시를 벗어난 길에 간혹 눈에 띄었던 동물이었기에, 무뎌진 우리는 첫 눈에 윤처럼 열렬한 환호를 보내지 못했다. 재미있다는 듯 민이 윤에게 말을 걸었다.
 
- 그런데 오빠, 쟤네들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 뭔데?
- 사바나의 맥도날드예요.
- 왜, 그게 무슨 뜻인데?
- 음. 그건 곧 알게 될 거예요.
 
모두가 키득키득 즐거워했다. 윤 또한 뭔데! 하면서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좋아하는 맥도날드들을 담느라 연신 셔터를 누르며 즐거워했다. 그래, 내일 오후쯤이면 더 이상 가젤을 향해 렌즈를 들지 않게 될 테니, 지금 많이 찍어두라구 친구! 하는 말을 속으로 삼켰다.
 
꽁지 빠지게 줄행랑 친 ‘코끼리 습격 사건’
 
이튿날 동트기 전부터 채비를 했다. 어둠이 가시는가 싶으면 해는 빨리도 둥실 떠오르곤 했기에, 아예 어둑어둑할 때 동물보호구역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입장을 허락하자마자 들어갈 셈이었다. 그런데 짐을 챙기다 보니 아이스 박스 하나가 나동그라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세워서 흙을 털자 여닫는 쪽에 새겨진 발톱 자국이 생생했다. 버튼 없이 단순하게 열고 닫는 박스였다면 내용물을 털렸으리라. 간밤 우리 곁을 맴돌며 음식을 탐하고 문 열린 차의 뒷좌석을 턱 점령했던 자칼들의 짓이었다. 그래도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코끼리와 마주쳐 도로 화장실에 들어가 밤을 보낸 어떤 이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애교다.
 
에토샤의 동물들은 확실히 세렝게티에 비해 훨씬 가까이 있었다. 보호구역의 초입, 아침 볕이 길게 드리운 초원에서 가젤과 얼룩말이 어우러져 풀을 뜯는 모습에 차를 세웠다. 고작 몇 발짝 앞에서 사슴 같은 어린 가젤들과 어미들이 경계심 없이 뛰어다녔다. 무리 중 홀로 멋진 뿔을 자랑하는 우두머리 수컷 가젤만이 햇살을 이고 우두커니 서서 가끔 우리를 바라보았다. 몹시 평화로운 아침 풍경임에도, 무리를 지키려는 본능적인 그 모습이 이 곳이 약육강식의 세계 사바나라는 사실을 말한다.
 
초원을 무작정 헤매기보다 지도에 표시된 곳곳의 거대한 물웅덩이(Water Hole)들을 거쳐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 가이드북이 일러 준 사파리의 팁이다. 어제 묵은 캠핑장은 에토샤 서쪽에, 오늘 묵을 캠핑장은 동쪽에 있으니 종일 그 사이를 탐험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쉬지 않고 운전을 하는 것도 차 안에 있는 것도 실은 쉽지 않은 일이라, 점심을 먹기도 전에 일행은 조금씩 지쳐갔다. 첫 번째 물웅덩이에서 너무 힘을 뺀 탓인지도 몰랐다. 멀리 물가에 앉은 사자 세 마리에 흥분해 차창 밖으로 몸을 빼고 괴성을 질러대길 얼마나 오래 했던가. 그러나 동물의 왕은 인간의 오도방정에 미동도 않은 채 뒤통수만 보였다.

▲   차 하나를 뒤집기에 충분한 몸집이지만, 상아를 보니 아직 어린 수컷 코끼리.  © Photo by MadMike 
 
이윽고 차는 코뿔소가 자주 출몰한다는 울창한 숲으로 들어섰다. 과연, 김이 모락모락 날 것 같은 소똥이 길 한가운데 퍼져 있고 양쪽의 아름드리 나무 둥치들은 누군가 지금 막 부딪친 듯 벗겨져 있었다. 금방이라도 코뿔소가 나무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았다. 바로 5분 전 우리 앞을 지난 코뿔소의 뒤를 쫓는 기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기를 한 시간쯤, 코뿔소는커녕 장수하늘소 한 마리 발견하지 못한 채 숲을 헤매는데 맞은편에서 다른 사파리 차량이 한 대 나타났다. 여느 때처럼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치는 우리를 중년의 백인 여성이 불러 세웠다. 상기된 얼굴이었다.
 
- 저 쪽에 코끼리 한 마리가 있어요. 어린 수컷인데, 화가 난 것 같아요.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감사를 표하고 속도를 줄이며 커브를 돌았다. 과연 얼마 지나지 않아 크르르르르, 하는 소리가 나더니 오른쪽 수풀에서 잘생긴 코끼리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무리에서 홀로 떨어져 몹시 불안한 모양이었다. 잠시 세워 윤이 카메라를 조준한 순간, 빠아아아앙 하는 괴성과 함께 녀석이 앞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푸르르르르 하는 괴성과 함께 차의 시동이 꺼져버렸다. 코끼리는 우리의 당혹을 읽은 듯 귀를 펄럭이며 그 긴 코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소리를 질렀다. 덜덜덜덜, 덜덜덜덜, 첫 날처럼 시동은 제대로 걸리지 않고 부르르 떨기만 하는 엔진이 마치 우리들의 심장 같았다.
 
- 안 돼? 차분히, 다시, 시동 걸어봐, 출발해야 된단 말이야!!
 
분을 이기지 못한 코끼리가 앞으로 달려 나오는 찰나, 부릉, 하며 차가 다시 살아났다. 꽁지가 빠지게 도망간다는 게 이런 모양일까. 이백미터쯤 달리고 나서야 모두들 푸후, 숨통을 틔우며 폭소를 터뜨렸다. 아, 정말 십 년 감수했다. 우리가 보기엔 가장 패닉에 빠졌던 ‘되련님’ 윤은, 사진을 더 찍게 돌아가자고 주장해 나머지의 구박을 한 몸에 받았다. 장은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운전대를 그에게 넘겼다. 넉살 좋은 일행에게 곧 직전의 해프닝은 ‘코끼리 습격 사건’으로 명명되어 사실과 다른 ‘구사일생 야생 스토리’로 살이 붙기 시작했다. 얘기만 들으면 상아가 집채만한 맘모스에게 밟히기 일 초 전 탈출한 인디아나 존스다.
 
돔처럼 둥근 하늘 아래 대지를 누비는 경험
 
늦은 오후, 저 앞에 거대한 구름이 쏟아지더니 한 방울 두 방울 내리던 비가 점점 굵어져 후두둑 후두둑 창을 때렸다. 탐험은 그만하고 이제 집에 갈 시간인가 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 이며 캠핑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다시 차를 세워야 했다. 모처럼 내린 비에 신이 난 가젤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길거리로 뛰어든 탓이다. 평소엔 멀리서 차만 보여도 초원 멀리 달려가던 녀석들이 경적을 울려도 좀처럼 비키지 않았다. 우리도 잠시 서서 비를 즐기는 수밖에.
 
길 양 편의 초원 위로 엷은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어디선가 다가온 한 떼의 얼룩말이, 마치 경의를 표하듯 같은 방향을 향해 서서 함께 비를 맞았다. 누우들도, 기린들도 나타났다. 비가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지워버린 듯, 우리가 차에서 내린다 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을 듯한 모습들로 모두들 비에 흠뻑 젖었다. 어떤 녀석들은 점잖게, 어떤 녀석들은 신나게. 어디 한 곳 높지도 낮지도 않고 다만 끝없이 평평한 이 대지에 모두가 한 데 어우러져 비와 섞이는 이 순간이, 묘한 충족감을 자아냈다.

▲  초원 풍경. 360도 지평선의 아득함과 아름다움. '작아서 참 좋다'던 민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 Abby 
 
세렝게티에선 거대한 구름 그림자 아래 압도되어 경외감에 취했다면, 에토샤에선 한층 가까운 동물들과 ‘함께 있음’이, 나 역시 이 생태계의 일부라는 소속감이 참 좋았다. 모든 인간이 신이 되고자 그토록 애쓰는 도시의 삶으로부터 잠시 놓여나 신 아래 에덴의 삶으로 돌아온 느낌이랄까. 내 꿈과 미래, 내 성취, 내 감정, 나, 나, 나 - 내가 전부인 듯 집착하던, 오래 깊이 중독된 자아의 독이 잠시 옅어진 그 청량함이 자유로웠다. 모두가 그렇게 좋다는 빅파이브, 저 멀리 보이는 ‘쩜자’나 ‘쩜팔로’를 사로잡으려 눈에 힘 주는 대신 맥도날드 가젤과 얼룩말이 펼치는 지금 내 눈 앞의 이 아름다움에 충만하게 매료되었다.
 
- 아.. 좋아요. 내가 작다는 게 참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 날, 평원을 헤매며 민이 말했다. 평원에 서는 인간은 한 번쯤 비슷한 심상을 맛보게 되는 것 같다. 어디서 우리가 이렇게 돔처럼 둥근 하늘 아래 서 보랴. 삼백육십도 지평선 한가운데 점처럼 작은 나를 깨달아, 작디 작은 내 속에 갇혔던 영혼이 대지로 풀려나는 그 해방감을 맛보랴. 마음껏 안팎의 지평을 넘나드는 이 평원의 시간을 동물 탐험으로만 한정하거나 빅 파이브를 찾는 데만 몰두하는 것은, 어쩌면 주객이 전도된 생각일 지도 모른다. 막상 초원에 와 보니 우리에겐 대지를 누비는 경험에, 동물들은 덤으로 주어지는 기쁨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함께 느끼는 이들과의 동행은 참 행복하다.
 
- 어땠어?
- 어, 너무 좋았어. 아름답다. 제일 아름다운 게 얼룩말이랑 가젤이야. 비오는 초원에 매료됐어, 감동이야.
 
에토샤를 나오는 길, 윤의 소감이었다. 그는 곧 우리와 헤어져 북쪽으로 올라갈 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렝게티에 닿을 예정이다. 불과 한 달 새 굳이 사파리를 또 할 필요가 있을까, 묻는다면 장과 나는 두말할 것 없이 “그렇다” 고 할 것이다. 여행 중에 우리는 묻힌 감각이 깨어나는 경험을 곧잘 하곤 했다. 사막을, 산을, 초원을 두 번 세 번 찾고 나면 그건 같은 풍경의 반복이 아니라, 이전의 경험을 발판 삼아 열리는 다음의 감각이 촉수를 세우듯 새롭고 더 깊은 감동이었다. 그러니 장도 나도, 윤에게 세렝게티는 더욱 기대해도 좋을 거라 자신 있게 말해주었다.
 
마치 배웅을 하듯, 에토샤를 빠져나가는 길목에 선 기린 두 마리가 오래도록 우리를 바라 보았다. 느릿느릿 기린들이 사라지자, 이번엔 얼룩말 한 가족이 길에 서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고마웠습니다, 어쩐지 인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건강한 기운이 가득한 이 세계가, 부디 오래오래 그대로이기를. [원문 보기] http://ildaro.com/sub_read.html?uid=6314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만화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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