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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전공의 목숨을 대가로 비용 절감?
[일다 논평] 한국전력, 송전선 공사 감전사망·사고에 책임져야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하청업체 배전공 전기원노동자들에게 고압전류를 끊지 않은 상태로 작업을 시켜 지난 3년 사이에만 55명이 감전사하고 1천400여명이 다친 사실이 25일 SBS <8시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다. 현장 노동자가 20일에 한 명 꼴로 사망을 하고 있는데도 이런 일이 계속되었다는 사실이 충격을 주고 있다.
 
전류 끊지 않고 보수공사, 감전사고 폭발적 증가

  ▲ 25일 방송된 SBS <8뉴스> 중     © sbs
 
2만2천900볼트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 설비는 1990년대 말까지는 공사가 필요한 구간을 임시 송전선으로 연결한 뒤, 전류를 차단하고 공사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한전은 ‘작업 시간과 비용이 늘어난다’는 이유 때문에, 전류를 끊지 않은 상태에서 보수공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 현장에서는 가장 먼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고압송전선 공사와 같은 위험한 작업은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심각한 피해를 낳기 때문에, 단 1건의 불의의 사고도 방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장 노동자들이 ‘목숨을 내놓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 더구나 한전은 공기업인데 말이다.
 
작업 방식이 변화한 이후 감전사고를 당하는 배전공 전기원노동자의 숫자는 5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실 이것은 예견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SBS 뉴스에 등장한 한전 측의 입장은 ‘안전수칙 대로 하면 문제없다’는 태도로, 사고 책임을 노동자와 하청업체 과실 쪽으로 돌리고 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전류를 끊지 않고 고압송전선 공사를 진행하게 하는 곳은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전기원노동자들은 이런 일이 가능한 근본 이유에 대해, 배전공 전기원노동자들이 한전에 소속된 정규직 노동자가 아닌 영세 하청업체에 소속된 계약직노동자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직접고용 않고 하청업체 '외주화'… 참혹한 실태
 
한전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각 가정이나 기업 등에 보내는 송전·배전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한전의 주요 업무라 할 수 있는 송전·배전 설비와 이를 보수하는 일은 현재 거의 일용직이나 계약직 노동자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윤 추구만을 우선에 둔 결과이다.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통해 외주화한 것이다.
 
배전망 유지와 보수를 주요 업무로 하는 공사업체는 한전과 단가 계약을 하며 2년마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다. 그런데 한전 측에서는 배전 공사에 배정된 예산을 축소하려 하고, 하청업체도 더 많은 이유를 남기려 하다 보니, 점차 배전공사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이 처리하게 되는 공정이 늘어날수록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증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노동조합에서는 하청업체들이 편법으로 자격증만 빌려 인원을 채우는 식으로 인건비를 착복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한전은 이러한 불법 하도급 행위를 조장, 묵인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해 8월 한전 공사감독관 등 관계자들의 금품 수수혐의가 경찰 수사로 사실로 밝혀졌다. 감독관 등이 불법 하도급 실태를 묵인해주고, 공사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공사 대금의 2~5%에 상당하는 뇌물수수와 술,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정황이다. 건설노조는 한전과 배전업체 간의 비리는 수십 년간 공공연히 이어져온 것이었다고 꼬집는다.
 
‘무한 이윤 추구’가 공기업의 역할인가
 
공기업 또한 기업이다 보니 이윤을 추구하게 된다. 그러나 한전과 같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가져야 하는 기업은 이윤 추구에 앞서, 그보다 더 기본적이고 더 중요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한전은 이미 여러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전력 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를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가정용 전기는 ‘누진세 폭탄’을 안겨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또한 한전이 경남 밀양 등지에서 추진 중인 765㎸ 송전탑 건설 건은, 주민들과 마찰을 빚으며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용역을 동원한 한전 측의 주민폭행, 고소·고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 16일 74세 농민 故이치우 씨가 분신 사망한 사건까지 발생했다.
 
한국전력은 국가가 운영에 관여하는 공기업이다. 전력 사업에서 독점적 지위가 부여되는 것도,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누릴 공공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기업, 자본을 우선시하는 기업, 사회적 반발은 누르고 무조건 추진하고 보는 불통 기업. 그 어느 것도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가져야할 기본 책무에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이름일 뿐이다. 

(박희정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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