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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강사가 되는 것보다 더 꿈같은 이야기들
<기록되지 않은 노동>④ 학원 강사 4인을 인터뷰하다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학원 강사의 노동을 기록한 희정님은 르포작가이자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입니다. 이 연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아이가 학원 선생님에게 간식을 사달라고 한다. 선생님이 안 된다고 하자 아이는 말한다.
  “우리 엄마가 내는 학원비로 선생님 월급 받는 거잖아요.”
  선생님은 당황한다. 그래도 안 된다고 한다. 아이는 다시 말한다.
“그러면 나 학원 끊어요. 내가 학원 끊으면 선생님 잘리는 거 아니에요?”
 
학원 강사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학원 강사들의 친목모임인 한 인터넷 사이트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질문이다. 댓글이 달린다. 악의는 없으니 아이를 타이르라는 조언도, 학원에 나오지 말라며 따끔하게 혼을 내라는 조언도 있다. 어떤 조언을 받아들이든, 학생 입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한 학원 강사의 상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학원 강사 일을 흔히 ‘먹물들의 막장’이라고 한다. 가르치는 일에 막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들이 스스로를 막장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만 하다.
 
위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하루에도 여러 질문들이 올라온다. 해고를 하루 전에 통보 당했다. 학원 월급이 몇 개월 째 밀렸다. 보충 수업을 하라며 주말 출근을 요구 받았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하소연 섞인 물음들 투성이다. 억 대 수입의 스타강사는 정말 별 같이 먼 이야기이고, 200만원 전후(주 5일 전임강사 기준)의 월급을 받는 대부분의 종합학원 강사들은 이런 고민을 안고 산다.
 
y씨 이야기: 수당도 없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근무시간
 
국어 강사 y씨는 대학교 3학년 때 학원 강사 일을 처음 시작했다. 원장은 나이가 어려도 학원을 같이 키워갈 사람이 필요하다며 y씨를 뽑았다. 그런데 경력이 없으니 주 2회 수업에 30만원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7년 전 당시 중학생 과외비도 안 되는 돈이었지만, y씨는 이를 수락했다. 과외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시급 4천 원짜리 커피전문점,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비교한다면 좋은 조건이었다. y씨는 그저 아르바이트가 필요한 대학생이었다.
 
출근을 하자, 원장은 말이 슬슬 달라졌다. 정규 강의가 끝난 후에 지난 수업에 빠진 아이들 보충을 해야 한다 했다. 근무시간이 1, 2시간씩 늘어났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시험대비 보충이 있다고 했다. 시험 2주 전부터 쉬는 시간도 없이 학원이 굴러갔다. 그런데 보충 수업 페이(pay)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원장은 원래 학원은 그런 거라고 했다. 대신 식사를 제공한다고 했다. 시험기간 내내 김밥과 컵라면이 나왔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났고 월급날이 되었다. 기다렸지만 월급은 들어오지 않았다. 원장은 열흘을 깔고 주는 거라고 했다. 원래 학원은 그렇다고 했다. 원래 그런 게 왜 이리 많은 걸까. y씨는 속으로 생각했다. 열흘을 기다렸다. 월급은 들어오지 않았다. 원장에게 전화를 하니 ‘어, 그래요? 확인해 볼게요’ 라고 했다. 그러고도 며칠이 지난 후에야 30만원에서 3.3% 세금이 떼어진 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y씨는 학원 강사를 구하는 게시판에서 주 5일 수업에 60만원을 부르는 학원을 종종 본다고 했다. 나아지지 않은 조건들. 그럼에도 y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학원에 가지 말라는 내용의 댓글을 쓰는 것뿐이다.
 
p씨 이야기: 원장들이 따르는 학원계의 무시무시한 ‘관례’
 
대학생들에게 학원 강사는 짭짤한 아르바이트다. 그래서 낮은 임금, 계약 불이행 등에 크게 불만을 갖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이 사회로 나와 강사를 직업으로 택하여도 이 조건들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학생들도 강사로 고용이 가능할 만큼 낮은 진입장벽은,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에게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오겠다는 사람이 많으니 지금 있는 사람이 귀할 리 없다. 논술 강사로 8개월간 일한 p씨는 이것을 두고, 학원이 강사들을 ‘저렴하게’ 취급한다고 표현했다.
 
p씨가 10개 직영점과 30개의 분원을 가지고 있는 대형 프렌차이즈 논술 학원에 취업한 것은 1년 전이다.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정식 강사로 채용되는데, 수습기간에는 교육과 시강(시범강의)가 주된 업무였다.
 
정식 강사가 된 이후에도 시강은 사라지지 않았다. 주 1회 시강에, 한 달에 한 번은 강사들끼리 편을 나누어 하는 토론 대회가 열렸다. 이 모든 것이 강사 평가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미진했을 경우 그 자리에서 원장의 질타를 들어야 했다. 분필도, 핀잔도 날라왔다. 시강과 발표 준비는 정규수업, 보충수업, 교재 연구, 학부모 상담, 그 외 자잘한 업무들을 처리한 후에나 가능했다. 늘 시간이 빠듯했다.
 
학원은 학부모 상담도 중시해, 2주에 한 번 전화상담, 한 달에 한 번 대면상담을 강사에게 요구했다. 하루 날 잡아 종일 학부모 상담만 하다 간 날도 있었다. 원장의 요구가 아닐지라도, 상담은 강사에게 주요한 업무다. 학부모들은 강사가 조금이라도 자신을 안심시키지 않으면, 물건을 교환하듯 담당 강사를 바꾸었다. 경쟁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강사들은 버텨내지 못했다. 8개월이 지나자, 입사동기 12명 중 남은 이는 4명에 불과했다. p씨 또한 곧 그만두었다. 많은 강사들이 학원을 떠났다. 이직율이 높았다. 그럼에도 학원은 개의치 않아했다. 대형 학원에 들어오려는 강사들이 줄을 서 있었다. 새로 들어온 강사들은 p씨처럼 잠자는 시간을 쪼개 동료교사보다 내가 나음을 증명하고, 교육상품을 팔기 위해 온갖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 쉼 없이 쳇바퀴를 돌리다 어느 날 지쳐 나가떨어지면, 그 자리에 다른 강사가 들어온다. 그뿐이다.
 
p씨가 학원을 찾은 이유는 논술이라는 과목이 갖는 매력도 있지만, 취업적령기를 놓쳐버린 그의 나이에도 있었다. p씨와 다른 동료들은 자신들을 사회적 ‘삐꾸’라 불렸다고 한다. 고시나 취업을 준비하다 나이를 먹어 학원계로 발을 들인 사람들. 임용 준비 시절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강사 일이 임용 실패와 함께 이제는 직업이 되어버린 사람들. 더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라 했다. 그래서 학원 강사 일은 ‘먹물들의 막장’이라 불린다.
 
그러나 쉼 쉬기 힘든 캄캄한 지하 땅굴이 아니라면 막장이 아니듯, 학원 강사가 막장이라 불리는 데는 노동조건이 크게 작용한다. 원장들이 따르는 학원계의 ‘관례’는 무시무시하다. 시간외근무 수당은커녕 보충수업 페이(pay) 지급을 무시하고, 퇴직금과 연차 휴가, 해고 1개월 전 통보 등의 의무를 무시한다.
 
인터뷰에 응한 4명의 강사에게 물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있는가. 단 한 명만이 있다고 답했다.(이 강사는 계약서를 작성한 학원에서 당일 문자 해고 통보를 당했다. 계약서 자체가 무의미했다.) 퇴직금을 받은 적이 있냐고 물으니, 한 명의 강사가 있다고 한다. 그것도 노동청 진정을 거쳐 받은 반쪽 짜리 퇴직금이다. 유급휴가, 산재(산업재해) 처리 같은 것은 물으나 마나였다. 월급만 제때 주어도 좋은 원장 축에 속하는 것이 학원가 현실이다.
 
m씨 이야기: 수명이 다한 강사들
 
중등부 수학강사인 m씨는 2년 전만 해도 과학을 가르쳤다. 학생 수는 줄어드는 반면 학원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학원 간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살아남기 위해 원장들은 종합학원에서 영․수 중심의 전문학원으로 전환을 꾀했다. 그러자 국어나 과학 같은 과목의 강사들의 취업 자체가 힘들어졌다. 영어 수학으로 가르치는 과목을 변경하는 강사들이 생겨났다. m씨도 그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m씨가 가르치는 과목을 전환한 까닭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당시 그녀는 성대결절과 인후염에 시달렸다. 목에서 쇳소리가 났다. 1년 가까이 그런 상태였다. 하루 8타임 강의를 쉬는 시간 없이 진행했다. 유독 과학은 설명해야 할 것이 많은 과목이었다. 일주일 내내 분필 가루를 먹으며 떠드니 목이 남아날 리 없었다. 그럼에도 m씨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었다. 병가를 받을 수도, 학원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원장이 목의 염증을 산재라 인정할 리도 없었다.
 
m씨가 할 수 있는 일은 과학에서 수학으로 강의 과목을 변경하는 것뿐이었다. 산재로 인정될 리 없는 목의 염증은 수학강사로 전환 후, 과목 특성상 목을 쓰는 일이 상대적으로 줄고 강의 타임이 적어지자 감쪽같이 사라졌다.
 
현재 m씨는 고등부 강사가 되기 위해 애쓴다. 중등부 강사의 수명이 짧기 때문이라 한다. 40세만 넘어도 원장들이 고용하기를 꺼린단다. 30대 중반인 그녀는 수명이 조금 더 긴 고등부 강사가 되는 것으로 살 길을 찾는다.
 
수명이 다한 강사들은 어디로 가냐고 물으니, 그녀는 원장이 된다고 했다. 배운 게 도둑질이니 여력이 되는 한 학원을 차린다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원장이 된 이들은 자신보다 나이든 강사를 고용하지 않는다. 편히 부리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악순환이다.
 
게다가 학원은 늘어나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살아남기 위해 원장은 강사들에게 요구가 많아진다. 상담 횟수를 늘리고, 보충수업을 무작위로 잡는다. 1:1 맞춤 강의를 요구한다. 학생 한 명 들고나는 것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원장 아래서 강사들의 노동 강도만 높아져만 간다.
 
나는 무모하게도 강사들에게 원장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것을 권한다. 보충수업을 거부하면 어떻겠냐고 묻는다. 그러자 이들은 교실에 시든 화초처럼 놓인 학생들 이야기를 한다.
 
k씨 이야기: 학원을 빙빙도는 아이들과 관계맺기
 
4년차 과학강사인 k씨도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생들과 사사로운 대화를 하지 않았다. 아이들과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었다. 언제든 그만둘 아르바이트라 여겼다. 원장의 요구가 있기 전까지는 보충 수업을 잡지 않았고, 아이들에게 관심 두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루 반나절을 보는 아이들과 친분이 없으니, 일을 하는데 힘들었다. 슬슬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진로 상담을 해주고, 고민거리를 나누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부족한 지점이 눈에 띄고, 이 부분을 보강해주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수업에 빠진 아이가 진도를 따라잡지 못할까 봐 마음이 쓰였다. 어느덧 k씨는 알아서 보충수업을 잡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k씨는 학원 강사 일에 매력을 못 느낀다고 했다. 그럼에도 4년째 이 일을 해온 원동력은 아이들과의 관계인 것 같다고 한다. 학원에서 잘리는 것도 걱정되지만, 무엇 하나를 하려 해도 아이들에게 영향을 줄까 봐 조심스럽다. 게다가 한국은 보충수업 하나를 소홀히 하는데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성적에 대한 집착이 강한 사회다. 촘촘하게 짜인 입시제도는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어릴 적부터 학원을 빙빙 돈다. 경쟁하는 법, 통제 당하는 일에 익숙하다. 시든 화초처럼 축 쳐진 어깨로 학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아이들.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 서비스를 받은 경험을 토대로 선생님을 평가한다. 동시에 숨 쉴 곳 없는 일상에서 재미를 찾기 위해 학원 선생님들을 놀리고 골탕 먹인다. 그러다 학원 강사의 낮은 지위를 들먹이기도 한다.
 
‘내가 학원 끊으면 선생님 잘리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은 아이는 이 숨 막히는 교육시스템 속에서 강사와 함께 병들어가는 학생일 뿐일지도 모른다.
 
글을 마치며 하는 짧은 나의 이야기
 
나 또한 학생 시절부터 틈틈이 학원 강사 일을 해왔다. 현재도 파트(part) 강사 일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루 5시간이었던 강의가 어느새 7시간으로 늘어났으나 원장에게 제대로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힘없는 강사다.
 
그럼에도 취재를 하며 이제야 알게 된 사실들이 여럿 있다. 아무리 뜯어봐도 소수의 단과 학원 강사를 빼고는 노동자가 아니래야 아닐 수가 없는데도 학원 강사는 법적으로 노동자가 아니라는 점(학원 강사는 특수고용직에 속한다).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퇴직금이건 뭐건 못 주겠다고 하는 원장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 그럼에도 수많은 권리가 강사에게 법적으로 있다는 점(예를 들어, 퇴직금을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을지라도 강사에게는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실제 그 권리를 누리는 강사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이다.
 
그리고 부산 효림학원 같이 노동조합이 세워졌던 학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효림학원(디딤돌 넷스쿨) 노동조합이 2002년 맺은 단체협약안에는 초과근로에 따른 수당, 월 1일 유급휴가 같은 근로기준법에는 있지만 학원 강사의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스타강사가 되는 것보다 더 꿈같다고 여긴 것들. 그럼에도 학원 강사가 한 번 꿈꿔 볼만한 이야기들이었다. 

희정/ 르포작가. <여성주의 저널 일다> 바로가기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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