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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아지고, 더 열악해진 ‘십대 성매매’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의 저자 김고연주 
 
“우리 사회는 성매매를 ‘개인의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입어 ‘시장이 결정할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성매매가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주장은, 사회적 맥락을 살피지 않고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주의 내부에서조차 성매매의 ‘본질적인 폭력성’을 간과하는 논의들이 오가고 있다.”
 
▲ 김고연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 일다 

 
김고연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성매매에 대한 ‘자발적 선택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에게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 몸을 팔기로 ‘선택’하였으므로, 그 과정에서 당하는 인권침해와 위험요소들, 사회적 비난마저도 자신의 선택에 따른 책임으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 된다.
 
심각한 여성인권의 문제로 부각되었던 성매매 사안을 다시금 ‘선택’의 문제로 바라보게 되면서,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더욱 무관심해졌다. 그것은 미성년자로서 법적 보호대상인 십대여성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고연주씨는 성매매에 대한 ‘자발적 선택론’이 특히 “포주 없이 성매매를 하는 십대 여성들을 비난하는 근거로 활용된다”며, 법적으로는 보호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사회가 이들의 인권에 대해 무관심한 사이에, 십대여성들의 성매매는 더 많아졌고, 더 열악해졌고, 더 위험해졌다고 분석했다.
 
‘원조교제’에서 생계형 ‘조건’으로
 
오래 전부터 ‘십대 성매매’ 문제를 연구해 온 김고연주씨는 최근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부제: 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이후, 2011)를 펴내고, 성매매를 하는 십대여성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2002년 거리상담을 하며 만난 아이들로부터 접한 이야기와, 2007년 1년 간 쉼터에서 활동하면서 경험한 것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주인공은 9명의 십대여성들인데,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저자가 100명이 넘는 십대들과 만나온 경험을 기반하고 있다.
 
1997년부터 ‘원조교제’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청소년 성매매. 십대여성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대일 성매매를 한다는 사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이후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기 위해 청소년성보호법이 제정되었고, 그로부터 또 10년 이상 지난 지금 ‘십대 성매매’는 예전만큼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법의 효력으로 규모가 줄어든 탓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김고연주씨에 따르면 십대 성매매는 오히려 증가했고, 아르바이트 개념의 ‘원조교제’에서 생계형 ‘조건’으로 용어가 변하고, 포주가 개입되는 경우도 많아졌으며, 아이들의 여건은 더 열악해지고 위험해졌다.
 
“싸고 위험한 성매매”
 

십대 성매매의 규모가 증가하는 이유는 가난한 아이들, 돈이 필요한 아이들, 가정과 학교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이 성매매 시장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성매매에 유입되는 십대들의 다양한 심리적, 상황적 요인들이 설명되어 있다. 요약한다면 성매매는 “얼마면 되냐고 묻는 사회에서 10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리의 생존법칙”이다.
 
십대 성매매 환경이 더욱 “악질적으로” 변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2000년 제정된 청소년성보호법과 관련이 있다.
 
성구매 남성들은 신상이 공개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10대보다는 20대 성인여성을 찾게 되었고, 반면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된 십대들의 수는 늘어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청소년 성매매 가격이 하락하게 된 것이다.
 
“값싼 성매매”는 아이들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남자들이 “남성성을 확인하는 수단으로” 십대의 성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원치 않는 행위를 강요하거나 신체적, 언어적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이들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참고 견딘다. 그 과정에서 자존감이 손상된 아이들은 심각한 폭력과 모욕에 익숙해져 간다.
 
십대 성매매에도 포주가 개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포주의 존재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구매자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감시와 통제를 받으며 정해진 할당을 채워야 하고 돈을 떼줘야 한다는 점에서 또다른 착취를 당한다.
 
‘보호’해주지 않는 보호법
 
▲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  십대 여성들의 성매매 경험과 치유에 관한 기록> (이후, 2011) 

 
김고연주씨는 장기간 성매매를 경험한 아이들이 받는 몸과 마음의 피해는 “성폭력 피해와도 유사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의 집행과정에서, 아이들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성매매를 한 십대여성들은 법에 피해자라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보호’라는 이름의 ‘처벌’을 받는다. 바로 ‘보호처분’이다. 보호관찰, 야간외출 금지, 수강 명령, 보호시설 위탁처분 등이 포함되는데 절도, 폭력과 연루된 십대들에게 내리는 판결과 같다. 보호관찰관들도 십대들에게 편견을 표출할 뿐만 아니라, 노골적인 성희롱까지 일삼는 현실이다.”
 
그에 반해 십대의 성을 구매하다 적발된 남성들은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고 있어, 실제로 부담하는 위험이 크지 않다.
 
김고연주씨는 바로 여기에서, 사회가 성매매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역설한다. 성매매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자 ‘자발적 선택’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십대여성들의 성매매도 “어리니까 봐줄 뿐”이지 실질적인 보호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다.
 
“자발성이다, 선택이다 라고 하지만, 내가 만난 거의 모든 아이들이 ‘너무 하기 싫다’고 입을 모았다. 성매매에 따라오는 진상의 폭행, 포주의 착취, 낙태, 성병 감염, 경찰 적발 등 위험 요소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저씨들과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는 것 자체가 싫다’고 한다.”
 
때문에 ‘인신매매만 안 당하면 된다, 감금되지 않으면 괜찮다, 하지 싫으면 그만두면 된다’라는 생각은 잘못되었다. “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선택’이다. 아이들이 이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자체가, 그만둘 수 없는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다.”
 
“보통의 십대”가 되려고 사투를 벌이는 아이들
 
김고연주씨는 성매매를 더 이상 ‘자발성’이나 ‘선택’으로 이야기하지 말라며, 여성들이 성매매 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물었다.
 
“아이들은 싫다면서도 ‘조건’을 계속했고, 중단했다가도 재유입되곤 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유는 복잡하다. 그것은 관계의 빈곤, 사회 안전망의 부재, 그리고 법 집행의 문제이다.”
 
사회적 관계망이 없는 아이들, 폭력을 겪어 후유증을 앓는 아이들, 가난한 아이들. 이 아이들이 겪는 문제를 ‘가정이 책임져야 한다’고 떠미는 사회. 무관심한 어른들. 그 속에서 십대 성매매의 열악한 현실은 자라났다. 이제는 사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에서는 꽤 많은 비중을 두어 아이들의 자활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고연주씨는 성매매를 해왔던 십대들이 “보통의 십대”로 살아가기 위해 얼마나 힘겨운 노력을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자활 과정은, 성매매를 하는 십대들에게 사회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족과 관계가 단절되고, 학력이 중단되며, 씀씀이가 커진 십대 여성들에게 ‘평범함’은 치열하게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보통의 십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사회가 이들의 편입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도전을 그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꿈과 이들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조이여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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