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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새지평

야권연대 정책합의문에 없는 것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12. 3. 12. 08:41


[일다] 조이여울의 記錄 13. ‘탈핵’ 정치를 원한다 

 
지난 달 울산 앞바다에서 5차례나 발생한 지진 소식을 들으며, 안 그래도 뭔가 조짐이 이상하다 싶었다. 지진학계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해저 지각변동이 일어나, 동해안 지역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7일 열린 대한지질학회 지진포럼을 다룬 YTN등 보도에 따르면, 울산 앞바다와 백령도 근처, 속리산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발표)고 한다. 특히 울진에서 포항까지 길게 이어진 울릉 분지의 역단층이 끊어지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규모의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동해안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여파와 피해를 가늠해보고 대책을 세우는 데에는 큰 변수가 있다. 이곳은 바로 핵발전소가 밀집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핵 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수습할 수 없는 재앙이 되지만, ‘인간이 만든’ 재앙이라는 점에서 자연재해와는 다르다. 바꿔 생각하면, 인간의 선택으로 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1년, 드러나는 한국 핵발전의 진실
 

▲ 3월 10일, 후쿠시마 사고 1년을 맞이해 시청광장과 부산역 광장에서 동시에 대규모 탈핵 집회가 열렸다.   ©촬영- 박희정  
 
1년 전 옆 나라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핵발전이 핵무기와 다를 바 없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
 
지난 한 해는 방사능의 공포 속에서 핵발전을 둘러싼 여러 가지 의문이 터져 나오고, 그에 따른 정보와 감춰진 사실들이 수면위로 드러나는 시기였다.
 
이를 테면 스리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사고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세계각국에서 크고 작은 핵발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는 정보가 유통되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고리 핵발전소 1호기 수명 연장의 모델로 제시됐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원전 21기가 가동 중이며 신규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는 한국은, ‘원자력은 안전한 청정 에너지’라는 세뇌에 가까운 홍보를 하는데 돈을 들여, 국민을 집단 안전불감증에 빠지게 해왔다는 점도 고발되었다.
 
또한 국내에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주로 농어촌 마을인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엄청난 갈등과 내분을 겪으며 고통 당해왔다는 사실이 제한적이나마 알려졌다. 지방자치단체와 관공서가 인맥과 기금운용을 활용해 주민들 입을 막아왔다는 것과, 핵발전소 신규 부지로 선정된 영덕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조차 없는 실정이 전해졌다.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희망의 물결
 
우리 정부는 변함이 없이 ‘핵’의 정치를 강행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물론, 중국도 주춤하는데 한국은 가동중인 원전 외에도 또 새로 원전을 짓겠다며 부지를 선정했다.
 
후쿠시마 사고가 아니었더라면, 향후 20년 안에 수백 기에 달하는 핵발전을 가동할 예정이었던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있는 위태로운 운명에 처한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탈핵’을 위한 동북아시아 공조를 모색해야 할 판에 ‘찬핵’ 일변도의 정책을 앞서 추진하다니, 죽음을 향해가는 정치가 아니고 무엇인가.
 
▲<핵발전소 줄이기 위한 실천>을 적는 소녀  ©조이여울  

 
다행히, 아니 당연하게도 ‘탈핵’ 정치를 요구하는 여론은 1년 사이 큰 물결을 만들어냈다.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된 지역주민들의 반핵운동은 예전처럼 고립되지 않고 타 지역에서 연대의 힘을 받고 있다. 환경운동진영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도 탈핵과 에너지전환을 정책이슈화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먹거리 안전을 생각하는 생협 조직들과 지역사회의 수많은 풀뿌리 모임에서도 탈핵 강좌와 교육이 이어졌다.
 
‘핵 마피아’라 일컬어지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집단들의 세력에 맞서, 작년 11월 탈핵에너지 교수모임이 결성되었고 올해 2월 탈핵 법률가모임이 출범해 활동을 펴고 있다.
 
그리고 지난 10일, 후쿠시마 사고 1년을 맞이해 시청광장과 부산역 광장에서 동시에 개최된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탈핵 집회에는 대규모 인원이 참여했다. 서울과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원전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기존의 분위기도, 이제 바뀌고 있는 것이다.
 
4.11 총선의 키워드는 ‘탈핵’의 정치세력화
 
탈핵을 원하는 시민들의 여론이 점차 커지면서, 올해 있을 두 번의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과 정치권에서도 에너지 정책이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올해 초, 박원순 서울시장이 ‘에너지 소비도시’인 서울에서 원전 1기 분량의 에너지를 줄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큰 자극제가 되었다. 2월 13일, 전국 45개 기초단위 지방자치단체장이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한 도시선언’을 하며, 탈핵을 위한 에너지 조례를 제정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월 16일에는 민주당 전현직 의원 33명이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을 출범시켰다. 민주통합당은 작년 12월 15일 출범과 동시에 발표한 강령 정책에서 “원전 전면 재검토”를 내세운 바 있다.
 
그런가 하면 통합진보당이 2월 19일 발표한 19대 총선 공약은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2012년 폐쇄하고, 204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하겠다는 계획이다. 진보신당과 사회당 역시 ‘탈핵’을 강령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탈핵’을 전면에 내건 녹색당이 창당하여 이번 선거에 참여하면서, ‘탈핵의 정치세력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 신규 원전 부지로 선정된 영양.봉화.영덕.울진 지역구에 여성농민 박혜령씨가 녹색당 후보로 출마한다. ©조이여울 

 
녹색당은 고리1호기 재가동 문제와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건으로 국내 핵발전소 논란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부산 해운대구 기장을(구자상)과 영양.봉화.영덕.울진(박혜령) 두 지역구에 탈핵 후보를 냈다. 또, 탈핵운동가 이유진씨와 4대강 반대운동을 해온 팔당농민 유영훈씨, 풀뿌리정치 활동가 장정화씨를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영덕.울진 지역구에 후보로 나선 박혜령씨는 다름아닌 <일다>에서 “숲에서 보낸 편지”를 연재하고 있는 필자이다. 산촌에 들어가 TV도 안 보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았던 한 여성농민이, 9년 후 핵발전소 반대운동에 뛰어들어 국회의원 선거에까지 나오게 된 배경은 너무나 절박하여 눈물겹다.
 
“핵발전소 반대한다고 집회도 마음대로 못하고, 플래카드 한 장 마음대로 걸지를 못해요. 선거에서 후보로 나가면, 마음껏 탈핵을 외쳐볼 수 있지 않겠냐며 주민들이 권유했어요. 할 수 있는 것 다해보자고. 그래서 결의하게 되었어요.”
 
박혜령 후보의 이야기는 ‘탈핵의 정치세력화’가 지역 사회의 민주주의를 요청하는 아래로부터의 외침이라는 것, 정치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치운동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탈핵’ 빠진 야권연대 공동정책, 어찌된 일인가?
 
지난 10일 새벽,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협상이 타결됐다.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의 선거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양 당이 합의를 이룬 것을 의미 있게 보았지만, 공동정책 합의문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야권연대의 공동정책 합의문에는 ‘탈핵’은커녕 ‘원전 재검토’도 아닌, 아예 에너지 정책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다.
 
바로 전날인 9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통합진보당은 진보신당, 녹색당과 함께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탈핵 에너지 전환을 위한 야3당 국회 공동약속”을 한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3당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등 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즉각 폐쇄하고, 삼척과 영덕 등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을 철회하고, 경주 방폐장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강력한 에너지절감 대책을 위한 제도화를 추진하며, 탈핵과 에너지전환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통합당도 “원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었는데, 두 당이 합의한 야권연대의 공동정책에서 ‘탈핵’이 빠져버리다니 대체 어찌된 일인가?
 
통합진보당은 탈핵 사회로 가겠다고 선언한 국회 공동약속을 어떻게 지키려고 하는가? 민주통합당은 위험천만한 ‘핵의 정치’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 그리고 새누리당과 변별되는 지점이 무엇인가?
 
10년 앞도 내다보지 않는 정당, 진정성 없이 시늉만 하는 정치인은 대의민주주의를 박제로 만든다. ‘탈핵’은 이번 선거에서 주요한 쟁점이 되어야 한다. 다음 세대가 살려면 그 길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야권연대는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수렴하여 공동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4.11 총선에서 나는 탈핵에 투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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