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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일본군‘위안부’ 김복동·길원옥씨 ‘나비기금’ 주춧돌 놓다 
 
▲ "일본 정부의 배상금을 받게 된다면, 전액을 콩고의 강간 피해여성들을 돕기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복동(좌) 할머니와 길원옥(우) 할머니 © 일다 

 

“젊은이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말을 하는 게 힘들다. 13살에 군인들 싸움터에 끌려가 지금 85살인데, 72년 동안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았다. 지금도 (외국에서) 우리와 같은 아픔을 당하는 사람이 있다니, (만약) 일본 정부로부터 (법적) 배상금을 받게 된다면, 그 사람들을 위해 썼으면 좋겠다.” (길원옥 할머니)
 
“20년이 지나도록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답답하다. 내 힘닿는 데까지 우리와 같은 일을 당한 여성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복동 할머니)
 
세계각국 전쟁 피해여성들 지원하는 ‘나비기금’ 조성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특별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현재 일본 정부를 향해 군‘위안부’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법적 배상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두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배상금을 받게 된다면, 전액을 콩고의 강간 피해여성들을 돕기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은 아직도 역사적 범죄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는 실질적인 법적 배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할머니들의 뜻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의 뜻을 모아 전쟁에서 강간 등 인권유린을 당한 여성들을 지원하는 ‘나비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나비”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의 상징물이다. 할머니들과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롭게 날갯짓하기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나비기금’의 첫 번째 출연자인 가수 이효리씨가 영상을 통해 기금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콩고내전 6천5백여 강간피해자와 함께한 ‘레베카 마시카’
 
▲ 콩고내전 강간피해자이면서, 다른 피해자들의 회복을 지원하고 있는 레베카 마시카 카츄바(Rebecca Masika Katsuva)  © 레베카 마시카 홈페이지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가 연대의 손길을 건네게 될 여성은 콩고내전 강간피해자이자, 다른 피해자들의 회복을 지원하고 있는 레베카 마시카 카츄바(Rebecca Masika Katsuva)이다.
 
콩고는 20년 가까이 내전에 시달리고 있다. 콩고내전은 “여성을 향한 전쟁”으로 일컬어질 만큼 여성들에 대한 강간이 전쟁 무기로 자행되어 왔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매 시간 한 건의 성폭행 사건이 보고되고 있으며, 유엔(UN)은 2009년에만 콩고에서 8천명 이상 여성들이 강간당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마시카는 1998년 당시 9살과 13살이던 딸들과 함께 군인들에게 강간당했고, 남편도 살해당했다. 그와 딸들은 강간으로 인해 임신을 했고, 그러한 이유로 죽은 남편의 가족들로부터 쫓겨났다.
 
이듬 해 마시카는 분쟁이 끊이지 않는 시골 지역인 남(南) 키부(Kivu)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경청의 집’(listening house)을 열어 자신과 같은 처지의 여성들을 위한 피신처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마시카의 도움을 받은 강간피해여성은 6천5백여 명에 이른다. 2009년에는 콩고 군부로 새로이 흡수된 전 반군들이 마시카를 찾아와 강간하고 구타를 자행했다. 당시 그녀의 일을 돕던 어머니마저 강간을 당하고 살해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마시카는 굴하지 않고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생존자에서 활동가로, 희망의 메시지는 계속된다
 
윤미향 정대협 상임대표는 “피해여성으로 머물지 않고 엄청난 용기와 열정으로 콩고여성들의 벗이 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바로 생존자에서 활동가로 변화한 일본군성노예 여성들의 모습과도 닮았다”며 레베카 마시카를 지원하게 된 의미를 밝혔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여성들은 평생 아픔을 안고 살면서도 고통 속에 매몰되지 않고, 생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로 또 다른 사회적 폭력의 피해자들을 위한 연대활동을 확장시켜 나갔다.
 
유엔과 유럽 등 ‘위안부’ 문제를 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진실과 정의 회복을 위한 증언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미군기지촌에서 고통을 겪고 사회로부터 편견과 멸시를 받으며 지냈던 기지촌 피해여성들에게도 손을 내밀었으며, 노동자들의 투쟁 농성천막을 지지방문하고, 비전향 장기수들과 만남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일본 동북부 지역에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발생했을 때,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지진피해 후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위해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 '나비기금'이 지원하게 될 마시카의 센터에서 공동으로 농장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 수확한 농작물로 끼니를 마련하고 시장에 내다팔기도 한다. 농장일은 상처받은 여성들이 서로 경험을 나누고 친밀함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통로이기도 하다.   © 레베카 마시카 홈페이지 

 
정대협 전쟁과여성인권센터 연구위원 이나영 교수(중앙대 사회학과)는 “할머니들이 개인적 트라우마를 딛고 ‘생존자’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 이것이 개인이나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활동가로서 희망의 메시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이나영 교수는 콩고의 강간피해 여성을 지원하는 할머니들의 활동이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는 데까지 나아가는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하며, “이와 같은 할머니들의 메시지가 널리 널리 펴져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나비기금’을 통해 모인 돈을 5월 5일로 예정된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개관에 맞추어 마시카에게 일차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향후 전시 여성폭력 피해를 당하는 여성들을 위한 지원기금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 레베카 마시카 홈페이지:
http://masikarebeca.wordpress.com
* <나비기금> 참여 문의: 02-365-4016 (정대협)
* [후원 계좌] 488401-01-222978 국민은행 윤미향(나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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