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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직장내 성희롱도 산업재해 인정받을 수 있어야 
 
지난해 11월 26일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의 정신적 상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최초로 산업재해 판정을 내려 주목을 받았다. 직장내 성희롱을 산업재해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를 제도적으로 적용한 사례가 국내에는 극히 드물다.
 
우리와 노동환경이 유사한 일본에서는 어떨까. 일본 사회는 우리보다 먼저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상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주고 있으나, 그 기준이 까다로워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몇 년 간 일본에서는 정신장해로 인해 노동자가 피해보상보험을 청구하는 일이 큰 폭 증가해, 보험 심사의 신속화나 효율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일본 후생노동성은 심리적 부담으로 인한 노동자의 정신장해에 대해 의학•법학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10회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노동자 피해보상보험 인정 기준을 새롭게 정하여, 지난해 12월 26일부 시행토록 했다.
 
새로운 산업재해 인정 기준이 적용되어,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대한 산재 인정 판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다> www.ildaro.com
 
지속적인 성희롱으로 정신장해 겪은 K씨의 사례

▲ 작년 12월 7일, 일본 노동보험심사회는 운송회사에서 근무하던 K씨가 겪은 성희롱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 페민 
 
작년 12월 7일, 일본 노동보험심사회는 운송회사에서 근무하던 K씨가 겪은 성희롱 피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한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직장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해온 K씨의 3년간의 노고가 보상받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새롭게 시행된 ‘심리적 부하에 의한 정신장해의 새로운 인정 기준’을 앞서 적용해 이끌어낸 성과이다.
 
K씨는 2007년부터 직장동료 A로부터 둔부와 가슴을 만지는 등의 성희롱을 지속적으로 당해왔으며, 강간 미수와 강제추행 미수 사건도 겪었다. K씨는 회사에 이 사실을 호소했지만, 사측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K씨는 지속적인 성희롱 피해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나타났다. 결국 이로 인해 출근이 불가능해지는 상황까지 이르면서 퇴직의 위기로 내몰렸다. 2008년 K씨는 직장내 성희롱으로 인한 정신장해(PTSD)에 대해 산업재해 신청을 냈다.
 
그러나 2009년 1심에 해당하는 노동기준감독서는 불지급 처분을 내렸고, 2011년 3월 아이치노동보험심사회도 역시 K씨의 심사 청구를 기각해버렸다. 이에 K씨는 2011년 5월, 노동보험심사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성희롱이 산재로 인정되는 현황이 지나치게 엄격하니, 개선을 검토하길 바란다’는 성희롱 피해자들의 요청에 따라, <정신장해의 산재인정 기준에 관한 전문 검토회>에 성희롱 사안을 담당하는 분과회가 설치되었다. 작년 6월 이 분과회의 보고서가 공표되었고, 12월에는 보고서 내용을 실행하는 형식으로 새로운 산재 인정 기준이 시행되었다.
 
‘심리적 부하 강도’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들
 
새로운 산업재해 인정 기준에 따라서, 노동자가 산재 신청을 하면 노동기준감독서는 “업무에 의한 심리적 부하평가표”에 의거해 산재 여부를 판단한다. 집단 괴롭힘이나 성희롱과 같이 반복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그 사건이 발생했을 때부터 이루어진 모든 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심리적 부하를 평가하기로 했다.
 
새롭게 제시된 평가표에도 기존 평가표와 마찬가지로 성희롱의 심리적 부하 강도를 평균 “Ⅱ”로 두고 있다. 달라진 것은 강도를 “Ⅲ”으로 평가해야 할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강도Ⅱ의 경우 산재 인정은 되지 않지만, 강도Ⅲ이 되면 산재로 인정될 확률이 높아진다.
 
새 평가표는 다음 사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강도Ⅲ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① 가슴이나 허리 등 신체 접촉을 통한 성희롱이 계속해서 발생한 경우
② 가슴이나 허리 등 신체 접촉을 통한 성희롱으로, 행위는 계속되지 않지만 회사와 상담을 했음에도 적절한 대응이 없고, 개선되지 않거나, 회사에의 상담 이후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악화된 경우
③ 신체접촉이 없는 성적 발언을 통한 성희롱으로, 발언 속에 인격에 대한 부정이 포함되고 그러한 행위가 계속된 경우
④ 신체접촉이 없는 성적 발언을 통한 성희롱으로, 성적인 발언이 계속되며, 회사가 성희롱을 파악하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개선되지 않은 경우
 
K씨의 경우, 재판의 1심에 해당하는 노동기준감독서와 2심에 해당하는 노동보험심사회에서 위에 명시된 사례 중 ①인 ‘가슴이나 허리에 신체접촉을 포함하는 성희롱이 계속해 일어난 경우’에 상당하다는 점은 인정받았다. 그러나 기존의 산재 인정 기준에 따라 강도Ⅱ로 판단되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노동보험심사회는 “개정 전이지만 새로운 평가표를 적용해 판단해달라”는 K씨의 지지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K씨가 겪은 산업재해의 강도를 ‘Ⅲ’으로 보고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개정된 평가표가 적용될 경우, 성희롱 피해가 산업재해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건이 공론화된 초기부터 K씨를 지원해온 ‘여성유니온’을 비롯한 전국의 성희롱 산업재해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모아져 결실을 얻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성희롱 산재 인정은 이제 시작이며, 앞으로 수많은 성희롱 산재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권리 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당사자들과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모아나갈 계획이다.   (비토 노리카즈)
 
※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 여성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2012년 3월 15일자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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