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성구매 남성의 폭력이냐, 포주의 착취냐
<일다> 2. 급격하게 변화하는 청소년성매매 현장 
 
‘청소년 성매매’ 현실을 들여다보는 연재 두번째. <조금 다른 아이들, 조금 다른 이야기>(이후)의 저자 김고연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가 성매매 경험이 있는 십대여성들과 만나온 이야기를 5회 기고합니다. <일다> www.ildaro.com
 
성매매 현장에서 다시 만난 십대들의 모습
 
2003년에 석사논문을 완성한 후 성매매 현장을 떠났었던 나는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2007년 말에 다시 현장으로 들어갔다. 현장을 떠나있던 기간은 5년이었지만, 그 사이에 청소년성매매 현장은 크게 달라져있었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성매매 현장에서 5년은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었다.

5년 전과는 달리 내가 십대 여성들을 만난 곳이 ‘센터’로 한정됐기 때문에 상황이 더 열악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나는 2007년 11월부터 1년 2개월 동안 새날 쉼터 산하의 [서울위기청소년교육센터](이하 ‘센터’)에서 교육코디네이터로 일했다. 위기청소년교육센터는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십대 여성의 성매매 재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2006년에 시작한 교육 시설이다.
 
2012년 현재 전국에 10개의 센터가 있다. 센터는 대부분 경찰의 함정수사에 적발된 십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성매매를 많이 할수록 경찰의 함정수사에 적발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십대 여성들은 성매매에 유입된 기간이 긴 경우가 많았다. 나는 이들 중 일부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다시 십대 여성들을 만나면서 받은 느낌은, 2002년에 만났던 십대 여성들이 지니고 있던 도발적인 발랄함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십대 여성들은 자신들을 학교에서 공부만 해야 하는 무성적 존재로 옭아매는 가부장 사회에 적극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들은 원조교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잠깐 시간을 내서 할 수 있는 ‘현명한 아르바이트’라고 말했고, 성인이 되면 언제든지 보통의 시민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새롭게 만난 십대 여성들은 사회적 낙인과 자원의 결핍으로 인해 성매매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보통의 삶을 살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청소년성매매가 더 이상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현명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는 사실에 기인하고 있었다. 청소년성매매는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성매매의 하나가 되어 있었다.
 
‘원조교제’에서 ‘조건’으로
 
‘도우면서 사귀다’라는 의미의 원조교제는 성구매 남성이 십대 여성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함께 밥을 먹고, 노래방에 가고, 핸드폰이나 가방 같은 선물을 사주는 등, 연애와 성매매의 중간에 위치한 ‘유사연애’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청소년성매매는 ‘조건’이라는 용어로 지칭되고 있다.
 
성매매의 종류가 더욱 세분화되면서 원조교제가 지니고 있던 연애적 성격은 ‘연애 대행’으로 성매매적 성격은 ‘조건’으로 각각 분리되어 강화된 것이다. 조건은 성구매 남성과 십대 여성들이 인터넷에서 가격, 장소, 횟수, 성적 서비스의 종류 등에 대해 조건을 내걸고 그것이 합의되었을 때 만남이 성사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조건이라는 용어는 십대 여성들이 어느 정도의 협상력을 지닌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다르다. 대부분의 성구매 남성들이 콘돔 착용을 거부하고, 구강성교 등의 특정 서비스를 요구하는데 거래를 성사시켜야 하는 십대 여성들은 이러한 요구를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성구매 남성이 십대 여성이 내세운 콘돔 착용, 선불 등의 기본적인 조건에 일단 합의했다 하더라도 실제 만났을 때는 약속을 어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밀폐된 장소에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십대 여성은 성구매 남성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지 못한다. 갖은 폭언, 폭행 나아가 살해 위협까지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십대 여성은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성구매 남성이 요구하는 성적 서비스에 강제로 응하고 있다.
 
개인형 성매매에서 산업형 성매매로
 

청소년성매매의 가장 큰 특징은 포주에게 고용되어 있지 않은 개인형 성매매라는 점이다. 포주가 없기 때문에 십대 여성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돈이 필요할 때 성매매를 할 수 있었고, 성매매로 받은 돈을 자신이 전부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고 포주 없이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단점이 되기도 했다.
 
성적으로, 더 나아가 인격적으로 상대를 지배해 권력을 행사하는 데서 쾌락을 느끼는 남성들에게 나이가 어리고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십대 여성은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착취 대상이었다. 돈과 인격의 교환이라는 성매매의 속성에 덧붙여, 나이와 젠더 등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하는 십대 여성들은 성구매 남성들에게 갖은 인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
 
성 구매 남성은 자신이 돈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여성을 인격적으로 모독해도 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십대 여성이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모르고, 나이가 어리고 혼자라는 사실을 악용해 쉽게 위해를 가한다.
 
내가 만난 십대 여성들은 모두 ‘진상’에게 당한 경험이 있었다. 그 중에서는 진상에게 죽을 뻔 했던 십대 여성들도 있었다. 이렇게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십대 여성들 중 일부는 자신을 진상으로부터 ‘보호’해 주겠다는 포주 밑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포주들은 성인 남성들의 폭력으로부터 보호해 준다거나 돈을 쉽게 벌게 해 주겠다고 접근해 조직화되고 위압적인 방식으로 십대 여성들을 착취한다.
 
한 번 포주와 연루되면 십대 여성들은 하기 싫어도 성매매를 해야 하고, 포주에게서 벗어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포주에게 고용된 십대 여성들은 할당량에 시달리고, 돈을 상납하고, 감시를 당하고, 욕설을 듣는 등 전형적인 산업형 성매매 구조에 들어가게 된다.
 
하나(18세)와 슬아(17세)는 포주의 감시를 받으며 하루에 6-7번씩 성매매를 했다. 세 달에 한 번 꼴인 ‘진상 처리’를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포주가 이들의 안전을 완전히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성구매 남성에게 핸드폰을 뺏기기도 하고, 성구매 남성의 태도가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와 슬아는 진상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대가로 매일 포주에게 착취를 당하고 있었다.
 
또래 포주의 등장
 
청소년성매매 현장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변화는 또래 포주들의 존재다. 2010년에 경찰에 검거된 포주 중 십대 비율이 무려 절반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문화일보』 2010. 2. 11). 또래 포주들은 강간, 폭력, 협박, 감시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또래에게 성매매를 강요한다.
 
또래 포주들 중에는 가출한 십대들이 많고, 특히 자신이 성매매 피해자였던 십대 여성들도 종종 발견된다. 성매매를 하기 싫지만 생활은 해야 하는 십대 여성들이 쉽게 택하는 선택지가 ‘포주되기’인 것이다. 강자와 약자가 분명하게 갈리는 폭력적인 또래 문화, 해결하기 어려운 생계 문제, 십대 성매매에 대한 넘치는 수요가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그런데 이러한 또래 포주들 중에는 성인 포주에게 고용된 경우도 존재한다. 포주들이 업무를 분담하고, 경찰에 적발됐을 때를 대비해 십대 여성을 새끼 포주로 고용하는 것이다. 새끼 포주로 일했던 새롬(17세)은 성인 포주, 새끼 포주, 성매매를 하는 십대 여성들을 각각 사장, 부사장, 직원에 비유하기도 했다. 철저히 조직화된 방식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새롬이 인터넷으로 성구매 남성을 구하면 성인 포주는 십대 여성들을 미행해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 경찰에 적발되었을 때 새롬은 성매매알선 혐의로 큰 처벌을 받았지만, 성인 포주는 노출되지 않아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경찰 적발로 인해 포주에게서 벗어나게 된 새롬은 또래에게 성매매 알선을 한 데 대한 죄책감과 그로 인해 자신이 성매매를 하지 않을 수 있었던 데에 대한 안도감 사이에서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청소년성매매 현장의 변화는 청소년성매매가 얼마나 위험하고 열악한 성매매인지를 잘 보여 준다. 아직도 성매매를 하는 십대 여성들이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물론 십대 여성들이 노동 시장에서 벌 수 있는 돈에 비한다면 성매매의 대가로 주어지는 돈은 여전히 큰 액수임에는 틀림없다. 노동 시장에서는 가장 싼 노동력인 십대 여성이 성 시장에서는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십대 여성의 노동력과 섹슈얼리티에 부여하는 이러한 엄청난 가치 차이가 십대 여성들을 성매매 시장으로 유인하는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오늘날 성매매를 하는 십대 여성들 앞에는 성구매 남성들의 폭력과 포주의 착취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 놓여 있을 뿐이다. 무엇이 덜 치명적인지를 가늠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에서 십대 여성들의 인권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 여성저널리스트들의 유쾌한 실험! 인터넷 저널 <일다> 바로가기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