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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도, 국경을 넘다(5) ‘자유’라는 이름의 환상 
 
구한말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 4세이자, 미국 이주자인 레인보우 도(Rainbow Doe)가 말하는 ‘이주와 여성 그리고 국경’에 관한 이야기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분단된 한국사회에서 ‘국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시야를 넓혀줄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가와 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거대 이익집단
 
‘자유’와 ‘예속’의 경계선상에 존재하는 신자유주의는 지구와 인간, 그리고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대상화한다.
 
미국 언어학자이자 사회운동가인 노엄 촘스키 교수의 말을 빌리면, 신자유주의란 우리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경제 패러다임이다. 소수의 민간 이익집단이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회를 최대한 통제할 수 있도록 해주는 모든 정책과 절차를 가리킨다.
 
오늘날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 현상은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라고도 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국가적 차원을 초월하여 진행된다. 경제적 이윤이 국가적, 정치적, 군사적, 법적 노력보다도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결과로 세계 무대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이익집단들끼리 결속하게 되었다.
 
경제적 이윤을 배경으로 한 이 새로운 세계대전은 국가 대 국가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우두머리들, 거대 기업과 이익집단들과, 그 외에 주류 경제에 끼지 못하는 나머지 사람들 간의 전쟁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해 패권을 장악한 이들이 첫 공격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바로 지구의 자원을 공동으로, 그리고 생태적인 방식으로 가꾸는 데 필요한 지식을 여전히 보전하고 있는 전세계 토착민들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책임과 존중을 바탕으로 땅과 자원을 돌보는 토착민들의 방식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추구하는 자원의 대량착취 방식과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이다. 토착민에 대한 공격은 날이 갈수록 더욱 무자비해지고 있다.
 
토착민 땅을 황폐화하고 성지 파괴하는 다국적기업
 
다국적기업 코카콜라는 전세계 주요 식수원을 사들이고 있으며, 채굴기업들은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세계 곳곳의 성지(聖地)들을 파괴하고 있다.


▲ 사진 1. 멕시코 채굴업체(Minera Golondrinas)가 최근 산 루이스 포토시(San Luis Potosi)에 있는 라스 마가리타스(Las Margaritas) 마을의 채굴권을 따냈다. 이 업체는 캐나다 채굴업체인 West Timmins사의 수주를 받아 작업하기 때문에, 탄광에서 나온 이익은 West Timmins가 챙기게 된다.  

최근 발생한 성지 파괴의 핵심적인 사례로 위리키따(Wirikuta)를 들 수 있다. 위리키따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성지이자 멕시코의 배꼽에 해당하는 곳이다. 생물다양성과 멕시코의 상징인 독수리의 서식지로 유명한 반(半)사막인 이곳은, 1994년 주정부에 의해 자연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또한 페요테 선인장(환각 성분이 들어 있어 멕시코 원주민들 사이에서 영적인 깨달음을 주는 성스러운 매개체로 여겨짐) 등 여러 약재를 수천 년간 보호해 온 후이촐족(Huichol, 멕시코 소수 종족으로 위자리카족 Wizarika이라고도 불림)의 고향이기도 하다. 지쿠리(Jicuri)라고도 불리는 페오테 선인장은, 조상과 소통하고 마을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캐나다 원주민들이나 후이촐족이 영적 의식에 사용해온 식물이다.
 
오늘날 외국 채굴기업들은 조상에게 기도를 올리는 지역들을 매입하고, 약재의 서식지를 파헤치는 등 성지 파괴를 일삼고 있다.
 
캐나다 회사인 First Majestic Silver와 손잡은 멕시코 Real Bonanza y Minera de Catorce사, 그리고 역시 캐나다 West Timmins사와 멕시코 Minera Goldondrina S.A. de C.V. 같은 채굴업체들은 은과 금, 납, 함석을 캐낸다. 이러한 채굴 때문에 산이 파괴되고, 멕시코에서 가장 순수한 석회암과 대수층(帶水層, 지하수를 품고 있는 지층)이 오염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후이촐족 만의 문제가 아니라, 멕시코 전체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이다. 대수층들이 훼손된다는 것은 멕시코 주요 식수원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멕시코 지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토마토 생산업체들도 멕시코인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위리키따 일부 지역을 사들여, 수백 헥타르에 달하는 약재 서식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한다. 이 업체들은 그 땅을 여태껏 돌봐온 토착민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약재 서식지를 잔혹하게 파헤칠 뿐만 아니라, 그 지역 전반의 생태계 또한 파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토마토 재배 경험에서 배워온 방식으로 멕시코 같은 사막 지역에서 농사를 강행하면, 땅 속 미네랄이 크게 감소되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 동시에 그 순간까지 땅은 계속 혹사당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연 식수원이 사라지고 땅에는 염류가 과잉 축적되어 인간에게 유용한 그 어떤 식물도 자랄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사진2. 캐나다 West Timmins사가 멕시코 소노라(Sonora)에서 금을 채굴한 후 땅이 황폐해진 모습. 이 곳은 원래 산이었으나 이제는 하나의 커다란 분화구로 변해 버렸다. 

나의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세계 시장을 표준화하고, 세계화가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 믿도록 사람들을 교육하기 때문이다.
 
‘표준화’는 적은 수의 사람들이 무역과 생산을 규제할 수 있게 해준다. ‘개발’을 명목으로 한 ‘돈놀이’가 제1세계 지도자들 사이에 수익성 높은 사업으로 떠올랐다. 국제통화기구(IMF)나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국제 기구들은 개발도상국들이 세계 무역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한다. 제3세계 국가 대부분은 IMF에 빚을 지고 있으며, 따라서 빚더미에서 벗어나려면 국제 기구가 정해놓은 표준을 지켜야만 한다.
 
‘민영화’나 ‘규제 완화’ 같은 표준화된 조건들이, 지역 경제와 자연 문화를 지탱해 온 토착민의 땅을 외국 투자가들이 손쉽게 살 수 있도록 길을 터 준다. 이는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 사람들이 오히려 전보다 더 빈곤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지역 경제(토착민 경제)가 궁핍한 것은 수세기에 걸친 식민지 시대 열강들의 수탈로 인해 자원의 씨가 말라버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시바는 자신의 저서 <지구 민주주의>(Earth Democracy)에서 “물의 사유화, 종자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특허권 도입, 농업의 기업화 등 토착민들의 경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사용된 방법들이 세계화로 인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지식을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때문에 그러한 지식과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 소비하는 지식과 상품의 기원은 무엇이며, 나의 소비로 인해 발생하는 결과가 무엇인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인식은 너무나 중요하다.
 
‘지식 개발’은 효과가 큰 사업이기 때문에 엄청난 돈이 마케팅에 들어간다. 세계화의 목표에 수긍하고 이를 위한 행동에 가담하도록 공교육과 언론은 사람들을 사회화시키고 있다.
 
결국,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나는 세계화와 관련하여 여성운동 내부에서도 미묘하게 의견을 갈리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테면 제1세계의 백인, 중산층, 지식인이라는 비교적 특권층에 속하는 여성주의자들 중 일부는 제3세계 여성주의자들과 남성들의 관점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의 규범을 준수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특권의 기원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소비하는 지식의 기원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세계화가 전세계 다수의 여성, 남성, 아이들에게 가하는 파괴적인 힘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몇몇 1세계 여성 인류학자들은 저서나 기사를 통해 ‘세계화에 일정 부분 파괴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를 통해 여성과 남성 간의 관계가 좀더 평등해지는 효과도 있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각국 정부가 공공 정책을 만들 때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화가 남녀 평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견해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이렇게 이야기하는 연구자들은 제3세계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하면서, 정작 이 연구에서 자신들이 차지한 역할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는다. 둘째, 연구자들이 관찰한 성과가 양성평등 운동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 자신들 고유의 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는 제3세계 여성들과 남성들의 노고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럽 중심의 가부장적 사고 방식’이라는 세상의 근본 철학이 세계화를 통해 다시금 부상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의식이 있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느끼는 충동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중매체와 출판물에서 일상적으로 지구와 인간, 그리고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대상화함에 따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미치는 영향은 점점 잊혀지고 있으며 따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폐해로 인해 인류사회가 철저히 파괴되는 순간이 오면,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란 결국 물질적, 영적 자유의 진정한 원천인 어머니 지구를 돌보는 예술을 수천 만년 동안 행해온 토착민뿐일 것이다. (레인보우 도, 번역-권이은정)
 
※ 기사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곳
 
*위리키따 보호운동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5MtojkaOAZM
*에스퍼란자(Esperanza) 프로젝트 http://theesperanzaproject.org/2011/04/wirikuta-is-the-matrix-of-life-wixarika-regional-council
*물 사유화와 코카콜라 http://www.indiaresource.org/news/2005/20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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