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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NAFTA이후 멕시코 여성노동자들과 만나다③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 10년간 활동해 온 박남희님이 최근 멕시코를 여행하며 그곳에서 만난 여성노동자들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해왔습니다. 미국-멕시코 자유무역협정 NAFTA 이후 변화하는 멕시코 사회의 모습과, 그 속의 여성들의 활동을 5회에 걸쳐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가정부, 농장, 유흥업소로 유입되는 이주여성들
 
지난 달 방문한 멕시코시티에 있는 IMUMI(Inotitito Para Las Mujeres)라는 단체는 이주여성노동자들과 함께 활동하는 곳이다.
 
멕시코는 급속도로 이주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한다. 미국으로 가는 이주노동자 중 49%가 여성이다.
 
현재 멕시코의 이주노동자 문제는 1) 멕시코 사람들이 미국으로 가는 경우와 2) 남미와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 멕시코에 취업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문제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미국이나 캐나다로 가서 그곳에서 저임금과 차별을 겪으면서 일하고 있다. 또 멕시코보다 더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의 노동자들은 멕시코에 와서, 이곳에서 역시 저임금과 차별을 겪으면서 일하고 있다.

 

▲ 이주여성노동자를 위해 활동하는 IMUMI에서 모니카와 함께 (우측이 필자) ©박남희 

 
미국으로 가는 멕시코인 여성노동자들 대부분은 가사노동자로 일하거나 농장에 채용되어 있으며, 타국에서 멕시코로 오는 여성노동자들은 수출자유지역의 공장에서 일하거나, 가사노동자로, 혹은 농장에서 일하고 있어 일종의 순환고리가 만들어 진다.
 
IMUMI는 멕시코에 취업하러 온 타국의 노동자를 보호하는 일과, 미국으로 취업하러 간 멕시코 여성들이 그곳에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오랫동안 일한 멕시코인 이주여성이 미국시민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활동도 하고 있다.
 
또한 이주여성노동자의 문제는 가난한 나라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와도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어서, 이 단체는 이주노동자와 인신매매 이슈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다. 이주여성노동자들 중에는 잘못된 정보로 인해 인신매매 되어 유흥업소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을 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이주여성 단체와 연대하고 있으며, 미국과 멕시코 변호사들도 협조하고 있다고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심각하다는 것을 정부도 알고는 있지만,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멕시코 정부가 이주여성노동자과 여성의 인신매매 실태를 파악하도록 압력을 넣은 활동도 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인신매매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성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모집되고 취업을 하게 되는지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복잡한 연쇄고리 속 이주노동의 문제, 대안은 뭘까
 

IMUMI에서 활동하는 모니카에게, 가족과 떨어져 살며 낯선 문화와 외로움 속에서 저임금과 차별을 받으면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수가 왜 증가하는지를 질문했다. 그리고 대안은 무엇일까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모니카의 대답은 ‘경제적으로 더 나은 생활을 찾아 다른 나라로, 또는 다른 도시로 이주한다’는 것이다. 실지로 시골에는 일자리가 없고, 경제적으로 많이 어렵기 때문에 이주노동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미국에서 최저임금을 받더라도, 멕시코에서 일하며 받는 임금보다는 많으니까, 차별과 저임금을 감당한다는 얘기였다.
 
이어 모니카는 적극적인 노동권의 보호 방안, 즉 이주노동자가 해당 사회에서 일하는 다른 노동자들과 차별 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활동이 중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노동자들이 이주를 하고 있다. 자기 고향을 떠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지역공동체의 대안이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또 이주노동자가 어디서 일하든 차별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는 일, 이를 위해 ‘국제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우리는 서로 답했다.
 
지금 이 순간도 많은 여성들이 가정폭력을 겪고 있다
 

▲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멕시코 APIS 활동가들과 만나다. (왼쪽이 필자)    

 
역시 멕시코시티에 중앙 사무실을 두고 있는 여성운동단체 APIS(Accion Popular de Integracion Social)를 찾았다. 1991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 단체는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들이 머물 수 있는 쉼터와, 두 개의 지역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단체가 만들어진 계기가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도시빈민 여성들을 위한 조직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여성건강과 임신, 출산, 양육 등 ‘모성보호’를 위한 활동을 펴며, 교육 행사를 주최했는데 정작 당사자 여성들이 참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가부장적인 문화 속에서 남편으로부터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먼저 가정폭력에 대응하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판단, 지금의 APIS가 있게 되었다.
 
이 단체는 상담 전화를 통해 가정폭력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며,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상담원 양성교육과 가정폭력 예방교육에도 주력하고 있다. 또한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측에 ‘여성에 대한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돕는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11년째 이곳에서 일해 온 타이나는 특히 ‘이주노동’의 경험을 가진 가족 관계에서 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다른 도시로 돈을 벌러 떠났던 남편이, 경제적으로 자기가 가정을 부양했다는 우월감과 그 동안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 등이 작용’해 아내를 무시하고 쉽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었다.
 
일주일에 90명 정도의 여성들이 이곳 사무실을 직접 찾아오고, 전화 상담은 더 많다. APIS는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단체인 것 같았다. 모니카는 단체의 홍보 활동과 관련하여 2003년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려주었다.
 
당시 APIS는 방송국 구성작가와 피디를 초대해서,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여성들의 구체적인 사연을 설명하고, 단체의 전화 상담과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인 지원 과정을 직접 시현했다고 한다. 또 이러한 내용이 드라마의 소제가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멕시코에서 유명한 방송사인 AZTECA TRECE에서,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여성의 사연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드라마를 방송하게 되었다. 또 드라마 중간과 끝에 나오는 광고 시간에, 무료로 이 단체를 홍보했다고 한다. 이후 많은 여성들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가정폭력 문제를 APIS에 상담해 왔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날 저녁 직접 그 TV드라마를 보았다. <여성들이 말할 수 없는 것>(Lo que callamos las mujeres)이란 제목으로, 오후 5시 대에 30분 정도 분량으로 방송되었다고 한다. 방송 중간 18초 가량 APIS 광고가 나왔다. 드라마는 정말 구체적인 멕시코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었다.
 
가정폭력의 문제가 해결되려면 가부장적인 문화가 바꿔야 하고, 더불어 정부의 예방과 구제 정책이 필요하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여성에게 가해지는 심각한 폭력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지금의 움직임 바탕에는, 멕시코 여성들의 자매애와 투쟁이 있었다.
 
APIS의 활동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곳(
www.fundacionapis.com)을 방문하면 된다. (박남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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