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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레인보우 도, 국경을 넘다(3) 
 
[구한말 멕시코로 이주한 한인 4세이자, 미국 이주자인 레인보우 도(Rainbow Doe)가 말하는 ‘이주와 여성 그리고 국경’에 관한 이야기가 일다www.ildaro.com연재 중입니다. 분단된 한국사회에서 ‘국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시야를 넓혀줄 것입니다.]
 
구금 당하는 티후아나 트랜스젠더 여성들
 
지난 8월 9일, 멕시코 국경지역인 티후아나에 있는 트랜스젠더 단체 두 곳의 대표들이 언론과 공개 인터뷰를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나는 ‘여성 복장을 한 남성’에 대해 미국과 멕시코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되었다. 또 기자들이 이들에게 던진 질문들을 통해서, 언론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며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 보게 되었다.
 
트랜스젠더 남성(female to male transgender. 생물학적으로 여성인 사람이 자신을 남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보다는 트랜스젠더 여성(male to female transgender.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사람이 자신이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경우)이 대중들에게 좀더 알려져 있다. 이들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침해하는 경찰과 사법 당국의 탄압에 맞서 지속적으로 티후아타 지역에서 인권운동을 펼쳐왔다.
 
단지 여자처럼 입었다는 이유로, 혹은 성매매가 허용된 지역 바깥에서 여성 복장을 했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구금을 당한다. 경찰은 트랜스젠더라고 하면 무조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접대부로 간주해버리기 때문이다.
 
경찰에 입건된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겪는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남성들과 같은 방에 구금되어 성폭력을 당해왔다는 점이다. 이제는 정책이 바뀌어 여성들과 같은 방에 수감되긴 하지만, 다른 여성들이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이들과 같은 방에 수감되는 것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제대로 기록되고 보도된다면, 이성애자 여성과 이성애자 남성만이 ‘정상’이라고 간주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도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류 매체들은 트랜스젠더들이 처한 상황을 파고드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사람의 ‘성 정체성’을 4개로 규정지을 수 있을까?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기 시장한 이래로 ‘성소수자 운동’은 차츰 더 많은 정체성을 아우르게 되었다. 오늘날 흔히 ‘GLBT 커뮤니티’라고 칭하는 성소수자 진영에는 처음엔 게이(Gay)와 레즈비언(Lesbian)만 있다가, 이후 양성애자(Bisexual), 그리고 트랜스젠더(Transgender)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GLBT가 이 세상의 모든 성 정체성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퀴어 이론가 자스비르 푸아(Jasbir Puar)는, GLBT 커뮤니티가 ‘관용, 포용, 인권’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함께 퍼레이드를 하긴 하지만, 성소수자 인권 신장을 위한 정부와의 소통 노력이 많이 부족하며 성소수자를 겨냥한 기업들의 신자유주의 마케팅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는 기업들이 소비자로서의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세계적 시장규모의 상품을 만들다 보니, 인간의 다양한 성 정체성이 서구 남성의 잣대에 따라 네 가지 간단한 카테고리로 나뉘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생겨난 것이 바로 호모내셔널리즘(Homonationalism)이라고 푸아는 주장한다. 호모내셔널리즘이란 푸아가 2007년 자신의 저서에서 고안한 용어로, 성소수자 진영 내에도 출신 국가와 인종, 성별, 사회적 계급 등에 따라 차별이 존재함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GLBT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동성애자들이 권력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GLBT가 일부 서구 정부에 의해 이성애와 더불어 ‘정상’으로 인정받는 사이에, ‘국가가 주도하는 인간의 성 정체성에 대한 통제’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잊혀지고 있다.
 
미국-멕시코 국경 지역 성소수자들의 삶
 
흥미롭게도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의 성소수자들은 서구의 퀴어 이론과 GLBT 인권운동 덕분에 이득을 얻기도 한다.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요즘 1세대 문화의 추세이기 때문에, 3세계 대중매체에도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의 성공담이 자주 등장한다. 덜 알려진 일이긴 하지만, GLBT 정체성으로 인해 3세계 성소수자가 1세계에 진입하는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다.
 
최근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경찰의 착취에 맞서 싸우던 대표적인 트랜스젠더 여성 단체의 회원 30여명이 미국에 밀입국한 뒤 망명을 신청했다. 멕시코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받은 차별과 폭력을 근거로, 미국 측에 정치적 망명을 요청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단체는 멕시코 사회에서 영향력을 크게 잃게 되었다. 망명은 분명 강력한 정치적 행동이지만, 멕시코 사회에 남아있는 트랜스젠더들의 입장에서 보았을 땐 그것이 해답일 수는 없다.
 
사실 미국에 가까스로 진입한 트랜스젠더 난민들의 삶은 여전히 고달프다. 미국도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데다가 GLBT 진영 내에서도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바로 미국 샌디에고 LGBT센터에 있는 남미 부서(Latino section)이다. 이 센터를 방문했을 때, 창립자들은 나에게 LGBT센터 내에서도 남미 출신자에 대한 인종차별이 있기 때문에 남미 부서가 별도로 생겼다고 설명해주었다.
 
LGBT센터 활동 중의 하나인 HIV감염인을 위한 그룹 세션에서, 남미 출신의 HIV감염인들이 백인 HIV감염인들로부터 줄곧 무시를 당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인종 안에서도 ‘계급의 차이’가 레즈비언들 사이의 유대를 가로막는 요소라고 한다.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성소수자들의 성공담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GLBT 진영 내부의 인종이나 성별, 계급 간 갈등은 외면해도 되는 걸까?
 
이를 테면 왜 여성 성소수자의 요구와 소비가 남성 성소수자의 그것보다 기업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인지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방영된 IKEA(가구 브랜드) 광고에서 남성 동성애자 커플이 등장한 것을 제외하면, 레즈비언 커플이나 혹은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한 상품 광고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8월 9일 티후아나에서 열렸던 공개 인터뷰에서, 기자들은 트랜스젠더 단체의 대표들에게 선정적인 질문들을 던졌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트랜스젠더가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린 시절 강간을 당한 적이 있나요, 아니면 학력 수준이 낮은 가요?”였다. 안타깝게도 멕시코의 주류 매체가 성소수자에 대해 갖고 있는 ‘전문 지식’의 수준이 이 정도인 것 같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방해하는 이 수많은 눈가리개가 언젠가는 사라지고 우리가 진정으로 연대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번역: 권이은정]
 
* IKEA 광고 및 기사 관련 자료를 볼 수 있는 곳
http://www.youtube.com/watch?v=qC4Fxq9phRI
http://www.pinknews.co.uk/news/articles/2005-3112.html
http://www.thecentersd.org/programs/latino-services
http://www.amnestyusa.org/our-work/issues/lgbt-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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