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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성 충전

페미니즘, 당신의 계급을 묻다

그 여자들의 물결 일다 2008.10.06 09:37
페미니즘, 당신의 계급을 묻다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벨 훅스의 <행복한 페미니즘>에 크게 공감한 기억이 있어 이 책도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계급” 요즘 한국에서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신분제 사회가 아닌 한국에서 무슨 계급?’이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금의 여러 상황들-부와 출생의 차이를 통해 고착화되는 주거와 교육, 건강-을 본다면, 단연코 한국은 계급의 심화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계급이 없었던 한국의 과거 역시 생각하기 어렵지만 말이다.
 
계급이 왜 중요할까? 나와 그녀의 차이
 
계급이 성, 또는 인종의 차별과는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신분제(사회적으로 드러난)가 없는 한국에서 계급은 개인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뛰어넘을 수 있는 반면, 태생에서 결정되는 특징인 여성 또는, 인종 간의 연대는 본질적이며 피할 수 없는, 너무나도 강한 연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는 과정에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성이라는 범주 안에도 너무나 많은 관점과 위치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속한 생활영역 속 여성들의 생각과 내가 만난 여성주의자들의 생각 간의 차이에서 심리적 부적응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여성주의자이지만 여성운동이 생활이 아닌 사람들은 공통으로 느끼겠지만, 서로 다른 분위기 속에서 가끔 나도 여성주의자임을 드러내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왜 그 여성들과 나는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가?”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계급이 왜 중요할까? 벨 훅스는 책의 서문에서 “모든 인종의 여자들과 흑인남자들이 빠른 속도로 가난하고 혜택을 박탈당한 계급으로 유입되고 있다. 계급 문제를 직시하고 더 많은 사실을 깨달아 경제적 정의를 위해 제대로 투쟁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자 관심이다. (…) 계급 충돌은 이미 인종과 성의 측면을 띠고 있으며, 많은 분리와 이탈을 만들었다. 계급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제일 먼저 공정한 경제체제부터 만들어야 한다. 변화를 만들어내고 싶다면 제일 먼저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벨 훅스가 노동계급에서 특권을 지닌 계급으로 이동한 경험, 즉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학생시절 이야기, 그리고 강의를 하고 글을 쓰면서 겪게 되는 계급의 이동과 문제를 설명하고 있다. 어린 시절 벨 훅스의 엄마는 “여성의 기회를 앗아버리는 것”을 “계급의 문제가 아닌 성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거의 모든 백인과 흑인이 차별의 원인에 대해 ‘인종’이라고만 생각했지 ‘계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끊임없이 “계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흑인들 사이에도 계급에 따라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글을 배운 흑인은 그러지 않은 흑인에 대해, 부유한 흑인은 또 그렇지 않은 흑인에 대해 “깔보는, 차갑고 비정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인들 사이의 이러한 차이가 곧 흑인의 지위 향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성공한 일부 여성들이 곧 여성의 지위 향상을 그대로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부 상위 계급으로 진출한 여성과 흑인에 대해 벨 훅스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언론은 미국이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자수성가할 기회가 무궁무진한 곳이라는 인식을 선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스포츠나 연예계에서는 부자의 대열에 진입한 흑인들이 점점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부와 권력을 거머쥔 계급에 들어선 뛰어난 백인여성과 유색인종들은 그들을 배척했던 보수주의자들이 세운 기존의 사회와 경제 구조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는 향상되었으나, 그 향상의 정도도 해당 여성이 속한 계급에 따라 다르다. 굳이 숫자로 비유하자면, 제일 가난한 계급의 여성들이 이전보다 10%의 지위가 향상되었을 때, 가장 부유한 계급의 여성들은 이전보다 30% 지위가 향상되는데, 이 30%가 모든 여성의 지위 향상으로 오인되어, 마치 가난한 계급의 여성들은 그들의 노력이 부족하여 가난한 상태로 있을 뿐이지 더 이상 성차별이 그리 만연한 것은 아니라고 인식되고 있다.

 
왜 여성들이 성매매 시장에 가는지, 왜 비정규직에서 여성이 다수인지-역으로 왜 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인지- 왜 여자가 많은 회사에서 중간관리자 이상의 여성을 찾기가 힘든지, 왜 결혼이주여성이 이리도 많은지에 대한 답은 바로 ‘계급’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계급은 왜 심화되는가? 탐욕과 소비에 대한 경고

 
그럼 왜 계급은 심화되는가? 벨 훅스는 노동계급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왜곡된 모습이 끊임없이 사회, 특히 언론을 통해 유포되고 있고, 더불어 탐욕과 소비를 권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흑인을 비롯한 노동계급 사람들”이 “복지정책의 수혜자는 단지 놀고 먹으려는 게으른 식충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는 것을 지적했다.

 
또한 “노력하면 밑바닥에서부터 신분의 수직 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새로운 신화에 억압층과 피억압층과 같은 낡은 개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가세했다. (…) 대중이 순진하게도 누구나 권력과 특권을 지닌 계급에 진입할 수 있다고 믿기만 하면 공동체주의나 자원의 공유, 지속적인 사회 정의 실현을 강조할 필요가 없다. (…) 탐욕은 수많은 부자와 빈자를 공통으로 연결하는 끈이 되었다”고 지적한 부분에서는 한국의 현 대통령이 생각났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의 숱한 전과와 무능함에도 그에게 표를 던진 것은, 단지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니라 한국사회에 만연한 ‘탐욕’이 아니었을까?

 
계급이 심화되는 것은 인종과 성을 넘어선 어떤 사람들의 성공을 통해, 계급의 문제, 인종의 문제, 성의 문제를 더 이상 논하지 않게 되어서이다. “인종차별 폐지는 호전적인 시민권 운동과 흑인인권운동의 결과인 흑인들의 급진화를 약화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급진적이고 똑똑한 소수가 흑인 대중을 선도해 반란과 문화혁명을 일으키는 것보다 이미 특권을 부여 받은 흑인들에게 기존의 사회구조에 편입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그 결과 상위 계급으로 진출한 흑인은 다른 계급의 흑인에 대해 백인과 같은 시선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여성들 사이에도 이런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 “특권계급의 여자들이 같은 계급의 남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경제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자, 계급에 대한 페미니즘 논의는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게 되었다. 대신 부유한 여자들의 경제적 성공이야말로 모든 여자들에게 좋은 징조라는 격려를 듣게 되었다. 실제 부유한 여자들의 경제적 성공이 수많은 가난한 여자들과 노동계급 여자들의 운명을 바꾸지는 않았다. (…) 결국 특권계급의 백인여자들과 지위 향상에 성공한 다른 인종의 여자들은, 자신과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다른 여자들의 자유보다 같은 계급의 남자들과 똑같은 계급 특권과 사회적 권리를 원했다.”

 
요즘 알파걸 이야기에서부터 성공한 여성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물론 30년 전보다는 여성의 지위가 상승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로 인해 여전히 많은 여성들의 고통과 차별이 드러나지 않게 되는 것은 분명 여성의 빈곤과 차별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계급 없는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벨 훅스는 가난한 노동계급에서 강의를 하고 글을 쓰는 특권계급으로 이동하며 계급의 경계를 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가 이동한 계급에 속한 사람들이 가난한 사람과 노동계급에 대해 생각하는 바를 알게 된 순간 분개했다. 그래서 그녀는 “나는 가족과 내가 속한 공동체 사람들에게 설령 세상에 나가 특권계급 사람들과 어울리더라도 그들에 동화되지 않고 내 존재의 바탕이 된 것들을 내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결심했다.

 
이 점이 그녀의 글과 생각이 다른 학자들의 글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여성들, 흑인들과 연대하고 글을 통해 세상에 알리겠다는 결심. 사실 벨 훅스는 나에게도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여성인 나, 노동자인 나는 가난한 여성, 이주여성, 비정규직 여성,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한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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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Favicon of http://* BlogIcon 송봉화 뭐라고 해얄지... 2008.10.22 01:37
  • 프로필사진 그래 저는 20살 의 학생인데.. 항상 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릴적에 몇번 ..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불쾌한 경험을 몇번 했고, 예를 들자면 저희 동네 지하철 역에서 걸어가는데 할아버지 나이의 분이 저한테 "몇학년이니?" "4학년이요" "4학년치고 키가 좀 크네"하고 ......사람들이 지나가는 중에 제..몸을 터치했습니다 어렸고, 나는 모든 할아버지를 우리 할아버지 같은 "할아버지"로 인식했기때문에 별..반항 하지않았구요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냥 좀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구요 아무리 애라도.. 수치를 느끼는 부분을 만졌으니 어쨌든 여자로 살면서 . 몇번 이런 경험을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저는 여자는 순종적이고.. 남자한테 예뻐보여야하고.......그런 굳은 사고가 머리에 배어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이글을 읽다보니., 아. 이거구나. 하고 내 생각을 좀 대변해주는 것 같습니다. 남자가 암만 동물이든 뭐든 인간이라면 그들을 제어할줄 알아야합니다. 일단 우리 사회만 보면 너무.. 교육을 하지않고 있습니다. 성적인 이야기를 멀리하고 부끄러워하지 제대로된 가치관을 심어주려 노력하지않습니다 2008.10.24 23:54
  • 프로필사진 그래 저도 남성으로 태어났더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 별로 생각지 않을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성적으로. 남자들과 여자들은 다르니까요. 가끔은 내가 왜 여성으로 태어나서 갖은 싫은 일을 겪고 사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은 여성으로 태어나 행복합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낫다..이게 아니라 내가 여성으로 태어난건 나한테 과제를 준것이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 .. 학생이 들어와서 좋은 글 읽고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고 갑니다. 언젠가 제가 쓰는 글로 인해.. 저의 사회적인 활동과 제가 하는 일로 인해 ..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여성=남성..단지 "성"이 다르다.. 성적으로 하는 역할이 다를지라도 그것이 '인간'이라는 우리들을 차별하는 이유가 되어선 안된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늘어나길 바라겠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진 한사람한사람의 노력이 모여.. 훗날 우리 사회가 좀 더 멋진 곳으로 나아가길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고 동반자로 보되 서로 동등하게, 우리는 우선 한 인간임을 생각하는 쪽으로 나아가길......그런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좋은글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2008.10.25 00:03
  • 프로필사진 그래 이글을 읽다가 그냥 제생각을..쓰는것입니다 평소때 여성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왔기 때문에.. 지금은 수험생이라 ...제일에 바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경제력 있게 되고, 영향력있는 사람이 되고싶은 이유중 하나가 사실 이런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왜.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런 일을 겪으면서 살아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야합니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여성지도자가 나타나야하며, 물론 지금도 여성 지도자야 많지만... 제가생각하는 문제에 대해 근본적인... 좀 깊은 통찰을 제시하는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삶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과제가 이런 쪽이라 생각합니다. 여자들도 경제력이 많이 향상 되었다해도 아직은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남성으로 태어났다아더라도 우리는 성 이외에 다를 게 없습니다. 단지.. "성'적으로 '다른 것' 뿐이지 그것이..뭔가 차별적인 것을 만드는 이유가 되서는 안됩니다. 저는..저희 아버지를 정말 사랑하고 오빠가 가고싶다면 가고..가기 싫다면 가지 않아도 되는 군대..여성이라도..굳이 자기가 가고싶다면 군대에 가고(물론 지금도 갈수있지만) 그렇게.. 성적으로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이 절대적인 차별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성이지만..제가 생에서 마음깊이 사랑하는 우리 아버지..우리오빠들..은 남성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 이나쁘다.. 남성을 여성이 뒤엎어야한다 그런 사고는 당연히 아닙니다. 다만 조화로운 세상, 남녀와 완전히 평등한 세상, 여성들이 좀 더 성적으로 덜 고통받는(폭행으로부터 ) 세상이 오길 바랄뿐입니다 그리고..중학생때까지는 잘 몰랐지만...남녀공학으로 학교를 가면서..남학생들은 여학생들과 좀 다르구나 라는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냥 정신적으로 그냥, '저 사람이 좋다' 하지만 그사람은 '저 여자의 몸' 에대해 생각하는거죠.너무 빠르게..뭔가를원하고. 물론 모든 남성들이 그런 것도 아니고 여성의 몸만 보는 남성은 일부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회에 성폭행이 만연하는 것을 보면.. 교육으로 다 해결되지 않는다해도 사회전반에 성에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08.10.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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