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폭력 속에서 살아가기 고요한 밤 익숙한 폭력의 감각 초등학교 때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매일 밤마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6층이었던 우리 집 위층 아주머니가 남편에게 맞으며 내는 비명이었다. 어느 날에는 낮에도 같은 소리가 들렸는데, 나는 그 소리가 어떤 공포영화보다 무서웠다. 종종 6층, 우리 집에서도 비명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내는 소리였다. 비명이 메아리치던 아파트에서 독립하고, 방음이 되지 않는 자취방에서 2년간 살았던 적이 있다. 2층이었던 그 방에서도 나는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래층 여자가 남자에게 맞는 소리였다. 새벽마다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자의 절규가 온 몸을 찔렀다. 그때마다 나는 내가 신고하는 줄 모르게 하려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경찰에 신고했다. 네 달 사이 서른 ..
다시 짐을 싸야겠다[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흘러가는 것 더하기 나 자신” ※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 마지막 연재입니다. 노래여행에 함께해준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Feminist Journal ILDA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나에게 물었다 ▶ 산티아고 순례길 ⓒ그림: 기묘나 작가(호랑이출판사) 세면도구는 언제나 여행용 주머니에 들어있다. 언제부터인가 샴푸, 린스, 화장품을 쓰지 않아서 단출하다. 당장에라도 길을 떠날 수 있는 상태로 지낸 지 오래되었다. 기타가 든 가방에는 제법 큰 주머니가 달려있다. 거기에는 ‘이내’ 1집 , 2집 앨범과 내가 쓴 단편들을 모은 손바닥소설책 , 동네 친구들이 만든 독립출판물이 몇 권씩 들어있다. 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