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머리 짧은 여자, 조재] 애인을 애인이라 부르지 못하고… S가 놀러왔다. 대한민국 지도 끝과 끝에 떨어져서 사는 우리는 퀴어문화축제를 계기로 친구가 됐다. 부산에서 꼬박 5시간. S는 눈을 보고 싶어 했다. 부산에서는 쌓인 눈을 보기 어렵다나. 마침 S가 오기 전날 이곳에는 눈이 펑펑 쏟아졌다. 나는 아빠에게 친구가 부산에서 놀러오는데 눈이 와서 다행이라며 재잘거렸다. 아빠는 “눈 구경 제대로 하겠네” 하시더니 대뜸 네가 부산에 무슨 친구가 있냐고 물어왔다. 인간관계의 폭이 워낙 좁기에 아빠는 내 친구들을 어느 정도 다 꿰고 있었다. 순간 당황했지만 생각보다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봉사활동하면서 친해졌어요.” 갑자기 무슨 봉사활동이냐고 다시 물어올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빠는 더 물어보지 않았다..
‘위안부’ 책임회피하는 사회는 성폭력도 면죄부군대와 젠더 연구자 나카무라 에리에게 듣다 올해 6월, 일본에서는 110년 만에 정기 국회에서 성범죄에 관한 형법이 개정되었다. 성범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것이지만, 여전히 강간죄가 성립하는 데에 ‘폭행, 협박’ 요건을 남기고 있어 한계가 크다. 형법 개정이 논의되던 즈음, 20대의 한 여성 아나운서가 친정권 성향으로 알려진 50대 남성 언론인에 의해 취중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성폭력을 고발한 당사자는 경찰 조사에서 인권 침해적인 질문을 받았고 용의자는 체포되지도 않는 등 공권력의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일었다. 이러한 가운데 성범죄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역사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