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당한 몸”을 가지고 살아가다 몸을 통제하며 살아간다는 ‘환상’에서 깨어나 텔레비전의 채널이 많아지면서 어머니는 더 많아진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정말 꼼꼼히 챙겨 보며, 그 속에 나온 온갖 건강식품과 기구들에 막대한 관심을 보이신다. 유산균, 버섯, 블루베리 등이 줄지어 우리 집 식탁에 올라온다. 또 각종 치료기 광고에 눈을 반짝이며 딸의 지갑이 열리기를 바라시기도 한다. 어머니는 뭐니 뭐니 해도 몸이 튼튼한 게 제일이라며 ‘몸이 튼튼해야 마음이 튼튼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신다. 아마 우리 부모님 연배의 어른이 계신 집안이라면 비슷한 풍경이 보일 것 같다. 그런데 만고의 진리처럼 여겨지는 이 말, ‘몸이 튼튼해야 마음이 튼튼하다’는 말은 정말 모든 사람들이 따를 만한 진실일까? 무심코 넘긴 이 ..
[죽음연습] 잠 못 이루는 노인들 의 저자 이경신님의 연재 ‘죽음연습’. 의료화된 사회에서 '좋은 죽음'이 가능한지 탐색 중이며, 잘 늙고 잘 죽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자 합니다. www.ildaro.com 헤르만 헤세가 남긴 노년과 죽음에 대한 사색들을 뒤쫓다가 나는 “통증이 풀 속의 꽃들처럼 무성하게 자라나는 밤을 지새우기도 몹시 고역스럽다”라는 구절에서 잠시 멈추었다. ‘통증이 풀꽃처럼 무성하게 자라는 밤’이라…. 불면의 밤에 겪는, 몸의 진저리나는 고통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해서 마음이 끌렸나 보다. 나는 우리 사회가 노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40대에 불과하지만, 통증으로 지새우는 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이미 내 몸은 세상이 인정하건 하지 않건 젊음을 뒤로 하고 노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