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장애’가 낯설지 않은 사회면 좋겠어자립하고, 함께 살기 위해 읽는 책 기억 하나. 내가 사는 동네에서 20분 정도 걸어 조금 먼 곳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또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들어간 곳에 내려, 주소는 서울시였지만 주위에 온통 밭뿐이던 곳을 지나 한참 걸어서야 보이는 건물. 수위 아저씨에게 머뭇머뭇 다가가 더듬더듬 ○○이 면회 왔다고, 오늘 오라고 했다고 얘기해서 들어가면, 짧은 머리의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들던 그곳, 그 사람들. 기억 둘. 그 후로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고, 한 인권단체의 보조강사 역으로 1주일에 한 번 인권교육을 하러 다닌 서울 변두리 지역의 한 장소.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사회복지사들에게 그냥 ‘애들’이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지 않..
질병과 장애는 구분되어야 할까? ‘아픈 몸’과 ‘장애’ 사이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바로가기 장애인 등록을 둘러싼 갈등 “장애인으로 인정받아야죠.”“안돼요, 이미 차별은 충분하다구요.” 의견 대립은 팽팽했다. 표정은 심각했고, 예민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도 아니고, 그냥 쉬는 시간에 나온 대화일 뿐인데도 그랬다. 그곳은 지역의 보건소와 여성단체에서 진행한 암환자 캠프였고, 어느새 참여자들의 시선은 ‘사람책’으로 초대받은 내게 모아졌다. 판관 역할을 요청하는 건 아니었다. 묘안이 없냐는 눈빛이었다. 긴 세월 투병을 해온 중증질환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아픈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