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년을 맞이하기 위한 첫 발자국 정확히 노무현 대통령 서거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나를 지탱해왔던 중요한 무언가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 왔다. 아니, 그동안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다가 외부의 충격에 의해 무너졌다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라든가 ‘언젠가는 진실이 제 힘을 발휘할 때가 올 것이다’라는 믿음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해 의문이 생기면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흔들렸다. 그러면서 세상이 어찌 이럴 수 있는지, 도대체 어디서 살아갈 희망을 찾아야 하는지 근본적인 물음에 봉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답을 찾기는커녕 불의와 부패, 협잡이 판을 치는 세상에 대한 분노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내가 속해 있는 세상뿐 아니라 주변사람 모두..
나는 공지영이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처음부터 이 작가를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젊은 날 나는 그녀를 막연히 질시했다. 글도 잘 쓰고, 예쁘기까지 한 여자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이 내심 배가 아팠다. 오래전 한겨레신문의 열혈구독자였을 때 읽었던 만 해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을 만한 인물을 참으로 잘 그려냈다 싶은 정도였지 큰 감동은 없었다. 그러다 몇 년 전 모 일간지에 연재되던 을 꼬박꼬박 챙겨 읽으며 비로소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삶 앞에서 어쩌면 그리도 치열할 수 있으며, 그토록 진솔한 작품세계를 구사할 수 있다니…. 비로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여자를, 그 여자의 작품을 고깝게만 여겼던 내 안의 파시즘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 작가 공지영이 좋아졌다. 그리고 2009년 여름을 뜨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