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10년차 미연 씨와 마을어른 매화 아주머니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던 나는 대학원에서 함께 여성주의와 생태주의를 공부했던 선배가 갑작스럽게 귀농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 또한 막연하게 귀농을 꿈꾸고 있었기에 선배가 내려간 강원도 홍천에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찾아가기 시작했다. 직장에서 주로 정신노동에 시달리던 터라 단 며칠이라도 땅에 발을 붙이고 몸을 놀리며 육체노동을 하면 뭔가 균형이 맞춰지는 듯, 빈 곳이 채워지는 듯했다. 그곳에서 선배처럼 농사를 배워 농촌에 정착하고자 내려온 미연 씨(46세)를 만났다. 남편과 함께 3년 정도 도시농업을 경험하고 여기서 본격적인 귀농 준비를 하고 있었다. 1년에 서너 번 정도 내려가 서툰 일손을 보태던 내 눈에 미연 씨는 농사일도 능숙하고 살림도 척척이었다. 밝..
[백래시 시대, 페미니즘 다시 쓰기] 제주 달리도서관 이야기 ※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과 공격이 심각한 백래시 시대, 다양한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로 다시 페미니즘을 이야기하는 “백래시 시대, 페미니즘 다시 쓰기” 스무 편이 연재됩니다. 이 기획은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 제주시에 있는 달리도서관 내부 모습. 달리는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라는 뜻이다. ©달리도서관 나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본명 대신 ‘수달’이라는 활동명을 (스스로 지어) 붙이고, ‘달리지기’로 지낸 지 5년 차. 달리도서관을 찾는 분들에게 제일 많이 들은 말은 단연 “수달이라는 별명은 무슨 …?”이다. 말줄임표 안에는 아마도 ‘그렇게 닮지도 않았는데 왜?’라는 말이 담겨있을 테다. 솔직히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