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지위를 이용한 성관계 “연애가 아닙니다”중학생 시절부터 이어진 교사 성폭력을 제소한 이시다 이쿠코 작년 12월 11일 도쿄에서 열린 ‘플라워 집회’(2019년 3월, 잇단 성폭력 무죄 판결에 대한 이의 제기와 성폭력 근절을 목표로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전국 각지에서 매달 1회 개최된 집회)에서 중학교 교사로부터 당한 성폭력 피해 경험을 이야기한 여성이 있었다. 피해에 따른 오랜 고통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아동에 대한 성범죄 시효를 철폐하길 바란다”고 호소하는 모습에 가슴이 메어 바로 말을 건넸다. 그 사람이 이시다 이쿠코(石田郁子) 씨였다. 이시다 씨는 열다섯부터 다니던 홋카이도 삿포로의 시립중학교 미술 교사로부터 졸업 후 열아홉 살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 작년, 가해자와 삿..
우리는 같은 곳에 모인 ‘다른 사람’…그래서 강하다[페미니스트의 책장] 강화길 『다른 사람』 ‘다른 사람’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인다. 이전의 내가 변한 지금의 내 모습, 되고 싶은 모습, 혹은 타인의 모습. 나는 이 책을 2019년 여름에 처음 읽었다. 그때도 나는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다른 사람’을 ‘타인’이라고 해석했다. 그런 걸 보면 그때의 나와 지금은 나는 썩 다른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대학 교양 강의에서 만난 이 소설은 15주 차의 수업 중에서 유일하게 페미니즘만을 주제로 하는 단비 같은 교재였다. 교수님은 이 책의 완성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교재를 바꾸지 않았다.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교양 강의는 이름에 ‘문학’과 ‘인권’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