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어제처럼 살게 하지 마시고 어제와 함께 살게 하소서 (…) 내게서 떠나는 것들이 조용히 문지방을 넘게 하시고 다가오는 것들을 가만히 받아 안게 하소서 (…) - 이순자 유고 시집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 수록작 ‘신년의 기도’에서 ‘거리두기’가 잘 되지 않는 글들이 있다. 날것의 삶이 담긴 이야기 속에 한 존재가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 느껴질 때 독자에게도 강렬한 에너지가 전이되기 때문이다. 1년 전 SNS를 중심으로 수없이 공유되며 화제가 된 이순자 작가의 ‘실버 취준생 분투기’(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부문 수상작)도 그런 글이었다. ▲ 이순자 작가가 쓴 ‘실버 취준생 분투기’는 2021 매일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이순자 유고 산문집 『예순 살, 나는 또..
질병과 노쇠로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할 때 복지체계가 제공하는 돌봄은 방문간호와 데이케어가 있고, 이게 어려워지면 요양병원-재활병원으로, 그것도 어려워지면 요양시설로 의존하는 몸의 이동이 이루어진다. 혼자 사는지, 가족과 함께 사는지에 따라, 그리고 가족이 돌봄서비스 체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얼마큼 확보하고 있는지에 따라 의존의 양상이 달라진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대상이 되기 위해 등급을 받는 것조차, 정보를 갖춘 관련자들의 협업이 없으면 가능하지 않다. 요양원, 즉 요양시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노년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 ‘다시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여겨진다. 그러기에 거의 대부분 당사자 본인이 아니라 보호자-돌봄자가 결정하게 된다. 삶이 지속되는 장소, 즉 ‘집’이 아니라, 삶은 멈추고 생명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