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어떻게 ‘마녀사냥’을 이용했는가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8) 실비아 페데리치 - 캘리번과 마녀 얼마 전 우리나라 연간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읽었다. 무역 변방국에서 중심국가로 발돋움했다는 감격에 겨운 자화자찬들에 이어 무역이 곧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는 먹거리와 일자리의 원천이라는 대통령의 연설까지 어우러져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무역 2조 달러 시대로 도약하자거나, 그 주역은 ‘우리 젊은이들’이라는 그분의 확신에 찬 어투가 왜 그렇게도 공허하게 들렸는지. 적어도 내가 아는 ‘우리 젊은이들’은 지금 무역 1조 달러라는 화려한 기록이 무색하게도, 대학 졸업을 연기해가며 취업에 전전긍긍해야하고,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에 졸업도 하기 전에 신용불량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었..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겨울 해는 짧다. 오후 서너 시가 지나면 햇살이 도마뱀 꼬리처럼 뭉텅뭉텅 잘려나간다. 그에 따라 마당에 그늘이 번져가고, 그 순서와 속도에 맞추어 사물들이 식어가는 것을 관찰하는 일은 늘 흥미롭다. 마지막까지 해가 비치는 곳에 빨랫줄을 걸어놓은 것은, 아마도 이 집을 손수 짓고 삼십 년 넘게 살다 간 전 주인의 솜씨이자 지혜이리라. 그에 감탄하며, 나는 아직 해가 남아 있는 동안 빨래를 걷거나 건조대 위에 놓인 귤껍질 따위를 안으로 들인다. 바싹 마른 것들이 풍기는 냄새는 왠지 모르게 비슷하다. 아궁이에서 타 들어가는 나무 향처럼, 맵싸하면서도 은은하게 달콤하다. 구들방 두 개, 뭘 더 바래? 잠시든 오래든, 시골집에 머물려는 사람 중 온돌방에 환상을 갖지 않는 이가 과연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