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27) 버자이너 다이얼로그 ⑨ 옷 속에서 길을 잃다 공숙영 *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학교에는 이슬람 문화권으로부터 온 친구들이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들과 직접 부르카 금지에 관해 토론했으면 좋았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그런 기회는 가지지 못 했습니다. 게다가 인권법 전공자 중에 무슬림이 없었기 때문에 네덜란드인 교수님과 함께 부르카 착용에 관해 토론했던 그 수업시간에 정작 무슬림, 특히 당사자인 무슬림 여성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 과에는 히잡을 쓰고 다닌 친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들만의 리그 우연히 학교에서 무슬림 남성들이 모이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빈 ..
이경신의 도서관 나들이(32) 도서관이 안겨 준 생각들 핸드폰이 들썩인다. 도서반납일을 알리는 문자가 왔다. 반납일은 왜 이리도 빨리 돌아오는지! 시립 도서관에서 책은 2주 동안 대출 가능하고, 필요하다면 1주 더 연장할 수도 있다. 대출기간이 결코 짧지는 않지만, 책만 보고 살 수는 없으니 매번 대출기간을 꽉 채우고 만다. 이번에도 인터넷으로 반납연장을 해볼까 했는데, 누군가 예약해둔 상태라서 무조건 책을 들고 부지런히 도서관으로 달려가야 한다. 매튜 배틀스가 에서 전하는, ‘도서관이 숨을 쉰다’는 책 관리자의 재미난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거대한 몸이 숨을 들이켜고 내뱉듯, 도서관에 책들이 밀려들고 나간다는 것이다. 생명체처럼 숨 쉬는 도서관이라……. 그렇다면 책을 빌려보는 사람들은 도서관이란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