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숨은 그림 찾기(6) : 영화 애정만세 [일다 www.ildaro.com “장애여성, 숨은 그림 찾기” 연재는 다섯 명의 장애여성들이 다양한 ‘매체 읽기’를 통해 비장애인, 남성 중심의 주류 시각으로는 놓칠 수 있는 시선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연애시장에서 20대 여성은 ‘갑(甲)’이다. 슬쩍 조건을 하나 걸자면, ‘예쁜’여성이어야 한다. 그리고 너무나 당연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비장애인 여성이어야(누군가의 표현에 따르면 “직립보행”해야) 한다. 이 축복받은 여성들에겐 온갖 아첨과 선물과 충성이 따른다. 하지만 잘 나가던 20대의 예쁜 비장애여성도 언젠가는 40대가 되고, 잘 생긴 남자 연예인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것만으로도 놀림거리가 된다. 영화 ‘애정만세’의 주인공 순임이..
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16) 그해 여름, 취업일기 대학을 졸업한 해, 취직할 공장을 찾아 그늘 한 점 없는 불볕의 공단 거리를 헤맸던 때는 지금처럼 뜨거운 7월 중순 즈음이었다. 당시는 일이 너무 힘에 부쳐 2주 만에 전등공장의 조립 일을 그만 둔 직후였고, 미적거리다간 용기마저 떨어지겠다 싶어서 서둘러 다른 공장에 취직 하려고 애쓰던 때였다. 그래서 찾은 곳이 당시 ‘도트프린터’의 메인보드를 만들어 대기업에 납품하는 작은 전자회사였다. 그 당시, 대학졸업 사실을 숨기고 공장에 취직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내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주소지와 전화번호, 이런 확실한 신분을 드러내는 서류를 보고 내가 위장취업을 하는 운동권일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