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의 딸을 만나러 가는 길 (27) [연재 칼럼 소개] 이혼을 하면서 두고 온 딸은 그녀에게는 늘 어떤 이유였다. 떠나야 할 이유, 돌아와야 할 이유, 살아야 할 이유……. 그녀는 늘 말한다. 딸에게 하지 못한 말이 너무 많다고. 열흘에 한 번씩 연재되는 은 딸에게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여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윤하의 고백이 될 것이다. 다시 찾은 지중해 릴(Lille)의 ‘리베흐떼 거리’에서 본 부녀는 이혼할 당시 딸을 키우지 않기로 한 내 결정에 대해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는 걸 일깨워 주었다. 나는 아이를 위해, 아니 우리 둘을 위해 이런 결심을 했다고 늘 생각했다. 그러나 이들을 보면서 그것은 우리 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알았다. 더욱이 난 결코 아이를..
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6) 벨 훅스「페미니즘:주변에서 중심으로」 은 폭력의 시대에 평등과 자유의 꿈을 꾸는 여성들의 생각과 삶을 소개하는 페미니즘 책 여행입니다. [편집자 주] 언젠가 한 남성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여성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은 그래도 우리 사회가 성 평등의 측면에서 상당히 진보한 것으로 보아야하지 않은가. 예전에 여성이 정치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시대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많이 나아진 것 아니냐”고.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물론 남성의 전유물이던 정치의 영역에 여성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현재까지도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우리 사회가 적어도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버틀러의 논의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생물학..